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0

2012.08.13

청소년 보호? 소도 웃을 일

인터넷에 올리는 뮤직비디오 심의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2-08-13 13: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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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보호? 소도 웃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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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음악 관계자들은 현 정권의 대중음악 정책 때문에 뒤통수를 잡곤 한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청소년 유해 콘텐츠를 심의한다며 가사에 ‘술’이나 ‘담배’가 들어가는 노래에 유해 판정을 내린 데 이어, 이번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가 뮤직비디오에 전면적 등급 심의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의 핵심은 TV에서 방송하는 뮤직비디오는 방송국 자체 심의에 맡기되, 인터넷에 올라오는 모든 뮤직비디오는 심의하겠다는 것이다. 8월 18일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면 사전 등급 심의를 받지 않은 뮤직비디오의 인터넷 게재가 불가능해진다. 이를 위반하면 2000만 원 벌금이나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하지만 한국의 음악 현실에서 TV에 방송하려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많은 뮤지션이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건 인터넷이라는 창구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음원 사이트, 그리고 유튜브를 비롯한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신곡을 홍보하는 것은 이제 필수 과정이다. 1980년대 MTV 개국 이후 음악은 ‘듣는’ 것을 넘어 ‘보는’ 것이 됐다. 시각적 자극이 함께할 때 음악에 대한 청취자의 집중력을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뮤직비디오를 대상으로 등급 심의를 하겠다는 것은 1996년 폐지한 사전 심의제도를 부활하겠다는 논리다. 문광부의 구실은 대중문화의 진흥에 있을 터인데, 실제로는 대중문화 퇴행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

    뮤직비디오는 원래 뮤지션이 모든 TV 방송에 출연할 수 없는 상황에서 TV를 통해 음악을 홍보하려고 찍었던 영상물이다. TV를 제외하면 집에서 음악 영상을 볼 수 없었던 시대의 개념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디지털 시대가 됐다.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음악 영상물은 이러한 프로모션용 뮤직비디오로 끝나지 않는다. 음악 소비자들이 만든 UCC는 물론, 영상 전공 학생들이 만든 졸업 작품, 그리고 영상아티스트들이 뮤지션과 함께 제작한 고품질 라이브 영상까지 뮤직비디오에 속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



    물론 문광부가 시행하겠다는 뮤직비디오 심의는 그 대상을 ‘음반, 음악영상물 제작업, 배급업, 판매업 및 온라인 음악서비스 제공업을 담당하는 사업자’로 규정하고, 그 목적을 청소년 보호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가 아닌 뮤지션 개인이 잔혹하거나 선정적인 뮤직비디오를 업로드한다면 청소년은 보호되는가. 더 나아가 청소년이 기존 음악으로 잔혹하거나 선정적인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올린다면? 포털사이트 역시 음악서비스 제공업을 담당하니 사전 심의를 통해 ‘청소년 보호’가 가능할 거라고? 이 지점에서 큰 웃음이 나온다. 해외에 서버를 둔 유튜브는 사전 심의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문광부는 유튜브는 ‘온라인 음악서비스 제공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한국 정부가 미국 유튜브를 제재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임을 짐작할 수 있다. 과거에 유튜브 업로드 영상을 심의하려다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된 바 있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문광부에서 야심차게 발표한 뮤직비디오 등급 심의는 국내 가수, 국내 사업자, 무엇보다 국내 사이트만 제재할 뿐 해외 뮤지션, 해외 사업자, 해외 사이트에는 일말의 영향력도 미치지 못한다. 여기서 생각해보자. 과연 한국 뮤직비디오 가운데 청소년에게 유해할 만큼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작품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그런 뮤직비디오는 해외에서 주로 만들어지지 않던가. 이쯤 되면 이 제도가 뭘 위해 시행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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