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4

2012.07.02

박근혜 굿 뉴스로 SNS 꽉 잡아라?

트위터·페이스북 등 조직적인 홍보 준비, 출마 선언 후 본격 가동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2-07-02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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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굿 뉴스로 SNS 꽉 잡아라?

    ‘박근혜미디어’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미디어 기부에 대한 안내문.

    2010년 4월 8일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우리 모두가 바라는 대한민국의 지도자, 누구일까요’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당시 국내에서는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직후였고,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교과서를 배포해 논란이 한창이던 시점이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지도자’에 대한 물음에 답이라도 하듯, 그로부터 12일 뒤인 4월 20일 유튜브에는 ‘인간 박근혜’ ‘정치인 박근혜’ ‘국민과 함께’ ‘글로벌 리더십’ 등의 제목이 붙은 동영상이 연거푸 올라왔다. 6월 30일에는 전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의원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반대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올라왔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7월 6일에는 ‘신뢰와 약속의 정치’라는 제목으로 1998년 박 의원이 국회의원에 당선한 이후 12년 동안 걸어온 정치 역정과 행보를 담은 동영상이 올라왔다.

    유튜브에 올라온 박 의원 관련 동영상 하나하나는 2~3분짜리 짧은 영상이지만, 영상을 올린 시점과 각각의 동영상이 담은 메시지를 한데 묶으면 ‘우리 모두가 바라는 대한민국의 지도자=신뢰와 약속의 정치인 박근혜’라는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박근혜미디어’ ‘친근혜’ ‘호박’

    박근혜 유튜브 계정(www.youtube.com/ pgh545)은 2010년 4월 이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계정이 처음 만들어진 날은 2008년 2월 24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이자 이명박 대통령 취임 하루 전날 박 의원은 5년 뒤를 준비하며 전 세계에 열려 있는 동영상 공유 계정을 만든 것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박근혜 홍보’는 유튜브 동영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몇 년 전부터 20~40대의 가장 활발한 소통 창구로 각광받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박근혜 알리기’의 선봉장으로 활용할 준비를 마쳤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식 홈페이지(www.parkgeunhye.or.kr) 우측 중간에는 그와 관련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한 번의 클릭으로 바로 접속할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았다.

    홈페이지 섹션에는 ‘새누리당’ ‘호박’ ‘박근혜미디어’가, SNS 섹션에는 ‘미니홈피’와 박근혜 트위터 ‘gh_park’, 페이스북 계정 ‘친근혜’, 의원실 트위터 ‘pgh545’가 링크돼 있다. Movie·Photo 섹션에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와 야후가 운영하는 사진 공유 사이트 ‘플릭커’, KT가 운영하는 ‘올레 생중계’를 링크해놓았다.

    홈페이지 섹션 가운데 ‘호박’(www.hopa rk.net)은 좋아할 호(好)자에 박 전 위원장의 성 박(朴)자를 따서 만든 팬클럽 포털사이트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팬클럽은 2007년 대통령선거(이하 대선) 전부터 활동해온 ‘박사모’를 비롯해 ‘뉴박사모’ ‘박사모전국연합’ ‘근혜동아리’ ‘근혜동산’ 등 17개다. ‘호박’에는 팬클럽 외에도 ‘박근혜스토리’ ‘추천UCC’ ‘역사인터뷰’ ‘선플 PARK’ 등 박 전 위원장 관련 사이트도 함께 링크해놓았다.

    박 전 위원장 홈페이지 가운데 가장 차별화된 사이트는 ‘박근혜미디어’다. 박근혜미디어는 말 그대로 박근혜 한 사람을 위한 온라인 홍보창구로, ‘정치자금’을 후원하듯 ‘미디어 기부’로 박 전 위원장을 돕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1인 미디어 성격이 강한 SNS를 다양한 방식으로 박근혜미디어에 기부하면 박 전 위원장 홍보에 도움이 되도록 설계돼 있다.

    기부 방식은 모두 다섯 가지다. 먼저 ‘공유 기부’가 있다. 박근혜미디어에 올라온 박 전 위원장 관련 ‘좋은 뉴스’를 박근혜미디어에 접속한 이용자가 자신의 SNS 계정에 퍼날라 공유하는 것이다. 공유 기부는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등 SNS 계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6월 27일 19시 이후 박근혜미디어에 올라온 주요 뉴스는 ‘박근혜 경선룰 갈등 속 가뭄현장 찾아, 정쟁보다 민생 강조 행보!’라는 제목의 굿 뉴스였다.

    박근혜 굿 뉴스로 SNS 꽉 잡아라?
    공유 기부가 이용자의 SNS 계정에 단순히 ‘박근혜 관련 좋은 뉴스’를 퍼가는 수준이라면 ‘RT(리트위트) 기부’는 트위터 이용자가 자신의 팔로어에게 적극적으로 ‘박근혜 관련 좋은 뉴스’를 전파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실시간 RT뉴스 코너에는 누가 어떤 뉴스를 리트위트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꾸며놓았고, 최다 RT뉴스 코너도 만들어놓았다.

    또 다른 미디어 기부는 ‘뉴스 기부’다. SNS 이용자가 박근혜미디어에서 뉴스 기부한 글은 최신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공유와 리트위트를 통해 더 많은 SNS 사용자에게 확산된다.

    ‘미디어 기부’ 가운데 압권은 ‘계정 기부’다. 트위터 아이디를 박근혜미디어에 기부하면, 기부자의 트위터 계정에서 작성한 글 가운데 ‘박근혜’ 또는 ‘gh_park’이라는 키워드가 들어 있는 트위트가 최신 뉴스에 올라가도록 해놓았다. 한마디로 계정 기부는 일종의 뉴스 자동 생성장치와도 같다. 트위터 이용자가 멘션에 ‘박근혜’라는 이름 석 자만 써넣으면 글 작성자가 별도의 노력 없이도 자동으로 박근혜미디어 ‘최신 뉴스’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이 때문에 ‘계정 기부’는 뉴스의 생성, 전파에 대한 편리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인 미디어 조직화 ‘특별한 활용’

    한 SNS 전문가는 “계정 기부는 1인 미디어를 통째로 기부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면서 “지지자로서는 최고의 지원 의사 표시 방법이 될 수 있으며, 후원받는 처지에서도 수많은 SNS 사용자 가운데 충성도 높은 지지자를 선별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그는 “계정 기부가 많아지면 SNS상에서 박근혜 관련 뉴스를 선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근혜미디어는 ‘검색 기부’ 코너도 마련해놓았다. 포털사이트마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발표하는 것에서 착안한 기부다. 박근혜미디어에서는 포털사이트를 별도로 열지 않고 검색 기부에 표시된 ‘검색’을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국내외 주요 6개사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에 박 전 위원장에게 한 표, 아니 한 클릭을 기부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박근혜미디어를 둘러본 한 정치컨설턴트는 “(박근혜미디어는)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경주용 자동차 같아 보인다”면서 “호박에서 활동 중인 17개나 되는 박근혜 팬클럽 회원들이 박근혜미디어에 ‘SNS 계정’을 기부하고, ‘뉴스’를 쓰고, 이를 다시 ‘공유’하고 ‘리트위트’하면 어떤 나쁜 뉴스도 좋은 뉴스로 바꿔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나의 뉴스를 다른 뉴스가 밀고 가는 뉴스의 소비 속성상 박근혜와 관련한 나쁜 뉴스가 나오더라도 박근혜미디어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면 나쁜 뉴스를 좋은 뉴스로 밀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SNS 전문가들은 자발적 소통과 연대로 확산되는 1인 미디어 성격의 SNS를 박근혜미디어로 조직화, 체계화한 박 전 위원장 측의 특별한 활용법이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자발성이 생명인 SNS를 자칫 ‘여론몰이’로 활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내비쳤다.

    5년 전 한나라당 경선 때 경선룰 변경을 용인해 통한의 패배를 경험한 뒤 절치부심하며 청와대 입성을 준비해온 박 전 위원장은 이제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다.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박근혜미디어가 어떤 활동을 펼쳐 보일지 많은 SNS 전문가가 주목한다. 자발적 소통공간이라는 SNS에서조차 ‘조직’과 ‘자발성’의 대립각이 만들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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