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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울리는‘야속한 통문’

파주 탄현 문지리 눈앞 땅 빙빙 돌아 경작 큰 불편

농민 울리는‘야속한 통문’

농민 울리는‘야속한 통문’
“6월 말이면 마을 앞에 난 통문(通門)을 닫는답니다.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오면 하루에도 몇 번씩 논에 물꼬를 트러 들락거려야 하는데, 이 문이 닫히면 3km 넘는 먼 길을 돌아다녀야 해요.”

“바로 다음 날 써야 할 농기계도 (민통선 안에) 못 놔두게 해요. 농기계가 무슨 간첩질을 하나, 아니면 월북을 하겠어요.”

6월 11일 오전 10시. 서울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경기 파주시 탄현면 소재 한 경로당에 모인 농민들은 군부대의 민간인통제선(이하 민통선) 폐쇄를 쉼 없이 성토했다. 농민들은 매년 하절기가 되면 일부 ‘통문’ 폐쇄로 골탕을 먹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군사분계선이 그어져 남북이 대치하는 분단 최접경 지역이라는 이유에서다. 민통선 인근에 거주하는 농민들은 마을 앞 통문이 폐쇄되면 직선거리로 400~500m에 불과한 거리를 짧게는 3km, 길게는 5km 이상 돌아서 가야 하는 일을 매년 되풀이하고 있다고 했다.

박선원 문지리 이장은 “(문지리) 마을 앞 통문이 폐쇄되면 오금리 쪽으로 난 통문이나 낙하리 쪽으로 나 있는 다른 통문을 이용해야 한다”며 “눈앞에 논을 두고도 매번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을 앞 통문 폐쇄로 낙하리 통문을 이용하려면 경운기나 트랙터를 몰고 LG디스플레이를 드나드는 큰 트럭이 수시로 다니는 대로변을 지나야 한다”면서 “먼 것도 문제지만, 대로변을 다녀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쁜 하절기에 일부 폐쇄 ‘골탕’



농민 울리는‘야속한 통문’
문지리에 인접한 대동리도 형편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을 앞 통문이 폐쇄되면 작은 동산 하나를 끼고 3km 정도를 돌아 인근 만우리 쪽에 난 다른 통문을 통해 드나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통문 폐쇄뿐 아니라, 통제시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신호범 대동리 이장은 “모내기하고 탈곡하느라 한창 바쁜 봄가을에는 저녁 7시까지 열어주고, 한여름에는 해가 길다고 8시까지 열어준다”며 “군 통제는 농사짓는 농민 형편과 상관없이 군부대 편의에 따라 시행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특히 일손을 돕겠다며 찾아온 외지인에게 통문 통과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나 다를 바 없다. 서약서를 써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들고 날 때 출입증이 있는 주민과 늘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농민은 “몇 해 전 논에서 일하다 이앙기에 팔이 끼는 사고를 당해 119를 불렀는데, 민통선 앞에서 군인들이 막는 바람에 119 대원들이 들어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여러 사람이 거들어 기계를 분해한 뒤에야 걸어 나와서 병원에 갔다”면서 “그때 피가 안 통해 난 상처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며 상처난 팔을 보여줬다.

민통선을 통제하는 군 당국은 이 같은 주민들의 애로와 하소연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파주시 인근 민통선을 관할하는 군 관계자는 “작전상 문제가 없는 선에서 농민 편의를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며 “지금으로선 병력이 제한적이라 일부 통문 폐쇄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문 개폐 여부는)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한 뒤 다시 논의해봐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주간동아 2012.06.18 842호 (p22~22)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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