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3

2013.01.28

기고 있는 사감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날고 있는 불법 사행영업

합법 사행산업만 규제 한계…기능과 구실 대폭 손질 목소리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13-01-28 0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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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있는 사감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날고 있는 불법 사행영업
    ‘바다이야기’를 기억하는가. 2005~2006년 대한민국 전역에 ‘도박 광풍’이 휘몰아치게 한 아케이드 게임 이름이다. 지나친 사행성과 중독성으로 전국을 도박장화한 ‘바다이야기 사태’는 거센 사회적 비난여론을 불렀고, 정부와 정치권은 서둘러 사행산업을 통합적으로 관리 및 감독할 기구를 발족했다. 바로 2007년 9월 17일 출범한 국무총리 산하 심의·의결기구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위원장 김성이)다.

    사감위가 출범한 지 올해로 7년째. 사행산업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해 건전한 여가 및 레저산업으로 발전케 함으로써 국민 복지증진에 기여하자는 게 설립 취지다. 그럼에도 실제 사감위 활동은 크게 미흡해 그 기능과 구실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각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감위 관리대상인 사행산업은 공공부문에서 운영하는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복권,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전통소싸움 등 7개 업종. 모두 합법 사행산업이다. 소관부처는 경마와 전통소싸움의 경우 농림수산식품부이고 경륜, 경정, 카지노, 스포츠토토는 문화체육관광부, 복권은 기획재정부 등으로 흩어져 있다. 관련법 또한 업종별 소관부처가 관장하는 개별법 형태여서 효율적 규제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감위에 따르면, 2011년 국내 합법 사행산업 총매출액은 18조2629억 원. 2002년 총매출액 12조2000억 원과 비교하면 10년간 50%가량 성장한 수치다. 2012년 통계는 아직 집계 중이지만 약 20조 원으로 추산된다.

    경마, 경륜 등 7개 업종 관리



    이처럼 사행산업이 급팽창한 배경엔 정부의 조세 수입 확충과 기금 조성이 자리한다. 복권, 경마, 경륜이 고작이던 합법 사행산업은 2000년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 개장, 2001년 스포츠토토 출범, 2002년 경정 개시 및 온라인복권 발행으로 이어지면서 규모가 매우 커졌다. 주5일제 확산에 따른 사행성 레저 인구 급증도 한몫했다.

    이에 따라 사감위는 2009년부터 사행산업 업종별 매출총량을 매년 설정해 소관부처로 하여금 준수토록 하고 있다. 이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의 국민경제에서 사행사업 비중 등을 분석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행산업 매출액 상한을 설정함으로써 사행산업의 과도한 성장을 막으려는 일종의 안전선이다. 사감위가 2013년까지 목표로 삼은 매출총량은 GDP의 0.58% 이내. 사감위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으로는 0.593%다.

    문제는 인터넷 및 모바일 기술의 발달과 맞물려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민을 ‘한탕주의’와 도박중독에 빠뜨리는 음성적인 불법 사행행위다. 2008년 11월 17일 사감위가 확정한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 자료에 따르면, 같은 해 기준으로 국내 불법 사행영업(도박) 규모는 사설경마 2조6885억 원, 사설경륜 1044억 원, 사설경정 3888억 원, 사설카지노 6조9615억 원, 사행성게임장 11조5596억 원, 온라인도박 32조 원 등 총 53조 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당시 합법 사행산업의 3배를 웃돈 규모. 이에 앞서 2006년 국가정보원은 88조 원, 같은 해 재정경제부는 64조 원으로 추산했다.

    요즘은 어떨까. 사감위 관계자는 “2012년도 불법 사행영업 실태조사 결과를 1월 말이나 2월 초 발표할 예정인데, 약 75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귀띔했다. 사감위 조사 결과만 봐도 5년 만에 20조 원 이상이 급증한 셈이다.

    해마다 겉도는 매출총량제

    기고 있는 사감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날고 있는 불법 사행영업

    2012년 9월 20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시행령 및 중독예방치유부담금 운용 방안 의견 수렴 공청회.

    이에 대해 김문영 (사)한국전문신문협회 이사(레이싱미디어 대표)는 “불법 사행영업은 합법 사행산업에서 파생된 게 대다수다. 특히 기존 소관부처와 상당수 기능이 중복되는 ‘옥상옥(屋上屋)’ 조직인 사감위를 설립해 이미 합법화된 사행산업을 다시 이중으로 엄격히 규제하다 보니 일종의 ‘풍선효과’가 발생해 불법 사행영업이 더욱 만연해진 것이다. 차라리 관련법을 개정해 사감위를 ‘불법사행행위감독위원회’로 바꾸는 게 설립 취지에 맞다”고 지적한다.

    사실 사감위는 태생부터 한계를 지녔다. 당초 불법 사행성 게임물을 대상으로 사감위가 만들어지게 돼 있었지만, 입법 과정에서 오히려 불법 사행영업이 제외되고 합법 사행산업만 관리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 것. 이 때문에 불법 사행영업 확산을 방지한다는 당초 의도가 퇴색했고, 합법 사행산업 관리에서도 소관부처 및 사행산업사업자와의 마찰이 불가피한 어정쩡한 구조가 된 것이다.

    현재 불법 사행행위 단속은 경찰과 검찰 등 사법기관 몫. 그러나 부족한 인력, 시간 탓에 제대로 단속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감위 기능과 구실을 재조정함으로써 정부기관의 행정력 낭비를 막고 불법 사행영업을 최소화해 사회적 부작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즉, 합법 사행산업 관리 및 감독은 기존 소관부처에게 맡기되, 사감위를 불법 사행행위 단속 전담기구로 단일화하고, 이를 위해 마약 단속이나 국립공원 관리 같은 업무에서처럼 특별사법경찰권을 사감위에 부여하라는 것이다. 아래는 사감위 위원인 황현대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 소속)의 말이다.

    “당초 사감위법 논의 과정에서 불법 부분이 배제된 게 문제다. 합법 사행산업과 달리 불법 사행영업은 그 규모가 훨씬 크고 도박중독 등 사회적 폐해도 심한 만큼 궁극적으로는 당초 취지대로 사감위에 불법 사행행위 단속권을 부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불법 사행행위에 대한 강력한 단속 권한을 사감위에 주면 지하경제를 제도권으로 일부 흡수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정책사항 가운데 하나다.

    이상엽 한서대 행정학과 교수는 “2011년도 합법 사행산업 규모가 약 18조 원인데, 만일 효과적인 단속과 정책을 통해 불법 사행영업의 20% 정도(국가정보원 추산치 88억 원의 20%)만 축소돼도 합법 사행산업 규모와 맞먹는 수준 아니냐”며 “합법 사행산업 감독은 소관부처에 맡기고 사감위를 불법 사행영업 실태조사 및 대응을 위한 전담기구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사감위의 문제점은 이뿐 아니다. 역시 사감위 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충기 경희대 관광경영학부 교수의 지적이다.

    “사감위의 또 다른 한계는 합법 사행산업에 대한 감독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소관부처가 가진 사행산업 인허가권을 갖지 못해 해당 부처들에 그저 ‘권고’하는 구실밖에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실질적 권한이 없는 셈이다.”

    사정이 이러니 사감위가 2008년 내놓은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인 매출총량제도 겉돌고 있다. 합법 사행산업의 업종별 매출액이 상한을 넘어서면 이듬해 매출총량 한도를 줄일 것을 소관부처에 통보하지만 이 또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

    실제로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국내 복권 총판매액은 3조1859억 원으로 2011년 3조805억 원보다 3.4% 늘었다. 이는 사감위가 권고한 매출총량 한도 2조8753억 원을 10.8% 넘긴 수치. 2011년에도 연금복권 도입 등으로 복권 총판매액이 2010년에 비해 22% 증가해 매출총량 한도 2조8046억 원을 9.8% 초과한 바 있다. 2년 연속으로 매출총량 한도를 넘어선 것이다.

    매출총량 한도를 초과한 업종에 대해선 경기 횟수, 발행 횟수, 영업 일수 감축 등 적극적인 이행 및 제재를 취해야 한다. 그럼에도 사감위의 매출총량 규제는 권고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사감위 발족 전후 사행산업 업종별 매출 증감도 심하다(표1 참조). 이 때문에 사행산업사업자 사이에서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국마사회가 사업자인 경마의 경우 사감위 발족 후 5년간 5.6% 성장률에 그쳤다. 반면 2009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사설경마의 실태와 대응전략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국내 불법 사설경마 규모는 약 9조3000억~10조4000억 원, 탈루세금은 1조6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2012년 합법 경마 매출액 7조8000억 원보다 1조5000억~2조6000억 원이 많은 수준.

    기고 있는 사감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날고 있는 불법 사행영업
    ‘발전과 근절’ 투트랙 정책 필요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합법 경마에 대한 제세율은 16%로 주요 경마시행 국가들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반면, 환급률은 낮아 불법 사설경마가 더 활개를 친다. 이런 상황에서 사감위 규제 강도의 업종별 차이, 규제 일변도의 정책 추진은 경마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면서 “매출총량제 시행 이후 매년 총량을 준수하는 업종은 경마뿐인데도 사감위 규제가 경마에만 집중된다는 점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사감위를 보좌하는 사감위 사무처 조직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 사무처 직원은 정규직 공무원과 계약직 전문위원 및 상담직원 등 40여 명. 이 가운데 정규직 대다수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파견된 공무원이며, 기획재정부나 농림수산식품부에서 파견된 공무원은 1~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사무처 직원 대다수를 차지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감위의 사행산업 규제가 업종별로 차별화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고 우려한다. 소관부처가 파견한 직원도 1년이면 다시 돌아가니 업무 연속성이 떨어진다.

    사감위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기능과 구실을 재조정해 ‘합법 사행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불법 사행영업의 근절’을 위한 투트랙 정책을 정교히 구사해야 한다. 그러려면 사감위법을 전면 재개정해 사감위는 불법 사행영업 감시와 단속에 집중하도록 하고, 합법 사행산업 관리 및 감독은 소관부처에서 책임지고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사회 전체가 도박에 병들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한편 사감위 관계자는 “2008년에 이어 올해 하반기 2차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이에 앞서 상반기 중 사행산업으로 인한 중독 예방과 치유 등을 전담하는 기존 중독예방치유센터를 확대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설립하고 하반기엔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불법 사행영업은 방치한 채 합법 사행산업에 대한 손쉬운 규제에만 집중하려는 사감위와 합법 사행산업의 업종별 개별법 목적을 달성하려는 소관부처 간 충돌이 또다시 예상된다. 이에 따른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는 계속될 것이다.

    ‘레저’와 ‘도박’의 경계선에서 방황하는 사감위. 새로 출범할 정부는 사감위 기능과 구실을 어떻게 재조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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