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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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춘래불사춘, “아! 잔인한 계절이여”

정의당 제외한 야 3당 잔혹극  … 새로운 정치지평 맞춰 변신해야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7-05-29 16: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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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전투를 치렀으니 뒤끝이 없을 리 없다. 요즘 야당들은 상황이 복잡하다. 패장이 속속 물러났고, 새로운 지휘부 구성에 분주하다. 패배의 후유증을 빨리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전투를 준비해야 한다.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가 1년 뒤다. 출마 예정자들이 뛰어들 시점이다.

    내년 6월 치를 지방선거는 예사 지방선거가 아니다. 개헌 국민투표가 함께 이뤄지는 지방선거다. 개헌안이 통과되면 다음 대선이 곧바로 닥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2020년 총선 때 대선을 함께 치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불과 3년 뒤다. 문재인 정부가 잘못하면 레임덕이 닥칠 즈음이지만, 잘하면 정권 재창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할 때다. 야당들 처지에서는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41.1% 득표율로 집권했다. 과반 득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래서 정통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집권 초기 소통 강화와 기대 이상의 인선으로 국정수행 지지율이 역대급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5월 셋째 주(16~18일) 전국 성인 1004명에게 문 대통령의 5년 동안 직무수행 전망을 물은 결과 87%가 ‘잘할 것’이라고 응답했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전투에서 진 것도 뼈아픈데, 이긴 자가 잘하니 공포감마저 들 정도다. 그 공포감은 전투가 한창일 때를 능가한다.

    자유한국당은 계속해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다. 지난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 완패한 이후 김희옥 비대위 체제를 구성했고 연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인명진 비대위 체제를 구성한 까닭이다. 그나마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대선후보 당내 경선 직후인 3월 말 사퇴하는 바람에 정우택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상황이다. 비대위조차 불완전한 상태인 것이다.





    비박계 홍준표 vs 친박계 홍문종

    결국 7월 3일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했지만, 향후 진로가 정해지지 않아 사실상 표류 중이다. 자유한국당이 지금 이 시점에서 고민해야 할 것은 새로운 좌표다. 친이(친이명박)계를 거쳐 친박(친박근혜)계로 이어진 보수정권 10년이 끝난 시점에 어디로 나아갈지 방향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계파 대립만 난무하고 있다. 무엇보다 친박계가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이 문제다.

    진박(진짜 친박계) 공천 결과 총선에서 패배한 데 이어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친박계는 폐족으로 몰렸다. 김희옥 비대위 체제에서도, 인명진 비대위 체제에서도 친박 청산이 혁신 목표였지만, 결과는 미약했다. 인명진 비대위 초기 핵심 친박들을 대상으로 출당이나 제명 조치가 취해질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친박계 반발에 부딪혀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의원 3인에게 당원권 일시 정지 결정만 내려졌을 뿐이다. 규모 면에서도, 징계 수준 면에서도 국민의 기대 이하였다. 그조차 대선 막바지에 홍준표 후보가 대선후보 자격으로 비상대권을 발휘해 면제시켜주고 말았다. 친박계 표심조차 아쉬웠기 때문이다.

    이 결정으로 친박계는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고, 친박 핵심은 다시 당권 장악에 나섰다. 최근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비박(비박근혜)계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와 친박계 홍문종 의원의 설전이 뜨겁다. 홍 전 지사가 친박계를 ‘바퀴벌레’에 비유하자 홍 의원은 ‘낮술 마셨느냐’며 반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현재로서는 홍 전 지사와 친박계 누군가가 차기 당권을 놓고 치열하게 맞붙을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보수세력, 특히 자유한국당 지지세력의 고민은 홍 전 지사 또는 친박계 아무개가 보수의 미래냐는 것이다. 홍 전 지사가 친박계와 아주 다르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홍 전 지사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것은 극우에 가까운 친박계의 노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좌파 프레임뿐이었다. 이념 정체성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런 모습으로 차기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 보수세력 누구도 자신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당내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도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비박계 일부가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독립한 후 대안 인물은 더 찾기 어려워졌다. 바른정당으로 탈당한 의원 가운데 일부가 대선 막판에 되돌아오긴 했다. 하지만 철새 논란의 주인공이 돼버린 그들 중에서 대안을 찾기는 힘들다. 그래서 보수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대선 막판 선전한 유승민 의원에게 눈길이 가지만, 당장은 합당조차 만만치 않다.

    자유한국당 친박계에게는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다시 합치는 데 심리적 저항감이 있다. 바른정당 잔류파는 친박 청산도 안 된 마당에 다시 들어가는 것이 마뜩지 않다. 무엇보다 명분이 없다. 그들이 탈당 직전 요구했던 이른바 ‘친박 8적’ 청산도 이뤄지지 않았다. 아직은 재통합의 동력이 부족한 것이다.



    바른정당의 현실적 고민

    바른정당 역시 속내가 편치는 않다. 유승민 의원이 TV토론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데 이어 일부 의원이 자유한국당 재입당을 시도하면서 동정론까지 일었다. 이에 당원도 늘었고 후원금도 늘었지만, 그것으로 차기 대선을 치를 물적 토대를 완비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래서 일부 의원의 자유한국당 재입당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당내 일각에서 여전히 다른 당과 통합론이 힘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대선 직후인 5월 12일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과 회동했다. 주승용 원내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 가능성을 언급하자 발언의 진의를 확인하려는 목적이었다. 이 회동을 계기로 두 당의 통합에 속도가 붙는 듯했다. 하지만 당내 반발로 무산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두 당의 사실상 오너 격인 대선후보들이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이 그 직후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하면서 추가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새로 선출된 김동철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바른정당과 통합은 절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속에서 바른정당 역시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대표를 선출할 계획이다. 누가 되느냐에 따라 통합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차라리 자유한국당과 합칠 것인지, 아니면 국민의당과 합칠 것인지 여부다. 물론 유승민 의원의 뜻을 존중해 계속 자강론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바른정당의 고민은 명분이 아니라 현실이다. 20석도 간당간당한 당세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 2020년 총선과 함께 치를 대선에서 2관왕을 차지할 수 있겠는가. 정말 기적 같은 정국 급변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한 절대 쉬운 목표가 아니다.

    무엇보다 김무성 의원의 행보가 관심사다. 이미 친김(친김무성)계가 자유한국당으로 되돌아간 상황에서 그마저 같은 선택을 한다면 바른정당은 존립 자체가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전당대회에서 친유(친유승민)계가 당권을 장악하더라도 힘은 급속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바른정당은 정말로 순수하게 유 의원의 개인기에 의지해 살 길을 찾아야 한다. 극단적 자강론이 그것이다. 물론 고립지경에 빠질 수도 있는 방안이다.
     
    국민의당도 비슷한 처지다. 자강론이냐 통합론이냐의 기로에 섰다. 변수는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의 전략적 연대가 유지될 수 있느냐 여부다. 국민의당에서는 바른정당과 다른 맥락에서 통합론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과 합당이다. 호남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당에 힘을 실어줬다. 이는 곧 두 정당이 다시 합치라는 신호라는 해석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수립 이후 민주당의 호남 지지율은 더 올랐다. 반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거의 바닥 수준이다. 앞서 한국갤럽 조사 결과 국민의당의 호남 지지율은 5%까지 떨어졌다.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가 이 지역에서 얻은 득표율조차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그래서 호남이 안철수를 버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호남이 안철수를 버렸다?

    당연히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국민의당 소속 출마자들부터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총선과 대선을 치를 때 풀뿌리 조직에 해당한다. 이들이 흔들리면 국회의원들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만약 이런 지지율 바닥 국면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국민의당에서는 민주당과 합당론이 대세로 자리 잡을 개연성이 없지 않다.

    민주당에 빨려 들어가지 않으면서 중도개혁 세력의 기반을 키우는 방편으로 나온 것이 바로 바른정당과 통합 주장이다. 그런데 한 차례 기세가 꺾인 상황이라 다시 힘을 받으려면 뭔가 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누군가 그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두 정당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나설 정도가 돼야 할 것이다. 후보 단일화가 필요한 대선 국면에서도 두 사람은 단일화 요구를 거부했다. 그때처럼 절박한 국면이 아닌 터라, 가능성은 더 낮아진 것으로 봐야 한다.

    야당 가운데 정의당만 분위기가 좋다. 대선 과정에서, 특히 TV토론에서 심상정 대표가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면서 진보 대선후보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선거 막판 민주당에서 사표 방지 차원의 문재인 후보 지지 호소가 없었다면, 그 호소가 먹혀들 정도로 홍준표 전 지사가 치고 올라오지 않았다면 두 자릿수 지지율 달성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정의당을 제외한 야 3당의 봄은 봄이 아니다. 당내 상황은 오히려 잔혹극에 가깝다. 애써 태연한 척하지만, 편치 않은 속내가 표정에 묻어난다. 국민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소신투표, 곧 가치투표라는 새로운 정치지평을 열었다. 힘든 과정이지만 야 3당은 그 지평에 맞춰 자기 변신을 해야 한다. 다당제 구조를 유지하는 속에서도 어떻게 협치 구조를 만들 것인지가 핵심이다. 아울러 정당 정체성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다. 하지만 가슴 뜨거워지는 도전이라고 생각하면 고난의 행군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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