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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 인터뷰

“평생 독신요? 괜찮은 남자가 눈에 띄질 않네요”

채널A ‘총각네 야채가게’서 열연 황신혜

“평생 독신요? 괜찮은 남자가 눈에 띄질 않네요”

“평생 독신요? 괜찮은 남자가 눈에 띄질 않네요”
“처음 대본을 받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종영이라니….”

채널A 드라마 ‘총각네 야채가게’ 마지막 회가 방송된 3월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황신혜(49)는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모든 작품이 끝날 때마다 이렇게 아쉬워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번 작품에 특별한 애정이 있었던 것일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연기한 최강선과 헤어지려니 아쉽기도 하고 가슴이 아려요. 더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은데 끝나서 아쉬움이 남네요.”

지난해 12월부터 방송한 ‘총각네 야채가게’는 ‘아름다운 날들’ ‘별을 쏘다’ 등을 집필한 윤성희 작가가 빛나는 아이디어와 패기 넘치는 청년의 멋진 성공기를 그린 작품이다. 황신혜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 한태양(지창욱 분)과 같은 고아원 출신인 진진심(왕지혜 분)의 엄마 최강선을 연기했다. 최강선은 재벌 2세 목인범(전노민 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둘 사이에서 낳은 딸이 죽은 사실을 숨긴 채 진진심을 친딸로 둔갑시켰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더없이 좋은 엄마지만 진진심과 단둘이 있을 때는 싸늘하게 돌변하는 악녀 캐릭터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최강선의 아픈 상처가 드러나 시청자의 동정을 사기도 했다.

▼ 주연이 아니어서 출연을 망설이진 않았나요.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어요. 최강선이 중요한 열쇠를 쥔 인물이라서 재미있을 것 같았거든요. 예전부터 주인공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뭔가 끌리는 게 있으면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 배역 때문에 나쁜 이미지로 굳어질까 봐 걱정되지는 않았나요.

“마땅한 이유와 개연성이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밑도 끝도 없는 악역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웃음).”

▼ 전에 배우 김청 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주연에서 조연으로 밀려났을 때 굉장한 허탈감에 빠져 방황했다고 하더군요.

“언젠가는 저도 조연을 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것 때문에 불안하진 않아요. 이번에 한 엄마 역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없었어요. ‘이왕이면 잘생긴 아들을 둔 엄마를 해야지’라고 편하게 생각하니까 괜찮더라고요. 요즘은 엄마 캐릭터도 색깔이 다양해졌잖아요. 최강선 역도 특별했어요.”

연기 욕심 더 간절해져

“평생 독신요? 괜찮은 남자가 눈에 띄질 않네요”
1964년 인천에서 나고 자란 황신혜는 어릴 적부터 여행을 좋아해 스튜어디스를 꿈꿨다.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운항과에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1983년 MBC 공채탤런트 시험에 합격하면서 연기자 길로 들어섰다.

데뷔 초부터 그에겐 ‘컴퓨터 미인’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한 방송에서 성형외과 전문의가 그의 미모를 두고 “이목구비의 조화가 컴퓨터로 치수를 잰 듯이 완벽하다”고 평가한 것이 계기였다. 그래서 연기보다 외모로 더 주목받을 때가 많았지만 1996년 드라마 ‘애인’을 시작으로 ‘신데렐라’(1997) ‘위기의 남자’(2002)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이들 작품으로 아름다운 중년을 꿈꾸는 미시족의 아이콘이 된 그는 배우로서의 명성과 평단의 호평 속에서 제2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컴퓨터 미인이라고 불려서 좋은가”라고 묻자 그는 도리어 정색하며 되물었다.

“제 얼굴이 정말 완벽한가요? 처음엔 그 말이 웃겼어요. 저 나름대로는 아쉬운 부분도 있거든요.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이 예뻐 보일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으니까요. 젊은 시절에는 그렇게 불리는 게 불편하고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감사하게 생각해요.”

▼ 외모가 연기를 가려 억울할 때도 있었나요.

“모든 관심이 외모에 쏠리니까 연기를 업으로 하는 저로선 속상하기도 했죠. 배우는 너무 예쁘거나 잘생기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어쩔 수 없더라고요. 저도 할리우드의 미남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볼 때면 연기보다 외모에 더 시선이 가니까요(웃음).”

▼ 연기할 때 외모에 신경이 쓰이나요.

“젊었을 때는 얼굴이 일그러지거나 우는 장면을 찍으면 안 예쁘게 나올까 봐 신경 쓰였죠. 그런데 나이를 먹으니 편해졌어요. 울거나 인상을 써야 할 때도 마음 가는 대로 연기가 나온다고나 할까요. 화난 사람이 예쁘게 웃는 것처럼 보이면 그게 더 이상하죠.”

그의 나이도 어느덧 하늘의 이치를 헤아린다는 지천명에 이르렀지만 얼굴도, 몸매도 20대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흐트러짐이 없다. 비결이 뭘까.

“운동이죠. 매일은 하지 못하지만 유산소운동과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병행하고 있어요. 나이 들면 살이 처지고 탄력을 잃는 건 어쩔 수 없어요. 그래서 근력운동이 정말 중요하죠. 하지만 건강한 젊음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거예요. 마음이 편해야 스트레스로 건강을 상하는 일도 없고 운동할 마음도 생기죠.”

▼ 나이 드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스물아홉 살에는 서른 살이 되는 게 싫었어요. 정말 끔찍했어요. 근데 막상 30대가 되니 무척 편하고 좋더라고요. 20대에는 늘 일에 쫓기고 불안했는데 30대엔 한결 여유가 생겼어요. 그동안 못했던 것을 즐기고 누리고 또 느낄 줄 아는 여유 말이에요. 그러다 30대 중반이 되니 다시 불안해지던걸요. 무엇보다 아이를 갖고 싶었어요. 이러다 평생 아이를 못 낳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포기할 때쯤 지영(그의 딸 이름)이를 가졌죠. 40대엔 30대 때보다 더 의연했어요. 50대를 앞두니 이제 곧 60대가 되겠구나 하고 순리로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이젠 뭘 하더라도 제대로 정말 열심히 해야겠구나, 최선을 다해야겠구나 그런 생각이 더 강해져요. 연기에도 욕심이 생기고요.”

▼ 그 전엔 연기에 욕심이 없었던 건가요.

“있었지만 차원이 달랐죠. 말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예전보다 지금이 더 간절하고 절박해요. 이런 절박함을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저희 엄마가 늘 그러세요. 나이 먹는 건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나이 먹는 만큼 딸이 점점 커가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시간이 더 빨리 가면 좋겠다 싶어요. 딸이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얼른 보고 싶거든요. 딸과 같이 있으면 무척 든든하고 뿌듯해요. 딸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어떨지 상상해보기도 해요. 할머니 소리를 듣는 건 달갑지 않지만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해요(웃음).”

▼ 살면서 지난날을 후회한 적은 없나요.

“후회는 없어요. ‘후회하지 말자’가 제 좌우명이에요. 엄마가 결혼을 못 하게 말리셔도 제가 좋으면 강행했어요. 그때는 그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었으니까요. 오히려 엄마 말 듣고 포기했더라면 지금 후회할지도 모르죠. 그 대신 제가 한 선택인 만큼 잘되지 않았어도 다른 사람을 원망하고 싶지 않아요.”

“평생 독신요? 괜찮은 남자가 눈에 띄질 않네요”
결혼 실패했지만 후회는 없어

▼ 사랑할 땐 어떤 스타일인가요.

“완전 순정파예요. 그 사람밖에 모르거든요. 연애와 결혼을 구분해 생각한다는 건 있을 수 없죠. 사랑하면 결혼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딸이 절 닮을까 봐 걱정이에요. 딸은 저처럼 사랑에 목숨 걸지 말고 이것저것 따져서 현명한 선택을 하면 좋겠어요.”

▼ 어떤 타입을 좋아하나요.

“과묵하고 진중한 스타일을 좋아해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나대지 않는 사람이 좋아요.”

▼ 외모는 안 따지나요.

“왜 안 따지겠어요. 저는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매를 가진 남자보다 배가 좀 나오고 풍채가 좋은, 인심이 넉넉해 보이는 사람이 좋더라고요.”

▼ 앞으로도 얼마든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지 않겠어요.

“이제 그런 기대감은 없어요. 나이를 먹으니 자연스럽게 마음을 비우게 되던걸요. 지영이가 ‘엄마, 정말 예쁜데 데이트도 하고 그래. 엄마 인생은 엄마 거니까 결혼해도 난 상관없어’ 그러더라고요. 굳이 연애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딸이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고 대견했어요. 아직 어린데 제 생각을 많이 해줘요.”

▼ 평생 독신으로 살 생각은 아니죠.

“지금은 일하는 게 더 재미있어요. 대시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지만 마음 가는 사람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쓸 만한 남자가 없네요. 괜찮은 여자는 많은데 괜찮은 남자는 왜 이렇게 없을까요. 아니면 이미 결혼했거나. 오죽하면 제가 아는 사람에게 ‘혹시 이혼 예정인 사람 중에 괜찮은 사람 없느냐’고 물어봤다니까요(웃음).”



주간동아 2012.03.26 830호 (p63~65)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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