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3

2012.09.03

안전한 차 명성 이유 있었네

볼보 XC60

  •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입력2012-09-03 0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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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한 차 명성 이유 있었네
    시속 30km 이하로 주행하다 앞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추돌할 위험에 빠져도 볼보 XC60을 타고 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 시스템을 기본으로 탑재했기 때문이다.

    볼보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이 시스템은 전면 레이저 센서를 통해 6~8m 거리 이내에서 차량을 감지했는데도 운전자가 반응하지 않으면 1차 경고를 보낸다. 그래도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자동차 스스로 추돌 방지에 필요한 제동력을 계산한 뒤 연료 흐름을 막고 브레이크를 작동해 차를 멈춘다. 앞차와의 속도 차이가 15km/h 이하인 경우엔 추돌하지 않고, 그 이상이면 추돌은 피할 수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한다. 이는 XC60에 적용한 다양한 안전장치 중 하나일 뿐이다.

    장대비 속에서 돋보인 안전시스템

    볼보를 대표하는 CUV(Crossover Utility Vehicle) XC60 D5 모델을 시승하기로 한 날 아침부터 장대비가 퍼부었다. 전날 사진 촬영을 모두 끝내 가벼운 마음으로 시승만 하면 됐는데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갑자기 많은 비가 쏟아졌다. 시승 코스는 서울을 출발해 충북 청주시를 다녀오는 약 350km 구간.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지만 빗줄기는 좀처럼 가늘어지지 않았고, 시승을 포기할지 아니면 강행할지 결정해야 했다. 동행을 약속한 지인에게 의견을 물으니 ‘볼보=안전’이라는 공식을 믿고 계획대로 출발하자고 한다.

    만약 시승 도중 운전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리면 쉬거나 돌아오기로 약속하고 운전석에 올랐다. 비가 많이 내리면 평소보다 몇 배는 더 긴장한 상태로 운전해야 해 피로는 배가된다.



    과거 볼보는 투박하고 지루하며 딱딱한 이미지를 가졌다면, 최근엔 역동적이고 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바뀌고 있다. 직선을 사용해 각이 졌던 외형은 유선형으로 바뀌었고, 실내도 다양한 색상을 채택해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했다. 스타일보다는 안전성을 우선시하는 중·장년이 아닌, 유행을 앞서 가는 젊은이가 선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변신했다. 이를 증명하듯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 중 ‘이클립스’에서 주인공 에드워드가 XC60을 타고 등장한다. 영화 덕분에 볼보에 대한 젊은이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강철 프레임 덕에 안전하지만 무게감

    거센 빗줄기를 뚫고 차량을 서울 도심에 있는 고속화도로에 올려놓았다. 비 때문에 최고속도 40km/h를 넘기지 못하고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막상 출발하니 굵은 빗줄기에도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불안하지 않았다. 빗물에 시야가 좁아져 차선이탈경고 시스템(LDWS)과 사각지대정보 시스템(BLIS)이 연신 작동해 신경 쓰였지만, 최소한 안전 장치들만 잘 이용해도 사고는 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앞섰다.

    서울을 벗어나 중부고속도로 오창IC 부근을 지나면서 비가 그치고 도로에 물기가 말랐다. 지루한 저속운전에서 벗어나 모처럼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았다. 묵직한 가속감이 발끝에서부터 전해오며 속도가 올라갔다. 투툭 치고 나가는 즉각적인 가속은 아니지만 비교적 빠르게 속도가 올라갔다. 이 차는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8.3초에 도달한다. 2t(공차 중량 1940kg)에 달하는 무게를 감안한다면 결코 나쁜 수치가 아니다.

    볼보는 안전을 위해 차량 곳곳에 묵직한 강철 프레임을 사용해 충돌 시 발생하는 강한 충격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한다. 그 덕에 동급 경쟁차보다 무거워졌지만 사고발생 시 안전만큼은 그 어떤 차도 따라오기 힘들다. 차체가 무거워지면 연료 효율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차의 정부 공인연비는 13.9km/ℓ이다. 디젤엔진을 장착한 동급 수입차들이 20km/ℓ대에 근접하는 것과 비교하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안전을 위한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나쁘진 않다.

    안전한 차 명성 이유 있었네
    누구나 쉽게 운전할 수 있도록 세팅

    XC60은 2401cc 직렬 5기통 트윈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15마력, 최대토크 44.9kg·m의 힘을 낸다. 엔진회전수 1500~ 3000rpm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하도록 설계해 저속에서부터 강한 힘으로 운전에 재미를 더한다.

    파워트레인은 수동 겸용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고, 접지력을 네 바퀴에 골고루 분배해 최적의 주행성능을 유지하는 상시 사륜구동을 채택했다. 브레이크 에너지 재생 기능도 있어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하거나 주행 중 가속 페달을 밟지 않을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배터리로 충전해 2~3% 연료절감 효과를 낸다.

    처음에 운전하면서 스티어링 휠이 조금 가볍게 돌아간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빗물의 영향이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마른 도로를 지날 때도 가벼움은 여전했다. 이는 요즘 출시되는 가족형 자동차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여성 등 가족 누구나 편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스티어링 휠을 비교적 가볍게 세팅하는 것이다. 이 차는 운전자 취향에 따라 주행모드를 컴포트(Comport), 스포츠(Sport), 어드밴스(Advan ced) 등 3단계로 설정가능한 속도 감응형 스티어링 휠을 적용해 무게감을 조절할 수 있다. 디젤엔진이지만 고속이나 저속 모두에서 정숙성이 뛰어났다.

    몇 가지 작은 불편함도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차량 정보를 알려주고 기능들을 제어하는 시스템이 모두 영문이어서 조작이 불편했다.

    몇 가지 소소한 불편은 아쉬워

    XC60에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안전시스템이 숨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접지력 제어(DSTC) 시스템으로, 스티어링 휠 움직임과 타이어 회전을 비교해 미끄러질 위험이 감지되면 엔진 출력을 줄이거나 바퀴에 브레이크를 걸어 사고를 방지한다. 이 밖에 운전자경고 시스템(DACS), 전복방지 시스템(RSCS), 지능형운전자 정보 시스템(IDIS), 액티브벤딩라이트(ABL), 경추보호 시스템(WHIPS), 측면보호 시스템(SIPS)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다양한 안전 장치를 적용했다.

    청주에 도착했을 때 멀쩡했던 하늘이 휴식을 취한 후 서울로 출발하려 하자 다시 장대비를 쏟아냈다. 판매가격은 D5 5550만 원, 가솔린엔진 T6은 6900만 원이다.

    안전한 차 명성 이유 있었네

    볼보 XC60 실내는 운전자가 조작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비대칭형의 전통을 따른다(왼쪽). 사각지대정보 시스템(BLIS)은 안전성을 대표하는 볼보의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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