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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박희숙의 미술관

여자의 쉬운 돈벌이 ‘매춘의 유혹’

가난과 여인

여자의 쉬운 돈벌이 ‘매춘의 유혹’

여자의 쉬운 돈벌이 ‘매춘의 유혹’

‘이름도 없고 친구도 없는’, 오스본, 1857년, 캔버스에 유채, 107×86, 개인 소장.

책, 드라마, 영화에서도 그렇고, 복지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 중에서도 “가난은 불편할 뿐이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위로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은 결코 가난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가난하면 그럴 거라고 상상할 뿐이다.

사실 가난한 사람에게 가난은 불편하기보다 부끄러운 것이다. 애당초 가난했기 때문에 사는 데는 큰 불편함이 없지만, 가난한 사람을 벌레 보듯 하는 가진 사람의 시선 탓에 가난이 부끄럽다고 느끼는 것이다.

가난을 부끄러워하는 여인을 그린 작품이 에밀리 오스본(1834~?)의 ‘이름도 없고 친구도 없는’이다. 여자의 사회활동을 용납하지 않던 19세기 영국 사회를 표현했다.

초록색 체크무늬 코트를 입은 여인이 고개 숙인 채 서 있고, 곁에서 화구를 들고 선 소년은 그림을 살펴보는 늙은 남자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눈을 지그시 뜨고 그림을 감상하는 늙은 남자는 상점의 주인이며, 고개 숙인 여인은 그림을 팔러온 것이다. 초록색 체크무늬 코트 아래로 보이는 검은색 옷은 여인이 상중(喪中)임을 의미하며, 손으로 핸드백을 움켜쥔 것은 돈이 절박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경직된 자세로 상점 주인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소년의 시선과 붉은색 머플러는 돈에 대한 욕망을 나타낸다.

그림 왼쪽 의자에 앉은 남자가 그림을 들고 있는 것은 그가 전업 화가임을 나타낸다. 그가 여인을 바라보는 까닭은 그도 그림을 팔려고 순서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림 오른쪽, 상점 벽에 기댄 남자들이 여인을 바라보며 수군댄다. 이는 여자가 혼자 상점에 들어오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당시 사회 분위기를 나타낸다. 왼쪽 창밖으로 보이는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영국의 흐린 날씨를 보여주는 동시에 여인이 그림을 팔지 못할 것임을 암시한다.



오스본의 이 작품은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작가는 그림 속 여인을 통해 생계가 어려워 그림을 팔러 나올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심정을 표현했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종일 일하고 또 일하지만 큰돈을 벌지 못한다. 학력, 인맥, 자본 이 세 가지를 가지지 못해서다. 사회는 이 세 가지가 있는 사람에게만 기회를 준다. 그러니 가난한 사람이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몸이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만 수입을 늘릴 수 있다.

남자는 육체노동으로 입에 풀칠이라도 하지만, 노동력이 부실한 가난한 여자가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매춘밖에 없다. 매춘은 투자 대비 고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가난한 여자는 매춘의 유혹에 곧잘 빠져든다.

여자의 쉬운 돈벌이 ‘매춘의 유혹’

(왼쪽)‘에로스를 파는 사람’, 비엥, 1763년, 캔버스에 유채, 117×140, 프랑스 퐁텐블로 성 미술관 소장. (오른쪽)‘여자 뚜쟁이’, 페르메이르, 1656년, 캔버스에 유채, 143×107, 드레스덴 국립미술관 소장.

사랑을 파는 여인을 그린 작품이 조제프 마리 비엥(1716~1809)의 ‘에로스를 파는 사람’이다. 무릎을 꿇고 앉은 여인이 한 손으로는 에로스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에로스가 담긴 바구니를 잡고 있다. 탁자 옆의 여인들은 에로스를 바라본다.

에로스는 사랑을 상징한다. 에로스가 담긴 바구니를 잡은 여인은 포주이며, 그가 에로스를 든 것은 다른 여인에게 매춘을 권한다는 의미다. 푸른색 옷을 입은 여인이 에로스를 바라보면서 손을 벌리는 것은 매춘을 하겠다는 뜻이다. 여인들의 붉어진 뺨은 성적 욕망을 나타낸다.

비엥의 이 작품에서 탁자 위 꽃병은 여자의 자궁을 상징하며, 꽃병에 가지런히 꽂힌 꽃은 정숙한 여인을 의미하는 것이라 매춘하는 여인과 대조를 이룬다.

모든 일이 처음 시작할 때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몇 번 경험이 쌓이면 대담해진다. 매춘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죄의식과 수치심, 모멸감을 갖지만 경험이 쌓이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선다.

대담하게 매춘하는 주부를 그린 작품이 얀 페르메이르(1632~1675)의 ‘여자 뚜쟁이’다. 노란색 상의를 입은 여인은 한 손으로 술잔을 쥐고 다른 한 손은 벌리고 있다. 깃털 달린 모자를 쓴 남자는 왼손으로 여인의 가슴을 움켜쥐고, 오른손으로는 돈을 내민다. 깃털 달린 모자는 남자가 부유층임을 나타내며, 남자가 돈을 건네는 모습은 매춘이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인이 덮은 양탄자에 짜다 만 레이스가 놓여 있다. 여인이 가정주부이며, 매춘이 벌어지는 장소가 사창가가 아닌 일반 가정집임을 암시한다.

깃털 달린 모자를 쓴 남자의 어깨 뒤로 보이는 여자가 뚜쟁이다. 노란색 옷을 입은 여인을 바라보면서 웃는 모습은 매춘에 성공했음을 나타낸다. 사랑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평범한 가정주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매춘은 여자로 하여금 쉽게 돈을 벌게 하지만, 매춘으로 부자가 된 여자는 없다. 품위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서다. 부자 남자는 늙고 지저분한 여자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박희숙은 서양화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을 9회 열었다. 저서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클림트’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등이 있다.



주간동아 2012.03.26 830호 (p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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