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2

2013.01.21

외박(外泊)

  • 김수복

    입력2013-01-18 17: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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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박(外泊)
    좀 더 쉬었다 갈게요. 하느님!

    늦게 핀 들꽃도 꽃이잖아요.

    골목 안, 평생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핀

    이 개망초꽃 두고 갈까요?

    저 분도 바르지 않은 눈물 보이지 않으세요?



    전 이 골목 안, 저 오래된 국숫집 담 밑에 핀

    어머니 살아 돌아오신 꽃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하느님 좋아하시는 사람꽃도 피었네요.

    아직도 갈 곳 없어 다가오는 구름도,

    아, 그 아득한 첫사랑 파도도 아직 피어 있잖아요.

    저 해가 바다 너머 고요히

    잠들기 전에 가지 않을래요.

    아무리 부르셔도 이 골목 안

    저 사람꽃 질 때까지

    복종하지 않을래요

    하루만,

    딱 하루만 사람꽃으로 피어 있을래요!

    삶이 꽃이다. 사람은 꽃이고, 그 꽃은 어머니 발바닥에서 피어난다. 꽃 발바닥은 땅속으로 들어가 있지만, 어머니는 골목을 숨어드는 아들 그림자에 뿌리를 내린다. 골목길이 사라지고 있다. 숨어들 골목이 없는 우리의 꿈이 대로변에서 외박을 한다. ─ 원재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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