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5

2012.04.30

‘엄마를 부탁해’ 200만 부 금자탑 달성

  •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입력2012-04-30 0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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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를 부탁해’ 200만 부 금자탑 달성
    소설이 안 팔린다고 아우성이다. 소설이 문화판을 주도하던 화려한 시대가 끝났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시대에 신경숙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창비)가 200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 많은 사람이 알듯 지하철에서 실종된 엄마를 온 가족이 찾아나서는 과정을 그리면서 엄마라는 존재의 실체를 확인하는 내용이다. 21세기 들어 단권으로 밀리언셀러가 된 우리 소설로는 ‘가시고기’(조창인), ‘봉순이 언니’(공지영), ‘아홉살 인생’(위기철),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공지영) 등을 꼽을 수 있다. 더구나 이 시기에 200만 부를 넘긴 것은 최루성 대중소설인 ‘가시고기’뿐이다.

    2000년대 이후 출판시장에서 밀리언셀러 100여 종이 탄생했지만 우리 문학의 성적표는 너무 남루하다. 더구나 눈물 쏟게 만드는 ‘가시고기’와 영화화돼 사형제도를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킨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제외하면 모두 ‘느낌표 소설’이다. 2001년 11월 첫 전파를 탄 MBC ‘느낌표’의 한 코너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가 10여 종 이상의 밀리언셀러를 탄생시킨 산파역을 하지 않았다면, 문학 성적표는 더 초라해졌을 것이다.

    그러니 ‘엄마를 부탁해’가 출간된 지 3년 반 만에 200만 부를 넘긴 것은 ‘대단한 사건’이다. ‘엄마를 부탁해’의 경이적인 기록은 앞으로도 계속 갱신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조기 퇴직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1996년에 출간돼 6개월 만에 200만 부를 넘긴 ‘아버지’(김정현)의 놀라운 기록이 있긴 하다. 가정과 직장은 물론 사회에서 버림받고 암으로 죽어가는 50대 중년 가장의 쓸쓸한 초상을 그린 이 소설은 한순간 급작스럽게 불타올랐다가 바로 사그라졌다.

    ‘엄마를 부탁해’는 출간 10개월 만에 100쇄 100만 부를 돌파하면서 숱한 화제를 끈 이후 연극과 뮤지컬로도 제작돼 ‘엄마 신드롬’을 불러일으켰고, 2011년 4월에는 우리 소설로는 이례적으로 미국 출판시장에서 찬사와 호응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영어판 열기에 힘입어 32개국에 번역 판권을 수출하는 개가를 올려 한국 문학의 세계 진출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2년에는 한국 작가 최초로 아시아 최고 문학에 주는 ‘맨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한국 문학의 감동과 작품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도 했다.

    ‘엄마를 부탁해’가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그것은 바로 가족이라는 최후의 울타리 안에서마저 홀로 서야 하는 절대 고독의 개인을 그림으로써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절박한 대중의 쓰라린 가슴을 보듬는 시대적 트렌드에 부합한 덕분이다. 또 실종된 엄마를 추적하는 추리적 기법으로 수사 형식의 텔레비전 드라마에 익숙한 독자에게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 소설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전통 가치가 붕괴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장 원초적인 인간관계를 다룸으로써 혼란의 시대에 대중이 지닌 무의식의 심층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엄마를 부탁해’ 200만 부 금자탑 달성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세상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시기에 부모가 자식에게 알려줄 수 있는 ‘지혜’란 없다. 이런 시기에는 핵가족마저 극심한 해체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족 해체라는 결핍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오히려 ‘따뜻한 가족’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가족 해체를 거부하는 심리가 작동하게 마련이다. ‘아버지’ ‘가시고기’ ‘엄마를 부탁해’ 등 200만 부를 넘긴 소설뿐 아니라 밀리언셀러 소설 모두가 극도로 축소된 인간관계를 다룬다는 것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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