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5

2013.02.18

음악 혁신 ‘인디 레이블’에 쏠린 시선

그래미 어워드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3-02-18 10: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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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에 존재하는 수많은 음악 시상식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그래미 어워드(그래미)다. 1959년 시작해 1월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55번째 행사를 치른 그래미는 미국에서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빌보드 뮤직 어워드 등 여러 시상식과 비교할 수 없는 위상을 차지한다.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오랜만의 컴백 무대를 이번 그래미에서 가졌을 정도로 가수 역시 여기서 수상하고 축하 공연을 벌이는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

    그래미는 상당히 보수적인 편이다. 혁신보다 전통에 손을 들어주곤 한다. 1980년대 말 처음으로 헤비메탈 부문 상을 신설했을 때 당시 최고 주가를 달리던 메탈리카 대신 제스로 툴에게 트로피를 안겨준 일이 대표적이다. 2006년 머라이어 캐리, 그웬 스테퍼니, 카니예 웨스트, U2가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올랐을 때 U2 손을 들어준 것도 그랬다. 컨트리, 블루스, 록 같은 전통 장르를 우대하고 힙합과 일렉트로니카 등 젊은 층에 인기 있는 음악을 홀대하는 것 또한 그래미의 보수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2000년대 최고 스타인 에미넘은 단 한 번도 그래미 주요 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레이디 가가 역시 일렉트로니카, 댄스 부문에서 상을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달랐다. 그래미 주요 상은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최우수 신인, 올해의 노래 등 총 4개. 인디밴드 펀이 최우수 신인과 올해의 노래 부문을 수상해 가장 많은 트로피를 가져갔다. 에드 시런, 켈리 클라크슨 등 그래미가 선호하는 포크, 컨트리 성향의 음악을 누르고 트로피를 획득한 것이다. 그들은 지난해 2월 슈퍼볼 중계방송에서 쉐보레 광고음악으로 미국 전역에 이름을 각인시켰는데, 이후 그들 노래 ‘We Are Young’이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

    그래미 성향의 피해자라 할 만한 아티스트도 있다.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최우수 신인 등 총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프랭크 오션이다. 그의 데뷔 앨범 ‘Channel Orange’는 지난해 각종 음악 미디어 연말 결산에서 최고 평가를 받았다. 리듬앤드블루스(R·B), 힙합, 솔 등 흑인 음악을 복고적이면서도 세련되게 표현해 한국에서도 적잖은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그래미에서 주요 상을 독식한 아델을 생각한다면, 프랭크 오션 또한 주요 부문 하나쯤은 탈 수 있지 않을까 예측됐다. 하지만 장르 부문에서 2개 상을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래미 꽃이라 부르는 올해의 앨범은 영국 포크 록 밴드 멈퍼드 앤드 선스 차지였다. 최근 그래미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아케이드 파이어, 아델, 멈퍼드 앤드 선스는 음악계 단면을 보여준다. 그들은 모두 인디 레이블 소속. 2000년대 이후 음반산업이 붕괴하면서 기존 음악산업 헤게모니를 주도해오던 메이저들은 혁신을 이끌지 못했다. 음악 전문가 대신 경영 전문가가 윗자리를 차지해 음악보다 사업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발달로 굳이 메이저 유통망이 필요하지 않은 아티스트는 인디 레이블에서 앨범을 냈다. 융단 폭격 같은 홍보 대신 음악적 자유를 선택한 것이다. 하여, 20세기와 달리 지금 대중음악의 음악적 혁신은 모두 인디 뮤지션이 주도한다.



    아케이드 파이어, 아델, 멈퍼드 앤드 선스의 공통점이 또 있다. ‘뉴욕타임스’ 표현을 빌리자면 “옛날에 대한 새로운 감사”다. 그들은 대중음악 황금기를 이끌던 1960~70년대 팝과 록 스타일을 충실히 받아 안으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에 연연하지 않고, 지난 수십 년 동안 대중음악이 엮어온 씨줄에 자신의 날줄을 잇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그래미가 이런 뮤지션에게 가장 큰 상을 연달아 안겨주는 이유는 대중음악이 단순한 유행가가 아니라 사적(史的) 예술임을 음악팬에게 보여주려는 차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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