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4

2012.07.02

“내게 있는 것 나눠주니 행복이 점점 자랐어요”

행복나눔인 보건복지부장관상 수상한 성연미 봄온아카데미 원장

  • 최호열 전략기획팀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12-07-02 1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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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있는 것 나눠주니 행복이 점점 자랐어요”
    보건복지부(장관 임채민)는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나눔 실천으로 사회적 귀감이 되는 이들을 발굴해 ‘행복나눔인’상을 시상하고 있다. 6월에는 전 프로야구 선수 양준혁 씨, 탤런트 정일우 씨와 함께 성연미 봄온아카데미 원장이 ‘행복나눔인’으로 선정돼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수년째 학생, 강사들과 함께 나눔을 실천해온 공로를 인정받은 것.

    봄온아카데미는 대표적인 아나운서 지망생 교육기관으로 손꼽힌다. 전현무, 오정연, 이지애, 박지윤, 이정민, 박은영(이상 KBS), 나경은, 문지애, 허일후(이상 MBC), 박선영, 김환, 김일중(이상 SBS) 등 2004년 이후 방송 3사 합격자만 60여 명에 이른다. 지역방송사, 케이블방송, 리포터, 기상캐스터까지 포함하면 1600명이 넘는다.

    신촌교육원에서 만난 그에게 축하인사를 건네자 “부끄러워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수줍게 웃었다.

    “남에게 인정받으려고 한 일도 아닌데 상을 준다고 넙죽 받는 것도 그렇고, 더구나 큰일을 한 것도 아닌데 상을 받는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수상식이 있는 날이 마침 재능봉사를 하러 가는 날이었어요. 봉사를 핑계 삼아 시상식 참석을 피했죠.”

    무료 배식·녹음 봉사에 열심



    그가 밥퍼나눔운동과 인연을 맺은 건 봉사여행을 통해서였다고 한다. 지인을 따라 봉사여행을 간 곳이 다일공동체에서 만든 캄보디아 현지 단체였던 것.

    “매일 아침 빵 2000여 개를 만들어 일대 학교 학생들과 주민에게 나눠주는데, 충격을 받았어요. 사람들이 빼곡히 줄을 서서 빵을 받아가는데, 한 어린애가 받은 빵을 안 먹고 가져가려 하는 거예요. 왜 안 먹느냐고 물었더니 집에 몸이 아파 움직이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갖다드릴 거라고 하는 거예요. 그 말에 왈칵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것만이 아니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해 땟국물이 흐르는 지저분한 아이들을 선교사들이 안아주고 뽀뽀하면서 무척 예뻐하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엔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일부러 저러는 거 아냐’ 싶었지만, 일주일을 함께 지내면서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경험이 내 삶을 흔들어놓았어요. 지금까지 나 하나 잘살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왔는데 ‘이게 아니구나, 함께 잘살아야겠다, 내게 있는 걸 나눠주는 삶이 더 행복한 거구나’ 하는 걸 알게 된 거죠.”

    이 일을 계기로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결식자에게 밥을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강의를 통해 학생들을 좋은 아나운서의 길로 이끌어주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내 힘으로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해주는 것도 또 다른 기쁨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처음엔 혼자 시작했지만 곧이어 남편과 아이들이 동참했어요. 3년 전부터는 학생들에게도 제안해 함께 하고 있죠. 한 달에 한 번 20명 정도씩 참여하고 있어요. 새로 들어오는 학생이 월평균 20명이니까 수료하기 전에 적어도 한 번씩은 참여한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재료 다듬는 것에서 시작해 음식 400명분을 만들고, 나눠주고, 설거지까지 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어요. 그래서 지속적으로는 못 하지만 한 번 하고 나면 다들 뿌듯해하죠.”

    그는 또한 학생들과 함께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손소리 강서점자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책 내용을 녹음하는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여기에 참여하려면 직접 시각장애인 체험을 해야 한다. 눈을 가리고 시각장애인용 지팡이에 의지해 계단을 오르고 길도 걸어본다. 안 보이는 그 느낌을 조금이라도 알아야 책 한 줄을 읽어주더라도 내용을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명씩 팀을 꾸려 3개월씩 봉사하고 있어요. 낭독 연습도 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것도 배우고, 나중에 좋은 경력도 되니까 학생들에겐 일석삼조인 셈이죠.”

    처음엔 그의 제안으로 시작했지만 이젠 학생들이 앞장서 팀을 꾸려 활동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항상 신청자가 넘친다고.

    그의 나눔활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강사들과 함께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장애인들을 위한 무상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2006년부터 매년 가을 10명 정도 선발해 2개월 동안 발성에서부터 발음, 방송지식 등 아나운서로서 필요한 기초지식을 가르친다. 수료생들은 현재 복지TV 등 장애인 관련 방송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라고 한다.

    장애인 무료 아나운서 교육도

    “내게 있는 것 나눠주니 행복이 점점 자랐어요”

    성연미 원장은 장애인 무료 아나운서 교육 등 재능봉사뿐 아니라 무료 급식 자원봉사도 학생들과 함께 해오고 있다.

    “장애인을 가르치는 것이 비장애인을 가르칠 때보다 훨씬 어려워요. 섬세해야 하거든요. 강사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기부하는 것이라며 애착을 갖고 열심히 하니까 고맙죠.”

    장애인들이라 가슴 짠한 사연도 많다. 그는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여학생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온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말만 할 수 있는 1급 중증장애인이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아나운서가 꿈이었는데, 용기가 없어 도전을 못 했대요. 그런데 장애인이 돼 꿈을 이루게 됐다며 활짝 웃는데, 그 미소가 무척 아름답게 느껴지더라고요.”

    젊은이들이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이유는 TV에서 보는 화려함과 인기를 얻고 싶다는 욕망이 크게 자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왜 이런 활동을 해야 하나’ 하는 수강생들도 있을 터.

    “아나운서는 단순히 직업으로 방송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재능과 끼로 우리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나운서의 가치 가운데 모두 함께 잘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공익성이 있어요. 저는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믿어요. 적어도 저에게 배운 학생들은 품성과 인성을 제대로 갖춰 방송의 진정한 가치를 구현하는 아나운서가 되길 바라요. 수강생들도 이런 제 생각을 잘 알고 있어요. 지금은 취업 준비하느라 봉사에 더 많이 참여하지 못할 뿐이지 호응은 좋아요. 수료 후 합격한 친구들은 좋은 일이 있으면 많이 불러달라고 하고요.”

    그는 앞으로도 나눔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2년 전부터 마술도 배우고 있다. 현재 마술 10개 정도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지만 기술을 더 익혀 고아원이나 양로원, 노숙자 모임에서 마술을 통해 희망을 나누고 싶다고 한다. 나눔을 향한 그의 욕심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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