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1

2013.01.14

적어도 한 달 전에 알리고 떠나라

퇴사 매너

  • 송영서 커리어케어 이사

    입력2013-01-14 0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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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직을 고려하는 사람은 보통 새로 입사할 회사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어떤 회사인지, 업무 비전은 있는지, 내 커리어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조직 분위기는 어떤지,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 등에 신경 쓰기 바쁘다. 그러나 새로운 조직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현재 자신이 몸담은 곳에서의 마무리를 잘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끝맺음이 좋지 않으면 시작도 삐걱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직할 회사로부터 합격통보를 받았다고 해도 채용 확정서에 서명하기 전에는 누구에게도 퇴직 의사를 알리면 안 된다. 국내 유명 그룹 인사담당자였던 A씨는 경쟁 그룹 자회사 인사담당 과장으로 채용이 확정됐다. A씨는 채용이 확정되자 그 회사 회식자리는 물론, 1박2일 워크숍에도 참석했다. 함께 일할 팀원과도 좋은 관계를 형성했다. 이 회사는 A씨가 하루빨리 합류하기를 원했고, A씨 역시 같은 마음으로 재직 중이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경쟁사 인사담당자를 채용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그룹 차원에서 제기됐고, 결국 A씨 입사가 취소됐다. A씨가 입사하려던 회사는 채용확정서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A씨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없다. A씨는 다니던 회사에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터라 민망한 처지가 돼버렸다. 결국 A씨는 갈 곳 없이 퇴사할 수밖에 없었고, 졸지에 구직전선에 내몰렸다.

    다른 회사에 입사하는 게 확정됐다면 가장 먼저 누구에게 알려야 할까. 퇴직 의사는 직속 상사에게 가장 먼저 알리는 것이 좋다. 최근 들어 평판조회를 주니어 레벨로까지 확대하는 추세다. 주니어 레벨의 평판조회는 직속 상사가 주요 조회처다. 간혹 자신과 친하게 지냈던 동료나 후배, 혹은 직속상사의 상사에게 먼저 퇴직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있는데, 퇴사 관련 소문은 무척 빨리 퍼진다. 직속 상사가 소문을 통해 퇴직 의사를 접한다면 상당한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럼 후배에 대해 ‘상사를 믿지 못하는 직원’ 또는 ‘상사를 배신하는 직원’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과 관계가 껄끄러웠더라도 퇴직 의사는 직속 상사에게 가장 먼저 알려야 한다. 만일 직속 상사가 퇴사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직속 상사의 상사나 부서장 또는 인사부서에 퇴직 의사를 알리는 것이 좋다.

    퇴직 의사는 적어도 한 달 전에 밝혀야 한다. 새롭게 이직할 회사와 채용확정서를 작성하고 입사일이 확정되면, 입사예정일 최소 한 달 전에 퇴직 의사를 밝혀야 한다. 간혹 이직 직전 퇴사를 공표하거나 서둘러 퇴사를 마무리하고 잠시 휴식을 가진 뒤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려는 이들이 있다. 조용히 이직을 진행하고 싶은 마음과 새로운 곳에 합류하기 전 잠시 휴식을 갖고자 하는 마음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회사 처지에서도 후임자를 찾는 등 업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를 진행할 때는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퇴직 의사를 밝혀야 한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하는데, 프로젝트 중간에 자신이 빠져버리면 남은 동료가 그 몫까지 감당해야 한다. 회사와 동료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다. 퇴사 전까지는 현재 회사의 직원이므로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알리고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 떠나는 자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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