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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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서비스’ 방아쇠 당겼다

포스코, 9월부터 구글 클라우드 도입…이통 3사와 기업은 관망 중

  • 문보경 전자신문 부품산업부 기자 okmun@etnews.co.kr

    입력2012-07-09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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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우드 서비스’ 방아쇠 당겼다
    포스코가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키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정보기술(IT) 업계에 큰 파란이 일었다. 포스코는 9월부터 순차적으로 업무용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모두 구글 서비스로 교체할 계획이다. 구글 하면 검색이나 G메일처럼 개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구글은 이미 기업용 시장에 깊숙이 진입해 있다. 해외에서는 비즈니스용 구글앱스라는 이름으로 기업용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구글이 국내에서는 맥을 못 추지만, 포스코 소식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특히 전통산업의 대표주자인 철강기업 포스코가 구글과 손잡고 첨단 IT를 도입한다고 하니 업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먼저 포스코는 일차적으로 구글 검색 서비스 ‘구글 서치 어플라이언스(GSA)’를 도입했다. GSA는 구글의 기업용 검색엔진이다. 사내에 있는 문서나 각종 지식 데이터를 검색할 때 사용한다. 포스코는 이어 이메일과 일정관리, 문서관리 기능 등을 제공하는 ‘구글앱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구글앱스는 자신의 개인용 컴퓨터(PC)에 파일이나 프로그램을 내려받는 방식이 아니라 웹에 접속해 모든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당연히 사내 서버도 필요 없다. 포스코가 구글앱스를 통해 이용할 이메일, 일정관리, 문서관리, 전자결재 같은 기능은 미국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한다.

    포스코는 내년에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전사 자원 관리(ERP)나 공급망 관리(SCM) 등의 시스템에 적용해 운영할 예정이다. 포스코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함에 따라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확산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내 기업 도입에 소극적

    클라우드 서비스의 기본은 인터넷을 통해 IT 자원을 공유하는 것이다. PC에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저장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나 단체의 서버에 접속해 이용하는 방식이다. IT 자원이 구름 뒤에 감춰진 것과 같다고 해서 클라우드 서비스라고 부른다.



    서버나 소프트웨어를 직접 구입해 사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저렴한 것이 강점이다. 초기 구축비용에 대한 부담이 덜하고 운영에 대한 책임도 없다. 매달 사용료만 내면 첨단 시스템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그 대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대단위 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운영해야 한다.

    ‘클라우드 서비스’ 방아쇠 당겼다

    KT 클라우드 기반 운행 기록계.

    클라우드 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5년도 더 된 일이다. 그럼에도 국내에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더디게 도입했다. 기존에 구축해놓은 시스템이 있어 교체 수요가 일어날 때를 기다려야 할 뿐 아니라, 전체 시스템 구조를 뒤집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이 도입을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탓도 있었다.

    대기업은 더 신중했다. 생산제품에 들어가는 정보와 기술이 구글이나 기타 서비스 기업에 종속되리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은 무엇보다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고 설득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여야 했다. 이 때문에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신사업으로 추진했지만 아직까지는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비용 저렴하고 책임 부담 없어

    KT는 ‘유클라우드비즈’, SK텔레콤은 ‘T클라우드비즈’, LG유플러스는 ‘U+클라우드N’을 내놓고 서비스 중이다. KT는 지난해 3월 KT 유클라우드 서버 서비스를 출시했으나 현재 1300여 개 기업이 이용하는 정도다. SK텔레콤 역시 서비스 출시 1년 만에 1000여 가상머신(VM)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스코의 과감한 시도는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확산에 불을 지피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동통신 3사도 국내에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며 낙관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기업도 한국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구글코리아는 최근 구글 엔터프라이즈 사업의 국내 공식 출범을 알렸다. 또한 구글은 국내 기업 및 기관들의 클라우드 서비스 확립을 돕기 위해 국내 전담팀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구글 서치 어플라이언스(GSA), 비즈니스용 구글앱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엔진, 클라우드 스토리지, 비즈니스용 지도 API, 지도 엔진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종류의 기업용 제품을 국내에 소개했다. 구글 관계자는 “현재 비즈니스용 구글앱스를 사용하는 고객사는 전 세계적으로 400만 개가 넘으며 구글은 매일 5000개 이상의 기업들과 새롭게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6월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윈도 애저(Azure)’를 국내에 선보였다. 2010년 1월 미국에서 공식 출시한 뒤 2년 반 만에 국내에서도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다. 윈도 애저는 MS의 차세대 개발 플랫폼으로,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다. 윈도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주로 기업이나 개발자가 대상이다.

    한국MS는 그동안 세 차례 이상 서비스 출시 시점을 연기했다. 이미 40여 개 나라에서 서비스를 진행하지만 국내 서비스 출시에 소극적이었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베타 버전을 시범 적용하거나, 현지 해외법인을 통해 윈도 애저 정식 서비스를 업무에 활용했다.

    인프라 위주로 제공하는 윈도 애저 IaaS는 768GB 메모리, 20GB 디스크 기준 한 달 사용료가 9.36달러다. 개인용 서비스로 단순 데이터베이스(MS SQL서버) 서비스를 이용하면 한 달에 5달러(100MB 기준)만 내면 된다. MS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체 컴퓨팅 자원을 이용해 앱을 개발하는 것에 비해 총소유비용(TCO)을 30∼50%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로 유명한 미국의 오라클도 국내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오라클은 최근 새로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인 ‘오라클 클라우드’를 선보였다.

    클라우드 서비스 확산은 기업이 사용해온 기존의 IT 시스템을 교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며 변신에 나선 기업들에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리지만, 상당수 IT 기업은 침울한 모습이다. 업무용 시스템의 일부 기능을 패키지 소프트웨어로 개발해온 국내 중소기업들 처지에서는 고객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서버나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에 집중되면 중소기업들이 설 땅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IT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들이 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재빨리 새로운 시장을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틈새시장을 발굴하거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협력해 클라우드 서비스 비즈니스를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이 매달 몇만 원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같은 소프트웨어로 경쟁할 경우 살아남을 수 없다”며 “재빨리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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