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4

2013.02.04

심상찮은 북핵 협박 한반도 위기 폭풍 닥치나

3차 핵실험 예고·전쟁불사 공언, 비핵화 노력 중대 고비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jdkim2010@naver.com

    입력2013-02-04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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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찮은 북핵 협박 한반도 위기 폭풍 닥치나

    풍계리 핵실험장.

    유엔의 대북 제재결의안에 반발하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예고함에 따라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북한은 유엔의 대북 제재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비핵화 대화 포기 및 핵 억제력 강화”(1월 23일 외무성), “높은 수준의 핵 시험은 미국을 겨냥한 것”(1월 24일 국방위원회), 그리고 한국을 향해 “제재 가담 시 강력한 물리적 대응”(1월 25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노동신문’ 논평과 김정은의 ‘중대조치 결심’ 보도 등을 통해 전쟁을 불사한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 북한이 1986년 영변에 원자로를 건설한 이래 지난 27년 동안 한반도에 불안감을 조성해온 핵문제가 중대한 고비를 맞은 것이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 움직임도 긴박하다. 과거 두 차례(2006, 2009년) 핵실험 때보다 훨씬 큰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 4월과 12월 북한 로켓 발사에 비교적 차분했던 미국도 연일 국무부, 국방부 최고위급이 나서서 북한 핵실험과 추가 도발을 경고하고 있다. 중국도 과거 북한을 비호하던 모습과 판이하게 일부 관영언론을 통해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중단까지 거론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가 마치 준비한 듯 국제 공조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것은 이번 핵실험이 과거와 다른 몇 가지 차이점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국 긴박한 움직임

    첫째, 과거 핵실험 당시에도 북한은 로켓 발사를 병행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해 12월 북한 로켓이 우주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직후 이뤄지는 핵실험이다. 로켓이 활이라면 핵탄두는 화살에 해당하니, 이 둘이 결합하면 위력적인 무기가 된다는 뜻이다. 북한이 미국까지 로켓을 날려 보낼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거의 확보한 상황에서 핵탄두를 만드는 핵실험을 진행하는 것이라면 과거 핵실험과는 그 의미와 충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둘째, 과거 핵실험이 원자로에서 추출한 폐연료봉을 재처리한 플루토늄을 사용했다면, 이번에는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다. 2010년 북한이 현대식 원심분리기를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에게 공개한 이래 서방세계는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양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플루토늄과 달리 고농축 우라늄은 일단 생산시설이 마련되면 핵물질을 다량으로 만들 수 있는 준비를 갖춘 셈이다. 북한이 순도 95%가 넘는 우라늄235를 확보하면 플루토늄탄에 비해 구조가 간단한 핵무기를 손쉽게 제조할 수 있어 북한 핵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게다가 북한은 핵 융합기술에도 도전한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셋째, 이번 핵실험은 김정은 체제가 출범하고 서방세계와의 첫 번째 담판이라 할 수 있다. 중국마저 미국에 협력해 유엔에서 대북 제재결의안을 통과시킨 현재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래 가장 극심한 고립과 압박에 직면했다. 대외환경이 악화한다면 주민생활 개선을 핵심 과제로 인식하는 북한의 향후 진로가 더 험난해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북한 표현대로 핵실험은 ‘매우 중대한 조치’라 할 수 있다.

    1월 23일 이후 발표된 북한 외무성, 국방위원회, 노동신문 등의 성명과 논평은 하나같이 유엔의 대북제재로 북한에 난관이 조성되고 있음을 인정한다. 북한이 핵무장에 더 다가가면 갈수록 경제회생이 어렵다는 점은 북한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상찮은 북핵 협박 한반도 위기 폭풍 닥치나
    넷째, 앞의 세 가지 이유를 바탕으로 국제사회는 이제 북한이 돌이킬 수 없는 핵무장 길로 가고 있다고 인식한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비관적 전망 속에서 이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일은 시간문제라고 인식하는 분위기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국제사회 공감대가 한동안 서로 잡아먹을 듯이 대치하던 미·중 관계를 협력적인 방향으로 바꿔놓았다. 더 나아가 북한 로켓 발사 직후 미국, 중국, 일본이 각기 위성과 요격미사일 발사로 연이어 화답했으며, 한국마저 1월 30일 나로호를 발사했다. 북한 핵무장이 기정사실화하는 현실을 동북아국가가 다 예비하는 것처럼 동북아 정세가 비쳐진다. 이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동북아에서 다자간 안보협력보다 군비경쟁 흐름이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북한 핵은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의 군비 확충에 촉매제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첫째, 핵 능력을 한층 강화한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과연 어떤 방식으로 할까. 2006년 1차 핵실험은 사실 핵실험이라고 부르기에는 그 규모와 위력이 턱없이 작은 1kt(1kt은 TNT 1000t) 미만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성냥을 그었을 때 불꽃이 일지 않고 피시식 타다가 꺼져버린 수준으로 비유할 수 있다. 참고로,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우라늄탄의 경우, 그 위력이 20kt에 달한다.

    1차 핵실험 당시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은 핵무기 6~7개를 제조할 수 있는 40kg 정도로 알려졌다. 그런데 2009년 2차 핵실험은 그 위력이 3~4kt로 이전에 비해 부쩍 강해졌다. 당시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착수하던 시기로 추정된다. 한편 2차 핵실험 한 달여 전 북한은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는데, 총 3800km를 비행했으나 우주궤도 진입에는 실패했다.

    핵실험이 진척될수록 그 규모와 위력이 커졌다는 점에서 이번에 제대로 된 핵실험을 한다면 그 위력이 10kt에 이르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이 ‘강화된 핵 억제력’과 ‘높은 수준의 핵실험’을 공표한 점이 그 개연성을 높인다. 이렇듯 고강도 핵실험을 단행한다면 지난해 12월 로켓 발사 성공에 이어 서방은 더 큰 충격에 빠질 테고,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군사적 제재까지 고려해야 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심각하게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과연 이 충격을 북한이 감당할 수 있을까.

    이번엔 10kt 위력 예상

    둘째, 높은 수준의 핵실험을 한다 해도 그 방법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먼저 플루토늄은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파괴한 불능화 조치 이후 더는 확보가 불가능하다. 북한 처지에서는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얻은 이 귀중한 자원을 핵실험으로 소비하는 결심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리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과연 북한이 충분한 양을 확보했느냐가 미지수다. 원심분리기에 의한 고농축 우라늄은 양질의 전기를 연중 안정되게 공급해야 한다. 북한 전력 사정이 개선됐다곤 하지만, 전압이 여전히 불안정해 섬세한 공정을 하기에는 여건이 불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북한이 정말로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했는지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만일 북한이 성공적으로 우라늄을 농축한다면 1년에 20~40kg을 얻을 수 있으리라 관측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론적 추정일 뿐이다. 만일 핵물질 확보가 순조롭지 않다면 북한 처지에서 지금은 핵실험 적기가 아닐뿐더러, 핵무장에 도움이 될 것도 없다. 그렇다면 단지 주변국, 특히 미국과의 담판이라는 정치적 효과 때문에 무리수를 두는 것은 아닐까.

    심상찮은 북핵 협박 한반도 위기 폭풍 닥치나

    3차 핵실험 예상 위치.

    셋째, 지난 20여 년간 미·북 대화나 남북대화, 6자회담 같은 북한의 모든 외교는 비핵화라는 의제를 중심으로 진행돼왔다. 그런데 김일성 유훈인 비핵화를 공식적으로 폐기하고 9·19 공동선언, 비핵화공동선언까지 파기하는 강수를 둔 이후 북한의 새로운 외교·안보 전략이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다. 비핵화가 상대방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이는 지렛대였다면, 앞으로는 핵무기를 앞세워 더 통 큰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선 것인지, 아니면 이도저도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이 강경하게 가는 것인지 그 진정한 의도가 여전히 의문이다.

    지난 1년여 동안 김정은 행보를 보면, 핵과 미사일 주권을 행사하는 데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처럼 치밀한 전략적 고려가 있는 것인지 불확실하다. 김정일 시대에는 벼랑 끝 위기라는 협박 전술을 구사하고 나면, 이후 보상과 협력이라는 완만한 언덕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김정은이 권좌에 오른 뒤부터는 대외관계와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주권을 행사한다는 단순한 원칙을 고수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히려 북한 핵과 미사일은 과거처럼 대외협상 수단이라기보다 대내적으로 주민에게 정치권력의 권위를 세우는 수단처럼 비친다.

    미국 외교력 시험대

    지난해 4월 북한 로켓 발사가 일주일 남은 시기 미국 특사가 전용기로 다급하게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북한 측은 “이미 주민에게 공표한 로켓 발사이기 때문에 취소할 수 없다”며 미국 측에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련의 북한 행태는 오랫동안 6자회담이 교착되고 남북대화마저 끊긴 마당에 더는 핵과 미사일이 대외관계를 유리하게 이끄는 지렛대 구실을 할 수 없다는 현실인식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드러낸다. 더불어 리비아의 카다피 몰락을 지켜보면서 오직 핵과 미사일에 의한 억지력만이 체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안보논리로 회귀한 것처럼 보인다.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은 미국 외교력(D), 정보력(I), 경제력(E), 군사력(M)이 융합한 개념인 ‘DIEM’이 북한에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전략적 인내’라는 전략만으로는 북한을 관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에 대해서는 향후 북한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도록 촉구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동맹국으로 묶어두면서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유지한다는 모호한 정책만으로는 북한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출범하기도 전에 북한 핵실험이라는 복병을 만나 대통령선거 때 제시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좌초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지난 5년간 남북한 긴장관계에 피로감이 고조되고 경제와 복지를 우선시하는 국민적 요구는 남북관계 안정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북한 핵무장이 임박했다는 점은 우리나라 수도 서울이 북한의 극단적 선택 한 번으로 일본 히로시마처럼 대참화를 겪을지도 모른다는 크나큰 위기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로 연결되기도 한다. 북한 핵실험 너머로 어떤 역사가 전개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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