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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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역전 홈런 치려다 패가망신

중년 남자와 매춘부

  • 입력2012-05-14 1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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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으로 역전 홈런 치려다 패가망신

    ‘여인 탁자’, 존스, 1969년, 채색 유리섬유와 송진, 실물 크기, 런던 앨런 존스 컬렉션 소장.

    중년 남자는 아내가 샤워를 하고 나와도, 야한 속옷을 입어도, 심지어 벌거벗고 있어도 팬티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 때 아내를 진정 가족으로 느낀다. 하지만 외간 여자만 보면 자신도 모르게 페니스가 먼저 반응한다. 중년 남자에게 여자는 아내만 아니면 여전히 여자인 것이다.

    페니스가 팬티 안에서 춤을 춘다고 시도 때도 없이 외간 여자를 탐할 수는 없는 일. 더군다나 축 늘어진 뱃살에 가려 신발이 내려다보이지 않는 중년 남자를 좋아할 여자는 없다. 젊은 여자들이 “오빠”라고 불러준다고 인기가 많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젊은 여자가 “오빠”라고 할 땐 ‘명품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결국 중년 남자의 페니스를 받아줄 여자는 매춘부밖에 없다. 중년 남자에게 매춘부는 구원타자나 다름없다. 부실한 남자에게 9회 말 역전 홈런의 짜릿함을 선사한다. 아내에게선 결코 받을 수 없는 최상의 서비스로 부실한 중년 남자의 페니스를 발기시킨다.

    최상의 섹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춘부를 그린 작품이 앨런 존스(1937~)의 ‘여인 탁자’다. 검은색 코르셋만 입은 반라의 여인이 엎드려 거울을 본다. 그의 등 위에 유리 탁자가 놓였다. 여자는 검은색 장갑을 낀 손으로 바닥을 짚고, 검은색 가죽 부츠를 신은 다리를 구부려 탁자를 안정적으로 받치고 있다.

    검은색 코르셋은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고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를 돋보이게 한다. 검은색 코르셋과 장갑, 가죽 부츠는 포르노 영화를 연상시키며, 짙은 화장은 여자가 매춘부임을 암시한다. 여자의 등 위에 얹힌 유리 탁자는 그가 몸으로 서비스하는 매춘부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존스는 에로틱한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해줄 아이템으로 마네킹을 선택했다. 사실적인 여자 마네킹은 남자들의 상상력을 직접적으로 대변하며, 예사롭지 않은 옷차림은 페티시즘을 떠올리게 한다. 여자를 단순한 도구로 표현한 이 작품은 런던의 한 전시회에서 공개할 당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중년 남자는 매춘부를 통해 젊은 날의 이상형을 만난다. 중년의 최대 장점은 돈이 많다는 것이다. 돈만 흔들면 이상형과 매일 밤 섹스를 즐길 수 있다. 몸에 힘이 넘쳤던 젊은 날엔 돈이 없어 아름답고 늘씬한 여자를 만나지 못했지만 중년엔 돈의 힘으로 그것이 가능하다.

    최상급 매춘부를 그린 작품이 에두아르 마네(1832~1883)의 ‘올랭피아’다. 이 작품은 19세기 파리의 최상급 매춘부를 적나라하게 표현해 스캔들에 휘말렸다.

    19세기 파리에서 매춘은 하나의 산업으로 호황을 누렸으며 매춘부들을 정교하게 구분했다. 당시 남자들은 부르주아의 집처럼 화려하게 꾸민 ‘만남의 집’에서 최상급 매춘부와 아리아를 감상하고, 2등급 매춘부와는 야외 저택에서 먹고 마시며 도박을 즐길 수 있었다. 이 밖에 공식적으로 정해진 구역에서 경찰의 감시를 받는 ‘관용의 집’과 오로지 매춘만 할 수 있는 ‘칸막이 집’, 시간제로 임대해 쓰는 ‘지나가는 집’도 있었다.

    한 여자가 벌거벗은 모습으로 목걸이를 하고 슬리퍼를 신은 채 누워 있다. 꽃다발을 든 흑인 하녀가 그를 바라본다. 목걸이와 뒤가 터진 비단 구두는 그가 매춘부임을 암시한다. 당시 매춘부 사이에선 목걸이와 구두가 유행했다. 제목 ‘올랭피아’도 매춘부를 의미한다.

    올랭피아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춘희(동백꽃 아가씨)’에 등장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름이다. 춘희의 연적으로 부끄러움을 모른 채 아름다운 육체를 팔아 살아가는 매춘부가 올랭피아다. 마네가 이 작품을 그릴 당시 올랭피아라는 이름은 이미 파리에서 창녀의 대명사처럼 쓰였다.

    올랭피아의 머리를 장식한 난초는 여성의 성욕과 함께 사치를 상징한다. 흰 피부는 흑인 하녀와 대비되면서 에로티시즘을 부각한다. 화려한 꽃다발은 중산층 남자의 돈을 암시하며 올랭피아의 발아래 깔린 꽃무늬 천과 쌍을 이뤄 그가 매춘부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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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올랭피아’, 마네, 1865년, 캔버스에 유채, 130×190,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아래)‘세 여자’, 딕스, 1926년, 캔버스에 유채, 슈투트가르트 주립미술관 소장.

    그림 오른쪽에 보이는 검은 고양이는 전통적으로 악마를 상징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발기된 남성을 나타낸다. 고양이 발아래 있는 얼룩은 중산층 남자가 방문했음을 의미한다. 고양이는 1865년 살롱전에 출품하기 직전 덧그려진 것이다. 이 때문에 마네는 추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작품을 공개할 당시 많은 사람이 몰려와 그림에 주먹을 휘두르고 지팡이로 후려치는 통에, 그림 앞에 호위하는 사람 3명을 세워둬야 했다고 한다.

    남자에게 매춘부는 백화점이다.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도 골라 먹는 재미가 있고 피자도 토핑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매춘부도 기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다양한 매춘부를 그린 작품이 오토 딕스(1891∼1969)의 ‘세 여자’다. 좁은 방에 벌거벗은 여자가 셋이나 있다. 뚱뚱한 여자가 앉아 있고 마른 여자는 서 있으며 풍만한 육체의 여자는 고양이와 함께 놀고 있다. 마른 여자가 벌거벗은 채 스타킹만 신은 모습은 이들이 매춘부임을 나타낸다. 여자들이 각기 다른 몸매를 지닌 것은 남자들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다는 걸 보여준다.

    뚱뚱한 여자의 앉은 자세는 육중한 몸을 더욱 강조하며, 마른 여자가 망사를 들고 있는 모습은 비쩍 마른 몸매를 부각한다. 붉은 머리 여자의 엎드린 자세는 풍만한 가슴과 튼실한 엉덩이를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 딕스는 타락한 사회를 풍자하려고 매춘 세계를 주의 깊게 관찰한 뒤 이 작품을 그렸다.

    9회 말의 짜릿함을 맛보려고 매춘부를 자주 찾으면 비뇨기과와 친구가 된다. 그 후 남은 인생 내내 아내에게 잡혀 살고 만다.

    *박희숙은 서양화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을 9회 열었다. 저서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클림트’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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