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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길의 놀라운 편집의 힘

핵심 가치에 집중 치열하게 묻고 공부

다산의 편집력

핵심 가치에 집중 치열하게 묻고 공부

핵심 가치에 집중 치열하게 묻고 공부

전남 강진군 다산기념관에 전시된 다산 초상.

다산(茶山 丁若鏞·1762∼1836)은 공부의 대가다. 판에 박힌 조선 선비가 아니라, 서서히 동트는 인본주의 시대를 예감했던 선각자이자 실용을 뛰어넘는 조선 후기 개혁사상가였다. 그의 세상읽기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이었다. 서책을 대할 때도 그저 읽지만 말고 중요한 것은 채록하면서 깊이 읽으라고 했다. 갈래를 나누고 체계를 세워 정보를 계통화하라고 자손들에게 일렀다. 다산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핵심 가치에 집중했다. ‘이것은 무슨 일인가’ ‘이것을 왜 하는가’ ‘어떻게 해야 할까’를 자문하면서 작업 성격을 파악했고, 목표를 설정한 후 설계도를 구체적으로 그렸다. 목차를 나눠 세목을 분류함으로써 허술함과 애매모호함을 예방했다. 격물치지의 모범 사례를 제시했다. 다산의 공부법은 편집력 그 자체였다. 다산 전문가인 정민 한양대 교수가 출간한 ‘다산선생 지식경영법’(김영사), ‘다산어록청상’(푸르메)을 통해 현대인의 글공부 방법을 알아본다.

◆ 삶은 문장을 얻는 과정…문장을 얻는 이치

사람이 문장을 지님은 초목에 꽃이 피는 것과 같다. 나무를 심는 사람은 처음 심을 적에 뿌리를 북돋워 줄기를 안정시킨다. 이윽고 진액이 돌아 가지와 잎이 돋아나 꽃이 피어난다. 꽃은 갑자기 얻을 수가 없다. 경전을 연구하고 예법을 연구해 진액이 돌게 하고, 널리 듣고 예를 익혀 가지와 잎을 틔워야 한다. 이때 깨달은 바를 유추해 이를 축적하고, 축적된 것을 펴서 글을 짓는다. 이것을 일러 문장이라 한다. 문장은 갑작스레 얻을 수가 없다.

◆ 시를 지을 때 두 가지 어려움

시에는 두 가지 어려움이 있다. 글자를 조탁하고 구절을 단련함을 정밀하고 익숙하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사물을 체득하고 정감을 그려내는 미묘함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다만 자연스러움이 첫 번째 어려움이고 해맑으면서 여운이 있게 하는 것이 두 번째 어려움이다.



◆ 허튼 공부를 하지 말고 진정한 공부를 하라

널리 배우고, 따져 물으며, 곰곰이 생각하고, 명백히 분별하고, 독실하게 실행하는 것이다. 오늘날 학문을 하는 것은 널리 배우는 것 한 가지뿐이다. 따져 묻는 것 그 이하로는 마음에 없다. 무릇 한나라 때 유학자의 주장에 대해 그 핵심을 묻지도 않고 그 지향하는 뜻을 살피지도 않는다. 다만 신봉할 뿐이다. 가까이는 마음을 다스리고 성품을 다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멀리는 세상에 보탬이 되고 백성을 좋게 하기를 구하지 않는다. 오직 스스로 널리 듣고 기억력이 좋으며 글 잘 짓고 말 잘하는 것만 뽐내면서 온 세상을 비루하다고 얕잡아볼 뿐이다.

◆ 숙독해 뜻을 얻고 떠오른 것은 메모하라

옛날에는 서책이 많지 않아 독서는 외우는 것에 힘을 쏟았다. 지금은 서책이 집을 가득 채워 소가 땀을 흘릴 지경이니 어찌 모두 읽을 수 있겠는가. 다만 ‘주역’ ‘서경’ ‘시경’ ‘예기’ ‘논어’ ‘맹자’는 마땅히 숙독해야 한다. 그러나 강구하고 고찰해 정밀한 뜻을 얻고, 떠오른 것을 그때그때 메모해 기록해야만 실제로 소득이 있다.

◆ 핵심을 추릴 때 취사선택 기준을 먼저 잡아라

서책의 핵심을 추려내는 초서(書)의 방법은 먼저 내 학문이 주장하는 바가 있은 뒤에 저울질이 마음에 있어야만 취하고 버림이 어렵지 않다. 무릇 한 권의 책을 얻더라도 내 학문에 보탬이 될 만한 것은 채록해 모으고, 그렇지 않은 것은 눈길을 주지 않는다. 비록 백 권의 책이라도 열흘 공부 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 나에게도 오래 품지 못하는 경박한 단점이 있다

내게는 평생 큰 병통이 있다. 무릇 생각한 바가 있으면 글로 쓰지 않을 수가 없다. 글로 쓰고 나서는 남에게 보여주지 않을 수가 없다. 생각이 떠오르면 붓을 당기고 종이를 펴서 잠시도 머뭇대지 않는다. 다 쓰고 나면 친소를 따지지 않고 사람에게 급히 전해 펼치려 한다. 그래서 한바탕 말하고 나서는 내 마음속 글 상자에는 한 가지도 남길 만한 것이 없음을 깨닫곤 한다. 점검해보니 이것이 모두 경박하고 얄팍한 것이 빌미가 된 것이다. 온축하고 간직함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주간동아 2012.07.02 844호 (p65~65)

  •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harri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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