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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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완벽한 회사란… 없다

이직과 만족감

  • 김혜선 커리어케어 책임컨설턴트

    입력2013-03-08 17: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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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건 완벽한 회사란… 없다
    지난해 국내 대기업에서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하던 A씨가 외국계 자동차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직 후 그는 자기 선택에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직하더니 정말 일을 즐기는 것 같다” “행복하게 일하는 것 같다”는 지인들 코멘트가 자주 올라왔다.

    사실 A씨에게 이직은 상당한 모험이었다. 30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높은 연봉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대기업을 떠나는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A씨가 이직한 회사의 연봉체계는 대기업에 비해 기본급이 낮은 편이라 이직제안서(offer letter)만으로는 A씨가 받을 수 있는 연봉이 전보다 적어 보였다. 업무 성과가 좋으면 높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지만,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업무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예전 직장보다 연봉이 낮아질 수 있는 조건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A씨가 이직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무척 외향적이고 활동적이며 주도적인 성격이다. 그래서인지 대기업에서 글로벌 마케팅 활동을 하면서 적잖이 답답함을 느꼈다. 글로벌이라고 하지만, 회사 전체 사업 방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원하는 아이템에 대한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어려웠다. 반면 외국계 자동차회사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더욱이 그는 자동차 마니아였던 터라, 이직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자동차에 대한 마케팅도 직접 해볼 수 있었다. 그가 좋아하는 아이템에 대해 주도적으로 업무를 이끌어나갈 기회를 얻은 셈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자기 성향에 맞게 하게 되니 업무 성과는 물론, 업무에 대한 자기 만족도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A씨가 만일 ‘나는 자동차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 ‘나는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내면 욕구를 잘 알면서도 안정적이고 높은 연봉을 위안 삼아 이직을 포기했더라면 지금처럼 행복하게 일할 수 있었을까. 만족스러운 이직을 위해서는 자신이 왜 이직하려는지 분명하게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정작 자신에겐 2% 부족한 회사일 수밖에 없다. 많은 연봉을 원한다면 업무 강도가 세더라도 연봉 수준이 높은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 일과 개인생활의 균형을 원한다면 연봉이 조금 적더라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사생활을 보장해주는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

    자신이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을 알았다면 나머지 조건은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편하게 일하면서 개인시간도 넉넉하게 누리고, 연봉도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은 없다. 나머지 조건을 포기할 줄 모른다면, 계속해서 이 회사 저 회사 문을 두드리며 이직 기회를 엿보느라 커리어 개발에 방해가 된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회사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확인하려면 정보가 필요하다. 인맥을 통해 전·현직 임직원의 경험담을 들을 수 있고, 공개된 연봉 정보나 재직자들의 근속 연수 등을 확인할 수도 있다. 헤드헌터에게 문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헤드헌터는 정보 수집 범위가 넓고, 늘 여러 기업 임직원을 만나며, 다수 의견을 종합해 객관적인 정보를 추려내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최상의 이직은 ‘이 회사가 싫다’보다 ‘저 회사에 가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이직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알고,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곳으로 이직할 때 가장 만족감이 크다는 얘기다. 지금 당신이 이직을 원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고 싶다면 먼저 내면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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