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5

2013.02.18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 정말 믿어도 되는 거야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입력2013-02-18 0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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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 정말 믿어도 되는 거야
    어쩌다 ‘몸짱 교수’로 소문나면서 몸만들기와 관련해 취재 의뢰를 받는 경우가 많다. 개인 사정상 그 요청을 다 받아들이진 못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수년 전 한 신문사 기자가 취재차 병원 연구실로 찾아와 “혹시 비포(before) 사진은 없느냐”고 물었다. 내가 웃으면서 “꾸준히 좋은 몸을 유지해야 건강한 몸이지,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 속 주인공처럼 단시간에 너무 변화가 많은 것은 오히려 건강에 나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자, 그 기자는 일견 수긍하는 듯하면서도 못내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 변화 모습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으로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만한 것이 또 있을까. 사진 단 2장이 그 어떤 장황하고 현란한 설명보다 더 강렬한 설득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특히 몸만들기 같은 시각적 효과가 중요한 분야에서는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이 중요한 영업전략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최근에는 굳이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온갖 방송 프로그램에서 시청자 관심을 끌려고, 연예인은 자신의 남다른 노력에 대한 성과를 보여주려는 인기 전략 중 하나로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을 활용한다.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 특성상 단기간에 크게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줄수록 세인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유리하다. 실제 몸만들기 사업과 관련 있는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은 불과 몇 주 만에 통상적으로는 성취하기 어려운 변화를 보이는 사진이 주종을 이룬다. 이런 사진을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광고에 나오는 방법을 사용하면 몇 주 후 멋진 몸매를 뽐낼 수 있겠구나’ 하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몸짱 만들기’ 산업의 중요한 영업전략



    그런데 이런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을 있는 그대로 믿어도 될까. 정말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놀랄 만한 변화를 보일 수 있을까. 이런 당연한 의심에 답하려고 일부 관련 홍보물들은 아예 사진 촬영 당시 날짜가 드러난 TV 화면이나 신문을 옆에 두고 촬영하기도 한다. 거짓이 아님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그럼에도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에서 주장하는 단기간 내 변화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 정말 믿어도 되는 거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피터 체르빈스키의 비포(오른쪽) 앤드 애프터 사진.

    이와 관련해 가장 흥미로운 사건은 2012년 초 ‘맹렬한 피터(Furious Peter)’라는 닉네임으로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한 캐나다 청년이 직접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과 관련해 실험한 뒤 그 결과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올린 일일 것이다. 본명이 피터 체르빈스키(Peter Czerwinski·27)인 이 청년은 10여 년 전 집안 사정과 대학 입시 스트레스로 폭식을 거듭하다 마침내 신경성 식욕부진으로 병원에 입원한 전력이 있다. 그 후 보디빌딩을 통해 건강을 회복한 그는 2007년 어느 날 문득 마음만 먹으면 보통 사람보다 월등히 많은 양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았다. 이때부터 그는 각종 먹기 대회에 수십 번 출전해 95% 이상 확률로 우승을 차지했을 만큼 이 방면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그런 그가 2012년 2월 자기 몸을 이용해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의 트릭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것이다.

    바로 위 ‘사진’과 같은 모습으로, 불과 5시간 차를 두고 찍은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이다. 누가 보더라도 놀라운 몸짱으로의 초급성 변신 모습이 담겼다. 피터 스스로 밝힌 가장 중요한 첫 번째 트릭은 사진을 찍은 순서가 왼쪽 평범한 비만형에서 오른쪽 근육형으로 바뀐 것이 아니라는 점. 오른쪽 근육형 사진을 먼저 찍고 5시간 뒤 왼쪽 사진을 촬영했다고 한다. 사진 촬영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얘기인데, 그는 먼저 첫 사진을 촬영하기 직전 운동으로 혈관을 최대한 팽창시키고 급하게 태닝한 뒤 몸에 적당히 기름을 바르고 가급적 당당한 모습으로 자세를 취했다. 그런 다음 5시간 동안 소파에 기댄 채 고기파이, 포테이토칩, 콜라, 초콜릿우유 등 열량이 높고 탄산가스가 가득한 음식을 그야말로 미친 듯이 먹어 몸을 불렸다. 그리고 첫 번째 사진을 촬영한 지 5시간 만에 배를 최대한 내밀고 어깨를 늘어뜨린 뒤 위축된 모습으로 두 번째 사진을 찍었다.

    피터가 이 동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에 올린 1차 목적은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에 대해 대중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좋은 몸매를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한순간 무너질 수 있음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찍는 순서가 바뀌었다 해도 피터가 불과 5시간 만에 이런 극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데는 아마도 그가 평소 몸짱인 데다, 먹기 대회 챔피언이라는 독특한 이력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사실 피터가 동영상에서 활용한 방법 가운데 기본적인 것들은 이미 관련 업계에서 오래전부터 널리 사용하는 방법이다. 가장 전형적인 방법은 평소 근육형인 사람을 섭외해 몇 주 동안 일체 운동을 금하고 피자, 아이스크림 같은 고열량 음식을 제한 없이 먹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비만형인 사람이 단기간 내 근육형으로 바뀌는 것보다 그 반대 경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뚱뚱해진 모습을 최대한 우울하고 칙칙한 분위기에서 촬영한다. 그러고는 다시 몇 주 동안 음식을 절제하고 운동을 재개해 이번에는 당당하고 밝게 근육형 모습을 촬영하는 것이다.

    ‘불편한 진실’과 관계없이 사진 수요 늘어

    피트니스 산업이 고도로 발달한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특히 운동보충제 시장 등 상업적 이익이 걸린 분야에서 프로 보디빌더와 계약을 맺고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을 제작하곤 한다. 이 경우 그들이 평소 복용하는 스테로이드 약물을 중단하고 운동도 일정 기간 하지 못하게 한다. 이후 충분히 느슨해진 몸이 만들어지면 사진 촬영을 한 뒤 다시 이전처럼 스테로이드 복용을 재개하고 근육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사진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사람보다 홍보물에 처음 출연하는 사람이 신선도나 신뢰성 측면에서 가치를 더 인정받아 웃돈을 받고 계약을 맺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멋있는 몸을 만드는 데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될수록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에 대한 수요는 그 실상 진위에 관계없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몸짱으로의 변신은 누가 더 멋진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오랫동안 바람직한 애프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끈기와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느냐에 달렸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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