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1

2013.01.14

입담? 스토리텔링이 먼저거든

대입 및 입사 면접 대비 스피치 학원 인기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l.com

    입력2013-01-14 10:2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람들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들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요.” “스펙도 학점도 빵빵한데, 면접만 보면 떨어지니 어쩌면 좋을까요.” “모임에서 다른 사람이 얘기할 땐 분위기가 좋다가도 제가 무슨 말만 꺼내면 재미없고 지루해져요.”

    요즘 사람들이 스피치 학원을 찾는 이유다. 태어나면서부터 배우고 익힌 것이 말인데, 그 말을 잘하려고 학원에 다녀야 하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스피치가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소양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가장 좋아진 점은 말을 잘하게 된 것보다 마음이 편해졌다는 거예요.”

    스피치 교육을 받기 시작한 지 딱 2주 됐다는 전직 호텔리어 고이슬(21) 씨. 친절과 서비스가 생명인 직업이었으나 워낙 업무가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마음만 급해지고 정작 고객을 대하는 일에는 자신감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가뜩이나 말이 빠르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던 터라 고객과 대화할 때 강박관념에 시달렸던 것. 고씨는 스피치 교육을 받은 뒤로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지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전했다.

    말은 마음을 움직이는 수단



    “흔히 스피치 교육 하면 아나운서나 쇼호스트 같은 직업을 준비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오해하죠. 실제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아나운서 화법을 가르치는 스피치 학원이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일반인이 왜 아나운서처럼 말해야 하죠?”

    오상철 마이스피치센터 대표는 스피치 교육을 받기 전 ‘말을 잘한다는 것’의 의미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말은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 수단인 만큼 좋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담은 진정성을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할 때 비로소 제 몫을 해낸다”며 “그런 점에서 아나운서는 리딩을 잘하는 사람임에 분명하지만 스피치를 잘하는 사람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개그맨이나 배우, 쇼호스트 같은 분이 말을 잘하더군요. 특히 개그맨은 잘 짜인 대본에 따라 연습한 대로 무대 위에서 연기할 뿐 아니라, 토크쇼나 버라이어티쇼에서 자신의 스피치 실력을 뽐내곤 하죠. 그들의 재치와 입담은 정말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예요.”

    상대를 사로잡는 스피치의 힘이 반듯한 외모에 중저음의 깨끗한 목소리, 정확한 발음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그렇다고 ‘개그콘서트’만 백날 봐서는 개그맨처럼 말 잘하고 재미있는 사람이 될 수 없다. 그저 보고 듣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문현경 마이스피치센터 원장은 “스피치 교육에서도 개개인의 능력과 특성을 파악하고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자아 발견을 통한 스토리텔링”을 강조했다.

    “스피치에 대한 이해가 없던 시절엔 웅변이 유행했어요. 우렁찬 목소리로 청중을 압도하는 것이 말을 잘하는 거라 여기던 시절이죠. 지금도 센터를 찾는 분들 가운데 상당수가 발음이 부정확하다, 좋은 목소리를 갖고 싶다, 사람들 앞에만 서면 울렁증이 생긴다, 면접을 잘 보고 싶다, 프레젠테이션을 잘하고 싶다 같은 얘기를 해요. 하지만 스피치의 진정한 목적은 상대방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거죠. 자기만의 표현으로 소통하고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해요. 이 때문에 말이 단순한 소리가 아닌 소통과 설득의 수단이 되려면,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제스처와 스토리텔링을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입담? 스토리텔링이 먼저거든

    유일하게 국비 지원을 받는 ‘마이스피치센터’. 어린이와 청소년 전문학원으로 유명한 ‘아나운서 아카데미’.(왼쪽부터)

    상대방과 공감대 형성 교육

    스피치 학원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매스컴을 탄 스타강사 이름을 내건 곳이 있는가 하면, 전직 아나운서들로 강사진을 꾸린 스피치 학원도 있다. 최근엔 취업 대비 면접 준비생을 타깃으로 한 면접 트레이닝 전문 학원이 늘고 있다. 영어 면접 및 프레젠테이션만을 특화한 영어 스피치 전문 학원은 성인뿐 아니라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까지 개발해 성업 중이다.

    김미경 아트스피치 대표는 1월부터 케이블채널 tvN에서 토크쇼 ‘김미경쇼’를 진행할 정도로 독보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는 스피치 강사보다 독설가로 더 유명하다. 자기주장이 확실한 왕언니 이미지가 그의 주 무기인 셈. 평소 “스피치 핵심은 콘텐츠”라고 주장하는 그는 “스피치도 건축처럼 어떻게 말할 것인지 설계도를 짜고 그에 걸맞은 에피소드를 만들어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트스피치 프로그램 역시 콘텐츠를 설계하고 이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식에 집중한다. 뮤직스피치라는 다소 생소한 훈련법이 눈에 띄는데, 음악기호를 활용한 리듬감 있는 스피치로 상대 귀를 사로잡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교육과정은 최고경영자를 위한 ‘리더 스피치’, 일반인을 위한 ‘카리스마 스피치’, 어린이를 위한 ‘키즈 스피치’ 등으로 구분하며 ‘아트스피치’ 코치 자격증 과정과 스타강사 과정 등 전문가 과정을 따로 뒀다. 김 대표의 강의는 ‘김미경의 이클래스’(www.kmkclass.co.kr)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입담? 스토리텔링이 먼저거든

    오상철 ‘마이스피치센터’ 대표.

    눈치 빠른 독자라면 알아챘겠지만 스피치 학원 프로그램에서 눈에 띄는 것이 어린이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과정이다. 스피치 교육이라고 하면 취업이나 면접,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둔 성인이 주요 수요자일 것 같지만, 자기표현에 소극적인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도 스피치 교육이 각광받는다. 일반 학원처럼 어린이 수강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방과후 교실이나 직접 방문을 통한 일대일 교육이 이뤄지기도 한다.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에서는 언어 전달력 향상 프로그램뿐 아니라 연기력과 표현력, 스토리텔링 등 감성교육을 병행한다.

    김현욱 전 KBS 아나운서를 비롯한 아나운서 출신 강사진으로 구성된 ‘맛있는 스피치’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집중 프로그램으로 입소문이 난 경우다. 김호정 맛있는 스피치 원장은 “해외에 오래 거주했거나 사투리가 심한 어린이의 발음 및 발성 교정, 특수목적고등학교 면접 준비 등을 위해 학원을 찾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어린이의 경우 단순한 말하기 수업만으로는 집중도가 떨어지고 흥미를 이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2개월여에 걸친 발음 및 발성 교정 프로그램 이후에는 프레젠테이션과 대화, 스토리텔링 등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김 원장은 “말하기에 대한 흥미를 심어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6명 정도 소수정예로 운영돼 집중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목표가 막연히 ‘말을 잘하고 싶다’가 아니라, 코앞에 닥친 면접과 프레젠테이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라면 단기간에 확실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취업 전문 컨설팅 프로그램이 유리하다. 이제우 알비씨 컨설팅 대표는 “자신이 목표하는 분야에 따라 면접도 적절한 맞춤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일반 사기업 면접과 공기업 면접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공기업 면접 목적이 공직자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걸러내는 데 있다면, 사기업 면접은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능동적 인재를 찾기 위한 작업인 경우가 많다. 이 대표는 “면접 준비를 할 때 이러한 특징과 원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답변, 태도를 실전처럼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영어 스피치 전문 학원도 등장

    기업 글로벌화의 영향으로 영어로 면접을 보거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해야 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영어 스피치를 전문으로 교육하는 학원도 인기다. 위드스피치의 경우 영어 프레젠테이션, 영어 면접, 승무원 면접 등 취업과 실무에 필요한 영어 스피치를 전문으로 가르친다. 카메라 테스트 등을 통해 외국어 면접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실전 중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영어 전문 강사는 물론, 중국어 전문 강사도 배치했다. 하지만 외국어 면접이나 프레젠테이션의 경우 기본 어학실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비용 대비 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으므로, 외국어 스피치 학원은 어학 실력을 먼저 갖춘 다음 최종 점검 단계로 고려해볼 만하다. 영어 온라인 영어교육기관 스피킹맥스에서 운영하는 일대일 전화영어 ‘스픽케어’는 미국인과 인터뷰하고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 교정하는 방식으로 초보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학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스피치 학원은 대부분 수강료가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수백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가격이 만만찮다. 이 때문에 일반인의 경우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선뜻 학원 문을 두드리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현재까지 국비지원 과정이 개설된 스피치 자격증 전문 교육기관은 마이스피치센터가 유일하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대상자에 한해 국비를 지원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만 29세 이하 청년층의 경우 훈련연계형 청년인턴제를 이용하면 교육과정 수료 후 인턴과정을 거쳐 수업료를 환급받을 수 있다.

    국비 지원으로 마이스피치센터에서 2개월째 전문 스피치 지도자 양성과정을 밟고 있는 김슬기찬(24) 씨는 “하루 두세 번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고 점검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나의 말하기 장점과 단점을 확실히 알게 된다”며 “처음에 말 한마디 못하고 발표할 때마다 도망가던 이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이 붙고 말하는 태도도 달라지더라”고 말했다.

    스피치 학원 선택 시 꼼꼼히 확인 법
    입담? 스토리텔링이 먼저거든
    나에게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가

    단순히 아나운서나 쇼호스트 등 특정 직업군에 지원하기 위한 트레이닝 과정을 원한다면, 그 분야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기관을 찾는 것이 유리하다. 아나운서나 쇼호스트를 목표로 하지 않는 사람이 아나운서나 쇼호스트 양성기관에서 교육받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이며, 그에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충분히 갖췄는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연령대에 맞는 프로그램을 별도로 갖추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수강료는 적정 수준인가

    학원에 따라, 교육과정에 따라 스피치 학원 수강료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최근 스피치 학원이 유행하면서 유명 스피치 강사의 이름만 내걸고 실제 교육은 다른 강사가 진행하는 등 겉만 번드르르한 사례도 적지 않으므로, 교육 프로그램에 비해 턱없이 비싼 수강료를 받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보고 환불 가능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강사진과 프로그램은 전문성을 갖췄는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국가공인 스피치 강사 자격증이 없다. 고용노동부에 등록된 민간 전문 스피치 자격증 HRD 자격증이 전부다. 강사 유명세와 프로필에 현혹되지 않도록 교육 프로그램이 전문성을 갖췄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사전 청강 프로그램이 있나

    종종 단기간 수업에 고가 수강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능하면 등록 전 사전 청강 프로그램을 신청해 수업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때 실전훈련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가만히 앉아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는 방식의 수업이라면 스피치 실력을 키우는 데 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실전훈련 가능한 시설 충분한가

    스피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중 앞에서 강의를 해보는 실전훈련이다. 카메라 테스트와 녹음 등을 통해 자신이 말한 내용을 검증하고 수정하는 방식이 필수다. 따라서 이런 훈련이 가능한 시설을 갖췄는지 확인해야 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