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6

2012.09.24

약물중독보다 더 무서운 것은

프로포폴과 현대인

  • 글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2-09-24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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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물중독보다 더 무서운 것은
    현재 각국 정부는 정도 차이는 있지만 마약류 사용을 금하고 있다. 흔히 마약이라고 통칭하지만, 사람 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2000년 1월 12일 마약법,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대마관리법을 통합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 공포했다. 약물에 대한 규제를 통일하려는 차원이라고 한다.

    마약은 크게 중추신경억제제와 흥분제로 나뉜다. 아편, 모르핀, 헤로인, 알코올은 중추신경 기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마취 효과가 있어 가래를 억제하는 약으로도 사용한다. 코카인, 암페타민, 니코틴, 카페인은 일시적으로 신경계 능력을 배가하는 흥분제로, 약효가 떨어지면 상실감이 밀려온다.

    이전 마약법은 주로 흥분제를 규제했다. 중추신경억제제로서 마약류에 속한 것은 아편 정도다. 흥분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암페타민이다. 흔히 필로폰, 속칭 ‘뽕’이 그것이다. 정신착란을 일으킬 정도로 강력할 뿐 아니라, 소량으로도 중독될 수 있다. 중독 이후에는 복용량을 늘리게 되며 금단 증상이 심해 개인 의지만으로는 헤어 나오기 힘들다. 그 파괴력이 엄청나, 회복기 상실감 탓에 자기 아이를 오븐에 넣었다는 엽기적 실화가 전해질 정도다.

    중추신경억제제에서 대표적인 약물은 아편이다. 고통을 완화하고 일시적으로 위로를 준다는 측면에서 담배나 술과 유사하지만, 중독성이 있어 한 번 손대면 폐인이 되기 십상이다.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일으키진 않아 사회적 위험성은 비교적 낮다. 그런 이유로 일정 요건 하에서 아편을 허용하는 나라도 있다. 아편을 정제한 것이 모르핀이고, 거기서 중독성을 제거해 헤로인을 얻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모두 강력한 중독성이 있는 위험 약물로 분류한다.

    대마는 잎을 피우는데, 소량으로 강력한 효과를 내며, 사용량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담배와 유사해 보인다. 이 때문에 대마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다른 약물을 시도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어 통제한다. 실제로 많은 약물중독자의 출발점에 대마가 있었다. 그러나 대마를 했다고 모두 약물중독자가 되는 것은 아니고,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과거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은 마약이나 대마에 속하지 않으면서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을 규제했다. 주로 병원에서 사용하는 마취제와 거담제(감기약)가 그에 해당했다. 최근 문제가 된 흰색 프로포폴도 그중 하나다. 부작용이 비교적 적고 다른 약물보다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팝 황제 마이클 잭슨도 이 약물을 과다 투약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프로포폴은 신경이 예민하고 지친 사람에게 투여하면 잠을 이룰 수 있다고 하니 적절히 사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오·남용은 엄격히 금해야겠지만 프로포폴 투약자를 보면서 ‘뽕쟁이’를 보듯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최근 프로포폴이 이슈인 것은 현대인에게 그만큼 정신적 상처가 많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선조들은 길모퉁이에 핀 양귀비를 뽑아내지 않고 비상시 속병약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약물 오·남용은 약물 자체의 중독성보다 오히려 사회 전반의 건전성과 더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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