주간동아 882

2013.04.08

작은 꽃잎 속에 뜬 희망 무지개

각시붓꽃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입력2013-04-08 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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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꽃잎 속에 뜬 희망 무지개
    하루하루 꽃소식을 기다리는 봄이면 한반도가 정말 넓은 땅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지난주에 다녀온 남쪽에선 여기저기 꽃소식이 가득한데, 중부지방에서의 본격적인 개화는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유난히 꽃소식 예측이 어렵습니다. 제가 일하는 국립수목원에선 기후변화에 대비하려고 벌써 몇 년째 전국 식물원과 수목원, 그리고 산에서 같은 나무와 풀로 꽃이 피는 시기와 곤충이 활동하는 시기를 모니터링하는데, 올해에는 모든 예측을 깨고 봄이 당겨졌네요.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린다는 애호랑나비도 덩달아 출현했습니다.

    각시붓꽃은 봄 산에서 만날 수 있는 키 작고 아름다운, 보는 이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을 만한 꽃 가운데 하나입니다. 붓꽃과 붓꽃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지요. ‘각시’라는 단어가 앞에 붙은 이름에서 짐작했겠지만, 키가 작고 꽃도 작은 데다 일찍 핍니다. 잎도 가늘지요. 그래서 ‘애기붓꽃’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녀리고 작은 식물 이름 앞엔 각시둥굴레, 각시제비꽃처럼 ‘각시’ 혹은 ‘애기’ 같은 단어가 붙는데, 각시붓꽃도 마찬가지입니다. 꽃의 아름다움이나 빛깔이 붓꽃에 빠지지 않으며, 한 뼘 높이 정도로 작게 자라 귀엽고 정답습니다.

    꽃은 4월부터 피기 시작합니다. 장소에 따라서는 5월에도 피니 봄꽃치곤 제법 오래 볼 수 있는 꽃 가운데 하나입니다. 꽃줄기 끝에 손가락 두 마디쯤 되는 꽃이 하나씩 달립니다. 이러한 꽃송이가 한 포기, 두 포기, 때론 여러 포기가 무리 지어 올라와 각기 주변 경관과 적절히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모습이지요. 봄에 꽃대가 올라올 즈음 키를 같이 높여 올라온 잎들은 살짝 늘어지기도, 바로 서기도 하는데, 자유롭지만 조화롭게 꽃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자연의 완벽한 구도와 아름다움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꽃이 지고 나면 가을에 열매가 익기 시작하지만 잎들은 30cm 정도까지 계속 자란답니다.

    각시붓꽃이 좋은 점은 지나치게 귀하고 까다로운 식물이 아니라, 관심만 갖는다면 봄에 산을 찾는 사람 누구나 만날 수 있는 그런 식물이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숲에서 풀과 나무를 눈여겨 들여다보고, 이 아름다운 꽃을 발견해 그 멋진 모습을 마음에 담을 줄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드문 듯싶습니다. 전국 웬만한 산지에서 볼 수 있으니 올봄엔 많은 사람이 각시붓꽃을 만나는 행복을 누렸으면 합니다.

    봄 숲엔 고만고만한 붓꽃 집안 식구가 여럿 있는데, 각시붓꽃과 비슷하면서 키가 더 작은 난쟁이붓꽃이 있고, 뿌리가 솔처럼 엉클어지고 딱딱해 실제 솔로 써도 무방한 솔붓꽃도 있습니다. 노란색 꽃이 피는 노랑붓꽃과 금붓꽃, 노란색 무늬가 아름다운 노랑무늬붓꽃도 있지요.



    분에 심어 키우면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고, 지피 조경용으로 심으면 아름다운 봄꽃 화단이 됩니다. 뿌리는 약재로 쓰는데, 소화를 돕고 타박상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각시붓꽃이 속한 붓꽃속은 학명으로 아이리스(Iris)입니다. 꽃잎에 그려진 무늬가 무지개 같다고 해서 무지개 여신 이름을 땄습니다. 각시붓꽃 꽃잎에 그려진 작은 무지개를 보며 희망찬 봄을 만끽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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