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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박희숙의 미술관

남자의 자존심이여 벌떡 세워 총!

남자의 자존심이여 벌떡 세워 총!

남자의 자존심이여 벌떡 세워 총!

‘스노든 경의 풍자화’, 스카페, 1965년, 종이에 펜, 73×52, 작가 소장.

“젊은이들이여 패기를 가져라.” 하지만 가진 것 하나 없는 젊은 남자가 세상을 향해 도전하는 배짱은 패기가 아니라 페니스에서 나온다.

페니스를 과대평가하는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페니스가 부실한 남자는 만족스럽지 못한 섹스로 매사에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세상을 향해 감히 총을 쏠 수도 없다. 그러니 남자 힘의 근원은 페니스며, 남자의 도전 정신은 페니스에서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히말라야에 가야만 도전 정신이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젊은 날의 도전 또한 섹스에서 시작된다. 젊은 여자를 침대로 끌어오려면 수많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여자는 옹녀가 아니고서는 남자와의 섹스를 쉽게 허용치 않는다. 남자가 여자의 본능을 무장해제시키기란 결코 쉽지 않다. 남자의 도전과 피나는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섹스다.

젊은 남자의 패기 넘치는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 제럴드 스카페(1934∼)의 ‘스노든 경의 풍자화’다. 벌거벗은 남자가 카메라를 메고 당당하게 서 있다. 남자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여동생 마거릿 공주와 1960년 결혼한 사진작가 앤터니 암스트롱 존스다. 그는 평민이었지만, 공주와 결혼해 스노든 백작 칭호를 받았다.

카메라는 스노든 경의 직업을 나타내는데, 페니스를 카메라로 표현한 것은 그가 사진작가로서의 실력보다 섹스로 더 인정받았음을 암시한다. 늘어진 턱은 그의 탐욕스러움을 비유적으로 드러내며,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선 자세는 내세울 것이 몸밖에 없는 남자라는 의미다.

카메라 렌즈가 돌출된 것은 발기했음을 상징한다. 섹스로 부와 명성을 얻은 남자를 풍자한 이 작품에서 영국 왕실 문양으로 된 가슴 털은 스노든 경의 남성미를 나타내며, 가슴 털 아래 영문자는 그의 신분 상승을 다시 한 번 강조해 표현한 것이다.

남자는 페니스에 대해 항상 불안해한다. 성능을 확인할 상대가 여자밖에 없어서다. 그래서 남자는 섹스할 때마다 여자에게 좋았느냐고 묻고 또 묻는다. 하지만 여자가 가장 짜증날 때가 그 순간이다. 무릉도원에 보내주지도 못하면서 지치지도 않고 묻는다. 안 좋으면 그만두려나?

여자에게 백만 번 묻는 것보다 더 확실하게 페니스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화장실이다. 남자 화장실의 개방형 소변기는 신이 선물한 기기다.

1인자는 2인자가 있어야 인정받는 것처럼, 같은 남자끼리 성능을 비교해 인정받아야 진정한 고수인 법. 여자에게 묻지 말고 소변기 앞에서 옆 사람의 것과 크기, 성능을 비교해보라. 남자 화장실에 나란히 서 있는 소변기는 페니스 성능 비교 테스트 수단이다.

페니스를 비교하는 남자를 그린 작품이 오브리 비어즐리(1872∼98)의 ‘라시스트라타를 위한 데생’이다. 젊은 남자는 자신의 커다란 페니스가 자랑스러운 듯 바라보고, 늙은 남자는 부러운 듯 손으로 젊은 남자의 귀두를 쓰다듬으면서 자신의 페니스와 비교한다. 머리카락이 없는 남자가 늙은 남자이며, 늙은 남자의 키만큼 솟아 있는 페니스는 젊음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커다란 페니스는 정력이 강하다는 남자만의 속설을 시각화한 것으로, 커다란 페니스를 부러워하는 남자의 문화를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비어즐리는 페니스를 강조하려고 늙은 남자의 키만큼 크게 그렸으며, 페니스가 큰 남자를 젊은 귀족으로 표현한 것은 페니스 크기가 남자의 자존심과 관련 있음을 암시하려는 의도다.

남자의 자존심이여 벌떡 세워 총!

(왼쪽)‘라시스트라타를 위한 데생’, 비어즐리, 1896년, 종이에 펜, 개인 소장. (오른쪽)‘바나나를 사세요’, 노클린, 1972년, 사진, 개인 소장.

세상 무서울 것 없다고 외치던 남자도 중년이 되면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지만 자신은 분명히 느낀다. 세상에는 두려워할 것이 있다고.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배우자 곁에 가는 것이 두렵다. 그렇다고 비아그라를 먹을 수는 없다. 예쁘고 어린 ‘여친’을 위해 남겨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년 남자의 실체를 그린 작품이 린다 노클린(1931∼)의 ‘바나나를 사세요’다. 남자가 구부정하게 서서 벌거벗은 채 쟁반을 들고 있다. 쟁반에는 몇 개의 바나나가 놓여 있으며 쟁반 위로 남자의 축 늘어진 페니스가 보인다.

수염과 덥수룩한 머리, 그리고 가슴 털은 남성성을 강조하지만, 고개 숙인 페니스는 팔리지 않은 바나나와 함께 남자의 성적 무능함을 나타낸다. 비굴한 표정은 기능을 상실한 남자의 심리를 드러낸다.

노클린은 여성의 가슴을 사과로 표현한 다른 작가의 작품을 비판하려고 남근을 바나나에 비유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미술관에서 여성 누드를 보며 관음증을 충족시켰던 관람객들에게 남자의 초라한 누드를 제시함으로써 미국 페미니스트 정신을 나타내려 했다.

방 안에서 리모컨 총을 들고 있는 중년 남자에게 필요한 것은 보약이다. 보약 한 재는 총구 방향을 바로잡아 주기 때문이다.

*박희숙은 서양화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을 9회 열었다. 저서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클림트’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등이 있다.

입력 2012-03-19 1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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