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5

2012.04.30

공통점 찾고 자극하면 청중은 호응한다

프레젠테이션 필수 요건

  •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hskim@hsg.or.kr

    입력2012-04-30 0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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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통점 찾고 자극하면 청중은 호응한다
    다음 주 월요일 드디어 방 과장이 데뷔를 한다. 경쟁 프레젠테이션이 있을 때마다 자료 준비에만 참여해왔던 그에게 마침내 발표 기회가 주어진 것. 프레젠테이션을 앞둔 방 과장은 넘치는 열정으로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먼저 회사의 제안 내용을 매력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모았다. 그리고 몇 번의 내부 리허설을 거쳐 논리적으로도 빈틈없는 구성안을 만들었다. 그런데 발표일이 가까워질수록 긴장감이 더 커져간다. 뭔가 2% 부족한 느낌이다.

    “이 정도 내용이면 발표할 때 말만 더듬지 마. 그럼 충분해”라고 주위에서 아무리 격려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방 과장. 그를 불안에 떨게 하는 부족한 2%는 과연 뭘까.

    ‘소셜테이너’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방송인 김제동이 방송에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저는 일대일로 하는 토크는 어려운데, 신기하게도 마이크만 잡으면 몇백 명, 몇천 명이 앞에 있어도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그의 이력을 알면 이 얘기를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장내 아나운서, 레크리에이션 강사, 대학교 행사 진행자 등 수많은 사람 앞에서 쌓은 경험이 지금의 그를 만든 밑바탕이다. 하지만 경험이 많다고 누구나 그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닌 법. 그래서 궁금해진다. 김제동의 행사 진행 방식엔 어떤 비밀이 있기에 마이크 하나면 두려움이 없어질까.



    그가 밝힌 진행 비결은 간단하다. 자신이 사회를 보는 행사에 참가한 사람의 성향에 관심을 갖고 그들에게 익숙한 주제로 얘기를 풀어가는 것. 대학교 행사 진행을 예로 들면, 의대 학생을 상대로 할 때는 간단한 의학 용어를 사용하고, 법대 행사에선 몇 가지 법조 용어를 외워뒀다가 진행에 써먹는다고 한다. 그러면 참석자도 ‘저 사람이 우리에게 관심을 갖고 있구나’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대중 앞에서 얘기해야 할 때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내용’만 생각하느라 ‘관계’를 놓쳐버리는 것. 수많은 심리학자가 말한다. ‘저 사람이랑 내가 비슷하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유사성’만큼 설득력을 높이는 건 없다고.

    심리학을 벗어나 다른 학문에서도 연구를 통해 비슷한 결과를 얻어냈다.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교수가 제시한 ‘이기적 유전자’라는 개념도 유사성의 힘을 뒷받침한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은 자기 보존 본능을 지녔기 때문에 자신과 유전자가 같은 대상을 돕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

    하지만 매번 DNA 검사를 통해 상대방이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가졌는지 확인해볼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사람들은 생김새나 행동, 목소리 등에서 자신과 비슷한 점을 발견하면 상대가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가졌다고 간주해버린다. 결국 우리 뇌는 ‘작은 공통점’ 하나를 발견하면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방 과장이 채워야 할 2%도 이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발표를 들을 청중과 자신의 공통점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용하는 단어를 ‘그들의 용어’에 맞추는 것처럼 쉬운 방법도 있고, 과거 비즈니스 경험에서 유사성을 찾아볼 수도 있다. 아무리 찾아봐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다면 지향하는 미래가 같다는 것, 즉 ‘하나의 목표’를 함께 추구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면 된다. 만나기만 하면 다투는 동료나 거래처 담당자라 할지라도 ‘힘겨운 사회생활을 버텨낸다’는 공통점은 있지 않은가.

    공통점 찾고 자극하면 청중은 호응한다
    상대가 당신의 얘기를 잘 듣길 바라는가. 그렇다면 먼저 공통점을 찾아라. 아니, 공통점을 만드는 것, 그게 비즈니스 성공의 시작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맞춤형 기업교육 전문기관인 휴먼솔루션그룹 R·D 센터장으로, 기업의 협상력 향상과 갈등 해결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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