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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으로 들어온 한 권

지성인 8인 불확실한 시대 길을 일러주다

명강

지성인 8인 불확실한 시대 길을 일러주다

지성인 8인 불확실한 시대 길을 일러주다

송호근, 유홍준 외 지음/ 블루엘리펀트/ 252쪽/ 1만3000원

“갑자기 왜 안철수냐? 중산층 마음속에 또는 젊은 층 마음속에 우리가 어떤 가치를 지향해왔고 우리가 어디에 놓여 있는가 하는 반영(reflection)이 없기 때문에 그래요. 마음속이 비어 있어요. 그래서 누군가 초인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 사람은 초인이 아닙니다. 우리가 그 초인의 상징을 씌워버린 사람이에요. (중략) 제가 이분을 비판하는 건 아닙니다. 아무튼 초인처럼 나타났으니까 저도 어떻게 될지 끝이 궁금해요.”

지난해 월간 ‘신동아’ 창간 80주년 기념 지성인 강연회에서 사회학자 송호근 교수(서울대)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안철수 현상’을 진단한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가장 역동적이면서도 심하게 흔들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 기성세대와 젊은이는 소통하지 못하고, 옛것은 무조건 낡은 것으로 치부해버리며, 정의가 도대체 무엇인지 헷갈려 한다.

이 책은 지성인 강연회 내용을 묶은 것으로 화해와 소통의 기술, 어제와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를 생생하게 담았다. 저항 시인 김지하 씨, 인문학자 도정일 교수, 미술사학자 유홍준 교수, 역사 연구가 이덕일 소장, 자연과학자 최재천 교수, 사회학자 송호근 교수, 정치학자 문정인 교수,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가 한 달에 한 번씩 차례로 나서 한국인의 고민과 방황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학문을 나선 많은 청춘이 방황한다. 직장을 구하기 어렵고 미래는 깜깜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사치에 가깝다. 창의적인 사람의 뇌를 연구한 정 교수는 “그래도 나만의 인생 지도를 먼저 준비하라”고 충고한다.



“아무도 지도를 주지 않습니다. 자기가 그리지 않으면, 20, 30대에 그 시도를 하지 않으면 평생 남의 지도를 기웃거리는 사람이 됩니다. 세상에서 길을 잃어본 사람만이 지도를 그리는 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거든요. 저는 20, 30대 분에게 지도 그리는 법을 배우고 내가 사는 세상의 지도를 그리려 노력해보라고 권합니다.”

통섭을 강조하는 최 교수도 미래 도약을 위해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창조적인 인재 육성을 강조한다. “죽어라 공부하고 사교육에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었음에도 대한민국이 국민 소득 2만 달러의 덫에 걸린 것은 매일같이 숙제만 하고 하청업만 하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나 제임스 캐머런 같은 인재가 나와야 5만 달러, 6만 달러로 넘어갈 수 있다.” 이젠 한 우물만 파서는 발전이 없음을 다시 강조한다.

중국의 부상을 날카롭고 폭넓게 분석한 문 교수의 강연도 눈에 띈다. 문 교수는 “중국이 미국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고 진단”하면서 “GDP(국내총생산) 규모가 커졌어도 현실적으로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주요 원인으로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건으로 갑자기 부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을 꼽는다. 중국이 미리 대전략을 세워 부를 이룩해 국가를 강하게 만든 게 아니라, 어느 날 눈뜨니 세계적으로 유망한 국가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외적으로는 평화 관계를 유지하고 대내적으로는 사회적 조화를 이뤄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게 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 책은 교양시민에서부터 장인 정신, 모심의 실천, 조선 후기 정치사의 현재적 의의, 문명과 야만의 차이 등을 종횡무진 넘나든다. 지성인이 차려 낸 강의 밥상은 맛있고 알차다. 지적 포만감을 느끼기에도 충분하다.



주간동아 2012.03.26 830호 (p74~74)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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