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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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약속과 계약…또 한 해가 온다

시간의 시작과 끝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2-12-24 0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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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약속과 계약…또 한 해가 온다

    경북 포항 영일만 호미곶에서 바라본 일출.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한 해가 가면 어김없이 새해가 온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에서는 한 해의 시작이 1월 1일로 정해져 있다. 시간이라는 것은 결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흐르지만 사람들이 편의상 시작과 끝을 정해둔 것이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달력은 매우 과학적인 발명품이다.

    법에서도 시간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권리나 의무 등 모든 법적 요소에는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돈을 빌릴 때 “1년 안에 갚겠다”는 식으로 기간을 정해 약속하는 식이다. 그런데 12월 25일에 돈을 빌리면서 1년 내에 갚겠다고 한다면, 그다음 해 12월 24일까지가 1년인지, 25일까지가 1년인지 헷갈린다. 민법에서는 1년으로 기간을 정할 경우 첫날은 산입하지 않기 때문에 26일부터 기간이 시작되고(제157조), 다음 해 12월 26일 전일인 12월 25일 24시까지를 1년으로 규정한다(제159조). 1년은 보통 365일이지만 4년마다 찾아오는 윤년에는 366일이 되므로 하루가 차이 난다. 한편으로 2012년처럼 윤년 2월 29일에 ‘1년 후’라고 약속할 경우 다음 해 2월 28일까지를 의미한다. 윤년 이듬해 2월에는 29일이 없기 때문이다(민법 제160조 제3항).

    기간을 시간 단위로 정할 수도 있다. 24시간 동안 상대방의 일을 돕기로 계약하거나 하루보다 짧은 단위로 시간을 정하는 경우, 특약이 없는 한 그 즉시 기간이 시작된다. 예를 들어, 오후 3시에 ‘24시간’으로 기간을 정하면 그다음 날 오후 3시까지가 약속한 기간이다. 48시간으로 정하면 다음다음 날 오후 3시에 기간이 종료된다. 그러나 하루 이상의 시간 단위로 약속을 할 경우에는 해당일 종료시까지를 의미한다. 25일 오후 3시에 만나 ‘이틀’이라고 기간을 정하면 27일 자정까지가 유효한 시간이다. 마찬가지로 12월 25일 오후 3시에 만나 ‘한 달 후’라고 하면 1월 25일 자정까지가 정한 기간이고, ‘30일 후’라고 한다면 1월 24일 자정까지가 약속한 기간이다.

    달력에서 가리키는 하루의 시작은 오전 0시다. 보통 사람은 그 시간에 잠을 자지만, 군통수권을 갖는 대통령 임기의 시작과 종료를 생각하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조선시대에는 하루가 자시(밤 11시∼새벽 1시)로부터 시작됐다. 한밤중에 제사를 지내는 것도 제삿날이 시작되는 처음 시간에 맞춰 제를 올린 데서 비롯됐다. 하루의 시작은 법적인 것보다 종교적 의례와 더 관련이 깊다. 과거 이스라엘에서는 하루의 시작은 해가 질 때부터였다고 한다. 해가 지면서 하루가 시작되므로 그때부터 예배를 드렸다. 그 관습이 지금까지 남아 교회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성탄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하루 전부터 성탄을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성탄절 시작에 맞춘 것이다.



    한 해가 간다는 건 결국 새해가 온다는 얘기다. 한 해 첫 시간에 덕담을 나누는 것은 달력을 사용하는 곳 어디에나 있는 미풍양속이다. 새로운 출발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정말로 쉽지 않은 한 해였다. 그러나 어김없이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온다. 수많은 계약에서 정한 시간은 지금도 어김없이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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