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3

2012.11.19

2개월 사육 상식이 문제 핵심

횡성한우 판단과 죄형법정주의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2-11-19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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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개월 사육 상식이 문제 핵심
    ‘횡성서 2개월만 키운 소도 횡성한우?’ 요즘 언론에서 자주 접하는 문구인데, 국민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양이다. 최근 다른 지역 한우를 강원 횡성군에서 단기간 키운 뒤 도축해 판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동횡성농협 직원들에 대해 대법원이 “2개월 미만을 사육했더라도 횡성한우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유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한 데서 비롯한 논란이다.

    이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한우 판매 당시 국내 축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던 만큼 횡성군에서 일정 기간 사육한 소는 횡성한우로 볼 수 있다”며 대법원과 같은 취지로 무죄를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소를 이동시킨 후 2개월도 안 되는 기간 내에 도축한 경우는 사육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이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한바 있다. 대법원 판단에 대해 2심 재판을 맡았던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통신망에 ‘대법원이 교조주의에 빠져 이상한 판결을 내렸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파장이 더 커지고 있다. 대법원 결론이 일반상식에 어긋난다는 취지일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일반상식과 이번 대법원 판결의 괴리는 이 사건 재판이 형사재판이라는 데서 비롯한다. 정확히 말해 대법원이 판결한 내용은 “횡성서 2개월만 키운 소도 횡성한우로 인정한다”라는 것이 아니라, “당시 관련 농산물품질관리법 규정을 해석할 때 피고인들을 그러한 규정 위반으로 처벌할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형사적으로 누군가를 처벌하려면 해당 법규를 명확히 규정해야 하고, 이를 위반한 사실을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 또한 행위 이후 강화된 규정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이를 ‘죄형법정주의’라고 한다.

    농협 직원들에게 적용한 형사법규는 농산물품질관리법의 원산지 표시 규정이다. 그리고 시행령에는 원산지 판정 기준으로 ‘당해 동물이 사육된 시·도 또는 시·군·구’라고만 규정돼 있었다. 문제는 ‘사육’이라고만 돼 있고 사육 기간까지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해 5월에서야 농림수산부가 원산지 표시 요령에서 ‘도축일 기준으로 1년 이상 사육’된 소에 대해서만 해당 지역 지명을 쓸 수 있도록 해놓았다. 어떻게 보면 이전에는 단 하루라도 해당 지역에서 소에게 사료를 주고 관리했다면 ‘사육’에 해당할 여지도 있었던 것이다. ‘사육’을 해석할 때 누구나 기간 개념으로 명확히 구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이 횡성으로 문제의 소들을 데려와 관리한 기간이 최대 2개월이었다. 이 때문에 2심 재판부는 2개월 미만의 관리 행위는 사육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했고, 대법원은 2개월 미만이라고 무조건 ‘사육’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한 것뿐이다. 이러한 사안에서 언론이 ‘횡성서 2개월만 키운 소도 횡성한우’라는 타이틀을 뽑아낸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는 다른 곳에서 소를 데려와 바로 도축한 경우는 ‘사육’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하는 엄격한 해석의 원칙을 고려할 때, 불확정한 개념을 포함한 형사처벌 규정을 어느 정도까지 상식으로 보충할 수 있느냐와 관련해 견해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2심을 맡았던 부장판사는 ‘사육’ 개념을 해석할 때 2개월 미만이면 사육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며 이러한 상식으로 보충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 듯하며, 대법원은 형사처벌에서는 그러한 정도의 상식으로는 처벌 규정을 보충할 수 없다는 취지다.

    2심 판사가 대법원을 비판하면서 사용한 ‘교조주의’라는 문구는 일반상식을 넘어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는 죄형법정주의를 뜻하는 것일 게다. 만일 이번 사건이 형사재판이 아닌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민사재판으로 진행됐다면 횡성한우 여부 판단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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