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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미식생활

‘웰빙 음식’이라지만 밥상에 꿔다 놓은 모습

연잎밥

‘웰빙 음식’이라지만 밥상에 꿔다 놓은 모습

‘웰빙 음식’이라지만 밥상에 꿔다 놓은 모습

연잎을 벗기면 밥이 나오는 연잎밥이다. 요즘 한국 전통음식 또는 사찰음식인 양 대접받으며 크게 번지고 있다.

최근 한정식집과 고깃집을 중심으로 연잎밥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식당에 연잎밥을 납품하는 업체도 있다고 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냉동 연잎밥을 파는 곳도 여럿 봤다.

한반도에서는 연을 그리 많이 재배하지 않았다. 연은 아열대 식물이라 온대인 한반도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그래도 따뜻한 남쪽에는 연이 제법 있었다. 불교의 꽃이라 사찰에서는 주변에 못을 파 심기도 했다. 강화도에서 연을 재배하는 한 스님은 중부지방에선 못을 꽤 깊이 파야 연이 추운 겨울을 견딘다고 했다.

최근 연잎밥이 유행하는 것은 텔레비전 영향이 큰 듯하다. 연잎으로 만든 음식을 사찰음식 또는 전통음식으로 자주 소개하면서 퍼져 나간 것이다. 또한 건강음식으로 알려진 것도 연잎밥 유행에 한몫했다. 육식과 과식의 시대에 살면서 채식으로 이뤄진 사찰음식에 ‘웰빙 음식’ 포장을 씌웠고, 불교의 한 상징인 연을 이용한 음식이 특히 주목받으면서 ‘연잎밥은 웰빙 음식’이라는 하나의 관념이 만들어진 것이다.

연잎밥이 한반도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음식인지는 알 길이 없다. 흔하진 않았지만 예부터 연이 있었으니 여기에 곡물을 넣고 찌는 정도의 일은 했을 수도 있다. 연잎밥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도 있다. 대체로 중국에서 흔하며, 일본에서도 중국 음식으로 여기는 편이다. 어느 국가의 것이나 찹쌀을 중심으로 여러 곡물을 넣고 찌는 것은 같다. 연잎밥이 한국 외식업계에 처음 등장할 당시에는 중국 음식의 하나로 소개되기도 했다. 1990년대 딤섬이 번질 때 이 연잎밥이 딤섬 안에 있었다. 그러니까 연잎밥은 한국 전통음식이라기보다 근래에 중국에서 건너온 음식일 가능성이 높다.

음식문화란 생물과 같아서 여기저기로 이동해 어떤 곳에서는 번창하고, 어떤 곳에서는 죽거나 변형을 일으킨다. 그 근원을 밝히고 아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를 그 지역 문화 안에서 어떻게 소화하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연잎밥이 중국의 하엽반(荷葉飯)에서 비롯한 것이라 해도 이를 한국 음식문화 안에서 녹여내면 한국 음식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연잎밥이 한국 밥상에서 한국 음식과 제대로 어울리는지에 대해 평가한다면 아직까지는 부정적이다. 따로 논다는 느낌이 강하다.

연잎밥은 코스식 한정식집이나 고깃집에서 거의 마지막에 등장한다. 연잎밥에 곁들이는 것은 김치와 장아찌, 젓갈, 된장찌개 등 기존 반찬이다. 이들 반찬과 국은 대체로 짜고 맛이 강하다. 한국 음식은 밥 한 그릇을 맛있게 먹으려면 반찬과 국이 조력해야 하는 형태로, 반찬과 국은 밥과 함께 입안에서 적절한 맛이 나도록 만들어진다. 따라서 한국 밥상엔 심심한 맛의 하얀 쌀밥이 오르는 게 가장 적절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연잎밥은 어떨까. 연잎밥은 찹쌀에 여러 곡물을 섞어 대체로 단맛이 난다. 여기에 단맛 양념이 더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짜고 맛이 강한 한국 반찬과 국에는 달착지근한 연잎밥이 어울리지 않는다.

애초 중국 하엽반은 단독으로 맛이 완성된 음식이다. 한국의 연잎밥도 하엽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잎밥이 한국 밥상에서 제 구실을 하려면 하엽반과 같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중국 하엽반처럼 한국 밥상에서도 연잎밥을 단독 음식으로 내면 어떨까 싶은데, 또 그러면 섭섭해할 한국 전통음식이 있다. 바로 약밥이다. 밥상 하나 차리는 데도 참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주간동아 2012.03.26 830호 (p62~62)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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