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9

2012.08.06

오늘 밤 나도 별을 노래해볼까

서울 종로구 ‘윤동주 문학관’에 가면 詩心이 저절로

  • 김민지 인턴기자 이화여대 경영학과 4학년 kimminzi4@naver.com

    입력2012-08-06 13: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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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밤 나도 별을 노래해볼까
    ’새로운 길’은 시인 윤동주(1917~45)가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해 처음으로 쓴 시다. 당시 그는 서울 종로 누상동에 하숙하며 매일 아침 집에서 인왕산 중턱까지 산책하고, 인왕산에 올라 시정(詩情)을 다듬었다. ‘새로운 길’뿐 아니라 ‘별 헤는 밤’ ‘자화상’ ‘쉽게 씌어진 시’ 등 대표작들을 바로 이 시기에 썼다.

    인왕산 자락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올라서면 이곳에서 길을 거닐고 별을 셌을지도 모를 윤동주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아쉬운 마음에 언덕을 따라 걸어 내려오니 윤동주의 순결한 시심(詩心)을 상징하는 듯한 순백의 건물이 보인다. 바로 종로구가 7월 25일 개관한 ‘윤동주 문학관’으로, ‘인간 윤동주’의 시세계가 펼쳐지는 공간이다. 종로구가 90㎡ 규모의 용도 폐기된 가압장과 물탱크 자리를 활용해 만들었다. 시인이 살았던 당시 시대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1년 넘게 수십 차례 검토한 후 건축설계를 진행했다고 한다.

    윤동주 문학관은 ‘시인채’ ‘열린 우물’ ‘닫힌 우물’ 등 3개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제1전시관인 ‘시인채’에는 시인 윤동주의 일생을 따라 친필 원고 영인본과 당시 그의 사진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자신이 쓴 작품 밑에 작품을 쓴 연도와 날짜, 서명을 써놓고 소중히 보관했던 윤동주의 세심함이 엿보인다.

    제2전시관인 ‘열린 우물’은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 등장하는 우물에서 모티프를 얻어 공간 윗부분을 시원하게 개방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자화상’ 중에서



    물탱크의 습기와 물 흔적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어 시간 흐름과 기억의 퇴적이 느껴지기도 한다.

    제3전시관인 ‘닫힌 우물’은 용도 폐기된 물탱크를 원형 그대로 보존해 만든 공간이다. 이곳은 유난히 어둡고 고요해서 시 ‘참회록’의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침묵하고 사색하던, 그리고 자신의 욕됨을 참회하며 고뇌하고 괴로워하던 윤동주를 만나는 공간이다. 그럼에도 이 어두컴컴한 공간에는 한 줄기 밝은 빛이 들어오도록 건축했다. 시인이 마지막 순간까지 보고 싶어 하던 빛을 의미하는 걸까.

    건물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하늘과 바람과 별을 가득히 담은 정원 ‘별뜨락’이 있다. 별을 세던 시인의 낭만과 감성이 전해진다. ‘윤동주 문학관’에서의 하루는 작품 공간에서 소년 윤동주와 청년 윤동주를 만나는 시간이다.

    무엇보다 원래 이곳에 있던 가압장은 느려지는 물살에 압력을 가해 다시 힘차게 흐르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윤동주 문학관도 우리 영혼의 가압장이다. 세상사에 지쳐 타협하며 흐려지는 우리 영혼에 윤동주의 시는 아름다운 자극을 준다. 영혼의 물길을 정비해 새롭게 흐르게 할 것이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서시’ 중에서

    오늘 밤 나도 별을 노래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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