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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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여경찰 부산에서 총 쏠 수 있나

영화 ‘도둑들’과 국제사법공조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2-11-26 10: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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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여경찰 부산에서 총 쏠 수 있나

    영화 ‘도둑들’ 한 장면.

    영화 ‘도둑들’을 보면 홍콩 여형사 줄리가 장물아비 웨이홍을 향해 총을 쏜 뒤 체포한다. 경찰이 범죄인을 체포하려고 그런 것이니 문제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모든 나라는 자국 영토 안에서 배타적 사법권과 경찰권을 갖는다. 예를 들어, 미국 범죄인이 중국으로 도망쳤을 경우 미국 경찰이 중국에 입국해 범인을 체포하는 것은 중국 측 양해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 경찰이 중국 영토에서 마음대로 총을 쐈다가는 중국 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도 있다.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현재 우리나라에 상주하는 외국인 규모도 전체 인구의 약 3%나 된다. 국제화시대다 보니 범죄 영역도 국제화하고 있다. 단일 국가의 사법권이나 경찰력으로 범죄에 대응하기보다 경찰 조직 간 연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인터폴’은 국제형사경찰기구(International Criminal Police Organization·ICPO)의 약칭으로, 각 국가가 참여한 일종의 국제기구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범죄인을 수사하거나 체포하는 것이 아니다. 평소엔 수사기법 향상을 꾀하고, 필요한 경우 수사정보를 교류한다. 예를 들어, 한국인 범죄자가 프랑스로 출국한 경우 한국 경찰이 개별적으로 프랑스 경찰과 접촉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보다 인터폴을 통하면 협조를 이끌어내기가 훨씬 수월하다. 하지만 체포는 각국 경찰이 담당한다.

    수사 및 재판 공조를 위해 각 국가는 다른 국가들과 필요한 범위 내에서 국제형사사법 공조조약을 맺는다. 우리나라도 이와 관련한 기본법으로 국제형사사법 공조법을 두고 수사, 재판, 집행에 대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물론 개별 국가와의 조약에서 특정 절차를 다르게 정하면 거기에 따른다(국제형사사법 공조법 제3조).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과 국제형사사법 공조조약을 체결했다.

    범죄인 인도법은 형사 절차 가운데 매우 중요한 범죄인 인도에 대해서만 규정한다. 구체적 사안은 개별 조약에서 달리 정할 수 있다(범죄인 인도법 제3조의 2). 국가 간 협력을 요하는 일이라 보통 수개월이 걸린다. 범죄조직이 국제화하는 것에 비하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별로 외국인 범죄를 담당하는 부서를 늘리고 있으며 향후 필요에 따라 정보 교환도 활발해질 것이다. 범죄인 체포는 신속해야 하지만, 범죄인 인도나 재판은 신중해야 하는 만큼 꼭 서두를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홍콩 여형사가 우리나라 부산항에서 총을 쏘며 웨이홍을 체포하는 장면이 관객에게는 크게 이상하지 않은가 보다. 하지만 사법공조를 하더라도 외국 경찰에게 발포 권한을 주는 것은 현실에서 매우 드문 일이다. ‘도둑들’에서 뽀빠이(이정재 분)가 “원래 법이라는 게 좀 느리지 않나”라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현실이 그렇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투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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