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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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는 떠났어도 멜로디는 남는다

음악인이 영원히 사는 법

  • 정바비 bobbychung.com

    입력2012-03-05 1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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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는 떠났어도 멜로디는 남는다

    (작은 사진) 2월 18일 미국 뉴저지 주 뉴어크 뉴호프의 침례교회에서 열린 휘트니 휴스턴의 장례식장 앞에 팬들이 붙여둔 추모편지. (큰 사진) 2009년 11월 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09 아메리칸뮤직어워드에 참석한 휘트니 휴스턴이 공연을 끝낸 뒤 인사하고 있다.

    “사람은 두 번 죽는다. 한 번은 육체적으로, 또 한 번은 타인의 기억 속에서 사라짐으로써 정신적으로 죽는다.”

    불문학자 김현의 말이다. 이 말대로라면 예술가는 남들보다 비교적 장수를 누리는 부류라고 해도 좋겠다. 특히 음악가는 운만 좋다면 단 한 장의 음반이나 한 곡의 노래, 심지어 한 소절의 멜로디만으로 오래오래 누군가의 뇌리에서 살아 숨 쉴 수 있다. 영생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노화작용과 관련 있는 유전자를 연구하기보다 피아노나 기타를 배우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발매한 일본 밴드 ‘스피츠’의 미발표곡 모음집 ‘오루타나’를 듣다가 추억의 이름을 발견했다. ‘첫사랑의 폭풍(初 の嵐).’ 2002년 단 한 장의 앨범을 남기고 사라진 일본 밴드다. 해산 이유는 보컬이자 리더가 앨범 제작 도중 급성심부전증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스물다섯 살 전도유망한 뮤지션의 때 이른 죽음을 많은 이가 안타까워했다. 그로부터 10년, 인기 밴드 ‘스피츠’가 그들의 노래를 리메이크해 새 앨범에 실으면서 새삼 그 이름이 화제에 오른 것이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소생의 감동을 느낀 건 나 혼자만은 아니었으리라.

    음악인을 추모하는 방식에는 공연도 있다. 1990년대 초 파워팝을 이끌 밴드로 기대를 모았으나 역시 리더의 죽음으로 꽃을 피우지 못한 채 밴드의 생명을 마감한 ‘머티리얼 이슈(Material Issue)’는 십수년 동안 활동이 없었던 것에 비해 지금까지도 꽤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들의 데뷔 앨범 제목을 딴 음악 페스티벌 ‘인터내셔널 팝 오버스로(International Pop Overthrow)’를 매년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시카고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연쇄 다발적으로 열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록 스타에서 지역의 명물 밴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뮤지션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이 축제는 전 세계 파워팝 팬이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이벤트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견할 만한 공연이 있다. 매년 4월 초가 되면 홍대 라이브클럽 이곳저곳에서 열리는 커트 코베인 추모공연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너바나’의 음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팀들의 직설적인 오마주부터, ‘아니 저런 팀도 너바나를 좋아했단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의외인 재해석까지 그 면면도 흥미롭다. 지난해 1월에 열렸던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본명 이진원)의 추모공연도 대단했다. 100여 팀이 26개 라이브클럽에서 펼친 대단위 공연이었으니 말이다. 1년 전 이 지면을 통해 그 공연에 대한 졸문을 기고했으니 관심 있는 독자는 찾아보셔도 좋겠다.



    2월 18일에는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으로 충격을 안겨준 휘트니 휴스턴의 장례식이 열렸다. 1990년대 팝 디바의 아이콘으로 군림했던 그의 장례식장에는 수많은 히트곡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I will always love you’가 흘러 추모객의 심금을 울렸다고 한다. 1993년 발표 당시 이 노래는 어찌나 인기가 높았던지 심지어 옆집에서 매일 이 노래만 틀어놓는다는 이유로 이웃을 고소한 사건도 있었다. 이 노래를 좋아했든, 싫어했든 절정에서 파워풀한 고음과 함께 터져 나오던 후렴구 “앤다~~이아~~~”를 잊을 수 있는 이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비록 휘트니 휴스턴의 육체는 사라졌지만 팬들 기억 속에는 오래도록 살아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이유다.

    가수는 떠났어도 멜로디는 남는다
    ‘가을방학 정바비의 음악세상’은 이번 호로 연재를 마칩니다. 애독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정바비는 1995년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원년 멤버로 데뷔한 인디 뮤지션. ‘줄리아 하트’ ‘바비빌’ 등 밴드를 거쳐 2009년 ‘브로콜리 너마저’ 출신 계피와 함께 ‘가을방학’을 결성, 2010년 1집 ‘가을방학’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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