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3

2012.11.19

라운딩 후 부부관계 2배 좋아져

  • 김종업 ‘도 나누는 마을’ 대표 up4983@daum.net

    입력2012-11-19 11:1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라운딩 후 부부관계 2배 좋아져
    30여 년 전, 골프가 대중화하기 이전에 노년과 골프의 관계를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정년이 된 공무원 중에는 갑자기 퇴직해 스트레스가 쌓여 요절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연금액이 부도나지 않았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필자가 속한 집단인 군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70세 전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연금수령자가 얼마 안 돼 국고 걱정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골프가 대중화하고 군 골프장이 많이 생기면서 수명, 특히 건강수명이 늘어나 연금수령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이래저래 걱정인 것은 나라살림이지만, 개인 처지에서 보면 골프가 건강수명을 연장시킨 것이 분명하다. 연구결과는 없어도 느낌으로 안다. 골프가 어째서 건강에 좋은지는. 단, 건강골프와 사업골프, 돈놀이 골프는 구분해야 한다. ‘건강을 위해 골프를 친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는 사람만 이 글을 읽으시길.

    골프가 왜 건강에 좋은가. 운동 종류를 두 가지로만 나누면 고강도 운동과 저강도 운동이 있다. 보통 운동이라 하면 고강도 운동으로, 짧은 시간에 땀을 많이 내어 몸을 가다듬는 것을 말한다. 달리기나 웨이트트레이닝, 자전거, 등산 등을 통해 몸 안에 비축된 탄수화물을 태워 열을 내는 것이다. 반면, 저강도 운동은 몸을 움직이되 느릿하게 오래 움직이는 운동을 말한다. 이는 지방을 태워 몸 균형을 유지하는 운동으로, 오래하는 것이 비결이다. 등산의 경우, 고강도로 하는 것보다 느리게 오래하는 저강도 방법이 더 효과적인데, 지방을 태워 몸의 균형 상태를 잡아주기 때문이다. 걷는 것도 선비걸음으로 느릿하게 오래 걸으면 저강도 운동이고, 자전거 타기도 힘들이지 않고 천천히 오래 타면 저강도 운동이다. 땀이 나는지 안 나는지 모를 정도로 지속적으로 하는 운동, 즉 저강도 운동이 건강 비결이다. 고강도 운동은 근골피(筋骨皮)를 가다듬음이요, 저강도 운동은 정기신(精氣神)을 가다듬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몸을 움직이는 데 있어 한 가지 알려지지 않은 상식을 일러두고자 한다. 우리 눈에 비친 몸이 허공을 점유하는 게 아니라, 허공이 나를 이룬다는 사실이다. 극미세의 눈으로 세포 안을 들여다보면 허공이 내 세포의 근원인 것이다. 세포가 60조 개 있다지만 그 세포를 결합하는 힘은 어디에 있는가. 허공의 인력이 내 몸을 조합해 각각의 기능을 유지토록 에너지 분배와 용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그 힘은 누구에게 있는가. 바로 내 생각, 내 의식이 이를 조절하고 유지하며 파괴한다. 즉, 모든 운동의 근원은 목적과 방향에 맞게 내가 조절하는 것이다. 그리고 허공을 이루는 근원적인 힘이 바로 그 원천이다.

    그래서 운동의 일차적 목적은 목적성과 방향성이다. 움직임의 목적은 두 가지다. 먹이가 있는 곳으로 가라, 그리고 짝이 있는 곳으로 움직여라가 그것이다. 하지만 생존으로서의 운동성은 삶의 최종 목적인 영적 각성, 즉 깨달음으로 완성을 지향하라는 가치를 찾아 움직이는 것이다. 이 가치,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지를 찾는 것이 운동의 근본을 아는 것이다.



    답은 운동의 근원적인 목적, 내가 가진 원초적인 힘의 조절력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생각 에너지의 외부 표현을 몸으로 드러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여기에 삶의 신비가 다 있다. 생각 조절! 바로 운동으로 건강을 찾아가는 최고의 방법론인 것이다.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면 다른 생각이 들어오지 못한다. 오로지 몸 쓰임새 하나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잡념들이 태워지는 것이다. 생각의 집중으로 만든 것이 몸이기 때문에.

    격렬하지 않고 천천히 하는 운동은 잡념이 들어오지 않는가. 안 들어온다. 아니, 들어오기도 전에 몸은 이미 생각 조절력의 방향으로 진행해간다. 천천히 10km를 걷겠다고 작정하고 움직이는 순간 몸은 느림의 아름다움으로 바뀌어간다. 지방을 태울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은 이미 몸 조절력을 발동한다. 그래서 선인들은 이를 행선, 걸어 다니는 참선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득도 수단의 하나로 저강도 운동의 효용성을 받아들인 것이다.

    단순히 걷기를 행선이라고 할 수 있는가. 옛날 골프가 없을 때는 산에서 걷는 것을 최선이라고 했지만, 골프가 있는 오늘날에는 무념무상의 저강도 운동이 골프다. 10km를 넘게 걷는 걸음, 목적이 분명한 방향, 매 홀마다 휘두르는 허리운동이 연습스윙까지 포함해 10번은 넘는다. 라운딩이 끝날 때까지 회전운동이 200번을 넘는 것이다. 힘의 논리와 집중의 논리가 적절히 배합되고 여기에 정신의 이완까지 결합됐으니, 가히 신선이 되는 건강의 백미운동이다. 걷는 것 외에 허리 운동이 왜 건강에 좋은가.

    인체를 보통 삼등분해 상초, 중초, 하초라고 이름 붙인다. 두뇌가 상초고, 몸통이 중초며, 골반 이하부터가 하초다. 상초는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고, 중초는 이를 몸 전체로 순환시키며, 하초는 내뱉는 구실을 한다. 중초의 핵심은 심장이며, 하초의 핵심은 골반이다.

    질병의 90%는 중초의 가슴 막힘증, 즉 화병이나 우울증이다. 중초의 심장은 스트레스를 직접 받는 곳이어서 불기운을 막히게 해 머리로만 솟구치게 한다. 화난다, 열 받는다는 것이 가슴 답답증과 일치하는 것이다. 숨이 막히고 한숨을 자주 쉬는 사람은 대부분 화병에 걸렸다고 볼 수 있다. 하초가 막히면 변비가 생기고, 배와 손발이 차갑다. 가슴 막힘과 하초 막힘을 모두 푸는 방법은 회전운동이다.

    운동의 세 가지 몸 쓰임은 밀고 당기고 돌리는 것이다. 그것이 전부다. 이는 인체 구조와 기능적 특성이 우주의 힘과 조화를 이루기 때문인데, 평소 돌리는 운동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질병에 노출되기도 쉽다. 상하운동과 내뱉는 운동 위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리를 돌리는 운동, 이것이 건강의 비결이요, 골프가 진정한 운동이 되는 논리로 연결되는 것이다. 가슴을 돌리면 화병이 풀린다. 공을 때리면 인간의 근본적 본성, 파괴 본능을 충족할 수 있다. 허리를 돌리면 정력이 왕성해진다.

    이 세 가지, 밀고 당기고 돌리는 힘의 확인점이 허리다. 인체를 연결하는 맥, 바로 대맥이라 일컫는 허리둘레를 활성화해주면 온몸은 신비롭게도 조화를 이룬다. 허리힘으로 불리는 그곳, 내공의 근원적인 저축 지점, 신선들이 대환단이라고 불렀던 그곳에 힘을 비축하면 모든 건강이 활성화된다. 바로 단전이라고 부르는 그곳은 허리 움직임과 회전운동, 그리고 골반 강화로 이뤄진다.

    보통 사람은 하루 중 허리운동을 몇 분간 하기도 힘들지만, 골프는 한 라운드에 200번 정도 허리 회전운동을 한다. 골프를 마친 다음 허리 주변의 에너지를 느끼는 초감각 집중운동을 해보면 그 힘이 확실히 느껴진다.

    좀 뭣한 말이지만, 라운딩 후 부부관계를 해보라. 평소보다 2배의 힘이 확실히 느껴질 것이다. 한의학적으로 풀이하자면, 정력의 근원이 되는 신장 에너지가 배가되기 때문이다. 방광경 혈자리가 열려 대주천(大周天·에너지가 머리끝부터 발바닥까지 흐름)이 열린 상태가 된 것이다. 더해 열심히 걸은 결과 발바닥 중앙지점인 용천혈이 자극받아 인체 순환 건강의 최적상태가 되는 것이다. 옛날 새신랑이 신부와 합방하기 전 친구들이 발바닥을 때리는 풍습 또한 용천혈을 자극해 정력을 키우는 방법이었음을 아는지.

    걸어보라. 자연과 함께하며 대지를 숨 쉬면 내 세포가 그에 맞게 적응한다. 돌려보라. 인체가 존재하는 힘의 근원점을 알아 힘 있게 움직일 것이다. 집중하라. 생각 에너지의 무한한 힘을 느낌으로 알 것이다. 때려보라. 내재된 공격성이 분출하는 쾌감으로 화병이 사라질 것이다. 건강은 이를 조화롭게 할 때 유지된다. 골프라는 신의 놀이를 통해!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