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8

2012.03.12

‘걱정인형’ 만드는데 무슨 걱정

돈워리컴퍼니 김경원 대표, 성공보다 사회적 가치 먼저 생각

  • 김지예 주간동아 인턴기자 lilith825@gmail.com

    입력2012-03-12 13: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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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인형’ 만드는데 무슨 걱정
    주인이 자는 동안 그날의 걱정을 대신해주고 제3세계 어린이에게 제 몸값 일부를 덜어 축구공까지 선물해주는 인형이 있다. 사회적기업 돈워리컴퍼니 김경원(30) 대표의 작품인 ‘걱정인형(worry doll)’이다. 손가락 한 마디만 한 크기의 걱정인형은 돈워리컴퍼니 직원들이 실과 철사로 얼굴, 몸통을 만든 뒤 무덤덤한 표정을 직접 그려넣어 완성한다. 인형 이름은 ‘걱정이’.

    3월 5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돈워리컴퍼니 작업실. 연두색 벽지를 바른 아담한 공간에서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걱정인형을 제작하는 3명의 직원은 이미 봄을 맞은 듯 평온해 보였다.

    걱정인형은 돈워리컴퍼니의 홈페이지 돈워리워리닷컴(dontworryworry.com)에서 구입할 수 있다. 걱정거리를 적어 주문하면 간단한 손편지도 함께 배달해준다. 단순한 쇼핑몰을 넘어 걱정을 털어놓고 위로받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발전한 이 사이트는 시골 오두막처럼 걱정 가득한 손님을 푸근하게 맞아준다.

    돈워리컴퍼니의 직원 12명 중 7명은 다문화가정 출신. 인형 10세트를 팔 때마다 1개의 축구공을 제3세계 어린이에게 전달하니 그들의 고달픈 일상도 위로해주는 셈이다.

    김 대표는 20대 초반에 철학을 공부하려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런데 거기서 과테말라 인디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걱정이 많아 잠 못 이루는 아이에게 ‘인형을 베갯속에 넣고 자면 그날의 걱정을 대신해준다’고 위로했다는 전설에 흥미를 느꼈다. 무엇보다 아이가 편안히 하룻밤 잠을 청하길 바라는 인디언 할머니의 마음에 반했다.



    “저는 거창한 이상을 가진 박애주의자가 아닙니다. 호기심과 재미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상업적인 성공에 욕심 부리지 않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죠.”

    미국에 있을 때 많은 걱정에 사로잡혀 한때 망상에 시달리기도 했던 그는 ‘돈 워리 비 해피(Don’t worry, Be happy)’를 생각하며 마인드 컨트롤로 위기를 극복하려 노력했다. 귀국해서는 저소득층 어린이를 대상으로 영어 연극을 가르치면서 걱정거리를 잊었다. 제3세계의 소외된 어린이들에게 축구공을 보내는 일도 그 연장선에서 하는 것일까. 의외로 ‘쿨’한 답변이 돌아왔다.

    제3세계 어린이에게 축구공 기부

    ‘걱정인형’ 만드는데 무슨 걱정
    “아이들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을 능숙하게 다루지도 못해요. 그저 쉽게 즐길 수 있는 놀 거리를 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그에게 기부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인형을 만들어 사회에 엄청난 기부를 하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있었던 건 아니다. 단지 재미있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자신한테 의미 있는 일을 찾아서 하다 보면 성취감이 생기고, 자연히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돈워리컴퍼니의 성공과 수익보다 희소성과 가치를 소중히 생각한다고 했다. 이제 겨우 서른이 된 그는 젊은이들이 그토록 꿈꾸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궁금증이 생긴다. 아무런 걱정도 없어 보이는 그의 베갯속에도 걱정인형이 들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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