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1

2013.01.14

음악인들의 이유 있는 분노

음원 수익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3-01-14 10: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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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인들의 이유 있는 분노
    음악인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 여러 대답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좀처럼 꺼내지 않는, 가장 본질적인 대답이 있다. 밥벌이. 하지만 음악만으로 밥벌이가 가능한 음악인의 비율은 10%도 되지 않는다(이것도 넓게 잡아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음원가격과 분배 요율 때문이다. 턱없이 싼 음원가격, 부당한 분배 요율이 그들을 가난으로 몰아왔다. 음악인과 그 관계자들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했지만 그뿐이었다.

    이동통신사를 낀 음원업체들에게 음악은 수익보다 회원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했다. 가격을 굳이 올려서 회원 이탈을 가져올 필요가 없었다. 초기 음원시장 질서를 확립했던 그들이기에 자신에게 유리한 분배 요율을 앞장서서 손볼 필요 또한 없었다. 결국 음악인들이 지난해 6월 집회를 열어 ‘월정액제 요금 폐지’를 주장했다. 월 3000원 내외로 무제한 스트리밍(인터넷에서 음성이나 영상, 애니메이션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정액제 요금은 덤핑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집회 직후였던 지난해 6월 8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음원 사용료 징수 개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동통신사나 대기업을 낀 음원업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정액제와 종량제(양에 따라 요금을 정하는 방식)를 병행하기로 한 것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월정액제와 종량제 병행 2. 음원 사용료에서 권리자가 갖는 요율 상승 3. 할인율 차등화 4. 홀드백(특정상품 음원공급 유예) 신설을 통해 권리자의 선택권 보장.

    어쨌든 해가 바뀌어 개정안이 발효됐고 음악 권리자의 요율이 상승했다. 150곡 종량제에 한정하자면 비로소 아이튠즈와 마찬가지로 음원업체와 권리자의 분배 요율이 3대 7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권리자의 요율이 올랐으니 만족해야 할까. 천만에! 음원업체들은 꼼수를 부렸다. 요율뿐 아니라 가격도 올린 것이다. 시작은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온라인 음악서비스 사이트 멜론이었다. 새해가 되자 스트리밍 정액상품을 3000원에서 6000원으로, 40곡 다운로드는 5000원에서 7000원으로, 150곡 다운로드는 90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각각 인상했다. 올레뮤직, 네이버뮤직, 벅스도 대부분 동일한 수준으로 가격을 올렸다. 그 결과 권리자의 몫은 기존 1560원에서 3600원이 됐고, 음원업체 몫 역시 1440원에서 2400원으로 뛰었다.

    정액제 스트리밍상품이 존속한다는 것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음원 서비스 이용자 대부분이 정액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스트리밍 사용자는 소극적 소비자로 분류된다. 자신이 듣고 싶은 노래를 찾아 듣기보다 요즘 인기 차트를 반복해서 틀어놓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노래가 인기 차트에 진입하는 순간, 실제 선호도와 상관없이 스트리밍 건수가 확 올라간다. 지난해 공개적으로 불거졌던 음원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다. 음악 시장의 다양성과 질서 확립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일컫는 이유이기도 하다.



    음원 서비스 요금이 전체적으로 오른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종량제에서 정액제로 옮겨가리라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럴 경우 음원업체는 요금을 인상하기 전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릴 것이다. 또한 스트리밍 비중이 더 커짐에 따라 인기 차트에 자기 노래를 노출하려는 편법들이 지금보다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한국 음악인의 희생으로 탄생하고 성장한 음원업체들은 근본적 모순을 내버려둔 채 자기 이익만 노리고 있다. 그들에게 음악이란 음악인의 밥벌이를 강탈하는 돈벌이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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