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2

2012.06.18

싱글 남녀, 부담 없이 오라!

미팅 전용 카페 등장 입소문…커플매니저 상주 자연스러운 만남 주선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입력2012-06-18 14: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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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글 남녀, 부담 없이 오라!
    ‘평생 솔로 대기자 70만 명?’ ‘급증하는 30, 40대 캥거루족’ ‘30대 열 명 중 셋은 미혼’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들이 언론 지면을 장식할 때마다 30대를 넘긴 미혼 남녀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20대부터 동경하고 누려왔던 ‘화려한 싱글’ 생활이 언제까지나 화려할 수만은 없다는 걸 깨달아 뒤늦게 짝을 찾아보려 하지만 현실에선 뜻대로 사람 만나기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30대 초반까지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결혼 상대를 만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그래서 결혼보다 일과 취미생활에 빠져 나이 먹는 줄도 몰랐다. 막상 서른 중반이 돼서 짝을 찾으려니 주변에 미혼도, 괜찮은 사람을 만날 기회도 드물다는 걸 알았다. 부모님은 결혼정보회사라도 찾아가라고 하지만 마치 시장에 나를 내놓는 것 같은 느낌이라 싫다.”

    회사원 오규상(37) 씨의 고백이다. 오씨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싱글들이 대한민국에 넘쳐난다. 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30대 미혼자 비율은 29.2%로 2001년에 비해 7.6%포인트 증가했다. 10명 중 3명꼴로 미혼이다. 40대 남성 미혼자는 10년 전보다 3.3배 늘었다. 남성은 40대, 여성은 30대 후반을 넘어서면 결혼 상대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져 자칫 평생 싱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1인 가구’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미혼 남녀가 현재 7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상대 눈빛만 봐도 가슴 설레는 열정적인 사랑과 연애를 하기엔 늦은 나이. 그렇다고 ‘조건’에 팔려가는 듯한 결혼정보회사의 ‘맞선’도 내키지 않고, 지레 결혼을 포기하기엔 억울하다. 이런 어정쩡한 30, 40대 싱글 남녀들의 귀를 솔깃하게 할 미팅 전용 카페가 최근 문을 열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자리한 ‘카페 커플닷넷(cafe couple.net)’이 그곳.

    평일 오후 6시, 2층 카페에 들어서자 아직 초저녁이어선지 330㎡(100평)의 널찍한 공간을 차지한 테이블들이 한산했다. 30분쯤 지나자 직장 일을 마친 미혼 남녀가 무리지어 들어오고 간간이 머리 희끗한 50, 60대 손님도 눈에 띄었다. 7시를 넘어서자 대여섯 개 테이블이 손님들로 채워지고 시중드는 직원들의 몸놀림도 분주해졌다. 겉보기엔 시내 중심가에 있는 여느 레스토랑의 저녁 풍경 같지만 눈에 띄는 차이점은 커플매니저가 상주한다는 것이다.



    # 대한민국 미혼 남녀 70만 명

    이곳에서 만난 정지석(42) 씨는 “두 차례 결혼정보회사에 연회원으로 등록하고 맞선도 몇 번 봤지만 아직 짝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30대 초반까지는 결혼 상대를 고를 때 조건을 좀 따지고 까다롭게 굴었다. 나이가 들면서 주위의 결혼한 부부들을 보며 결혼생활에 대해 많이 알게 되니, 조건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상대를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이 맞선 부담 없이 마음에 드는 상대와 자연스러운 만남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분위기를 보려고 들렀다”고 덧붙였다. 방송기술직 종사자인 그는 “보통 키에 보통 학벌을 가진 평범하면서도 귀엽고 활달한 성격의 여성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발랄한 원피스 차림의 신가은(30) 씨는 빼어난 미모에 서른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동안(童顔)이다. “결혼정보회사가 주최한 300명 그룹미팅 이벤트에 딱 한 번 참석한 경험이 있다”는 그는 “내 키(163㎝)보다 크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남자답고 푸근한 성격의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씨에 따르면 최근 강남 포장마차에서 미혼 남녀의 부킹이 인기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런 곳에서 남자를 만날 수도 있겠지만 신원확인이 안 되니 좀 찜찜하다. 여기는 신원확인이 된 사람을 미팅 상대로 주선해줘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와 신씨처럼 신원이 확실한 미혼 남녀 손님을 대상으로 만남을 주선하는 것이 상주 커플매니저의 임무다. 이곳은 회원과 비회원, 나이에 상관없이 일반 카페처럼 누구나 드나들 수 있지만 커플매니저의 주선으로 즉석미팅을 하려면 먼저 카페 인터넷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손님이 입장하면 커플매니저가 입구에서 회원인지 아닌지 확인하는데, 회원임을 미리 밝혀야 자신이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타났을 때 커플매니저를 통해 미팅을 신청할 수 있다.

    회원에 가입할 땐 양식에 따라 기본적인 프로필을 입력해야 한다. 이때 미혼 여부와 학력, 직업 증명이 가능한 혼인(가족)관계 증명서, 재직증명서, 직장건강보험 명세, 사업자등록증 등 객관적인 입증 서류를 얼마나 제출하느냐에 따라 프로필에 대한 신뢰도 평가점수가 매겨진다. 점수가 높을수록 미팅 기회가 많고 신뢰도 높은 상대를 소개받을 수 있다.

    # 부킹 문화와 안전성 결합

    싱글 남녀, 부담 없이 오라!

    카페 커플닷넷을 찾은 싱글 남녀들.

    혼자 카페를 방문하기가 어색하고 단둘만의 미팅이 부담스럽다면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그룹미팅 예약을 하면 된다. 친구나 회사동료 등 서로 마음이 맞고 편안한 지인들로 팀을 짜서 예약하면 다른 그룹미팅 신청자와 시간을 조율해 약속한 날짜에 카페에서 미팅할 수 있도록 커플매니저가 주선해준다. 홈페이지에 ‘그룹미팅 신청 예약을 받는다’는 공지가 나가자마자 만 하루 만에 남녀 36개 팀이 신청할 정도로 싱글 남녀의 관심이 폭발했다. 예약 사례를 보면 ‘1982년생 의사들로 대학동기(대학원 졸)인 남성 3명이 토요일 미팅 희망’ ‘1977~78년생 공무원(사무관)이자 직장동료 남성 3명이 토요일 미팅 희망’ ‘1983~84년생 친구 사이인 회사원과 은행원 여성 3명이 금요일 저녁 미팅 희망’ 하는 식이다.

    회원가입은 무료이고 입장료도, 커플매니저를 통한 미팅 주선비도 따로 없다. 카페에서 먹고 마신 음료와 식사 값만 지불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피자, 파스타, 와인과 맥주가 주 메뉴인 이곳은 음식 값이 강남에 있는 일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맞선’보다 ‘부킹’ 문화에 익숙한 미혼 남녀에게 자연스러운 만남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도에서 미팅 전용 카페를 열었다는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이웅진 대표는 “주변에서 짝 찾기가 어렵고 사람 만날 기회조차 없이 바쁘게 사는 30, 40대 미혼 직장인이 요즘 너무 많다. 이들이 연회비 200만~300만 원인 결혼정보회사를 통하지 않고, 또 ‘조건’이나 ‘맞선’에 대한 부담감 없이 자유롭게 이곳에 들러 좋은 인연을 맺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우연히 카페에 들른 오현정(59) 씨는 “딸이 서른두 살인데 직장 다니면서 공부하느라 도대체 결혼할 생각을 안 한다. 결혼 얘기만 나오면 사람 만날 시간도 여유도 없다고 둘러대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내년엔 꼭 결혼시키려고 한다. 언제 한번 이곳에 데리고 와야겠다”며 실내 분위기를 살폈다. 젊은 층의 자유로운 부킹 문화와 안전성을 결합한 미팅 전용 카페가 짝을 못 찾은 싱글 남녀에게 ‘해방구’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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