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4

2012.02.13

아! 이래서 원작에 열광하는구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2-02-13 1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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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이래서 원작에 열광하는구나
    디즈니 만화 ‘노틀담의 꼽추’는 ‘따뜻한 괴물’ 카지모도의 사랑을 그렸다. 카지모도는 아름다운 집시 에스메랄다의 손을 잡고 설레는 마음으로 노트르담 대성당을 위태롭게 걷는다. 에스메랄다가 교수형 위기에 처하자 일생을 걸고 거리에 나선다. 하지만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팀이 선보인 진짜 노트르담 이야기는 어그러진 인간 군상의 욕망과 배신에 대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시기는 15세기 말, 교회가 세상의 중심인 때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나날이 웅장해지지만 화려한 파리 주변에는 거지와 이교도, 집시가 득실거린다. 프롤로 주교는 성당 앞 광장에서 춤추는 집시 에스메랄다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에스메랄다는 자신을 구해준 근위대장 페뷔스에게 사랑을 느끼고, 페뷔스는 정혼자가 있음에도 에스메랄다의 관능적 매력에 빠져든다. 카지모도 또한 ‘광인의 왕’으로 뽑힐 정도로 흉하게 생긴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에스메랄다와의 사랑을 꿈꾼다.

    에스메랄다를 향한 엇갈린 사랑은 프롤로 주교의 욕심과 질투 때문에 점점 비극으로 치닫는다. 사랑을 갈구할수록 에스메랄다를 파괴할 수밖에 없는 프롤로 주교는 결국 그에게 교수형을 명한다. 에스메랄다를 지키지 못한 카지모도는 프롤로 주교를 계단에서 밀어버린다.

    프롤로 주교의 이중성은 이 작품의 주제와 닿아 있다. 부모마저 내다버린 카지모도를 거둬 키우지만 그에게 단 한 번도 마음을 주지 않는다. 종교인으로서 신이 아닌 여인을 사랑하지만, 결국 그 여인을 파괴함으로써 면죄부를 얻으려 한다. 그는 교회가 재단하는 선과 악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온몸으로 대변한다. 성당 뒤에 숨어서 사랑하는 여인의 처형 장면을 바라보는 그의 고통스러운 표정은 연민 대신 분노를 부른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뤄지기 때문에 줄거리 전달이 어려운 ‘송 스루(song through)’ 뮤지컬인 데다, 그나마도 영어로 진행돼 자막이 나오는 모니터를 힐끔거려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이 뮤지컬이 관객 몰입을 유도하는 것은 배우들의 역량 덕분이다. 출연 배우들은 깊은 성량과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무대를 꽉 채운다. 강한 근력과 큰 체격, 유연성을 앞세운 댄서들의 움직임도 남다르다. 특히 13년간 카지모도 역만 해온 배우 맷 로랑은 카지모도 그 자체였다. 카지모도가 에스메랄다의 시체를 안고 “춤을 춰요, 노래를 해요”라고 외치는 마지막 장면에서 맷 로랑의 강렬한 목소리와 천장에 매달린 여성 출연자들이 어우러지면서 큰 전율을 안긴다.



    전 세계 1000만 관객을 동원했고, 2005년 첫 내한공연 이후 프랑스 뮤지컬 열풍을 몰고 온 작품이라는 전력은 굳이 보태지 않아도 좋다. 눈을 감은 채 음악만 듣고 와도 티켓 값이 아깝지 않다. 2월 26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 3월에는 성남, 광주, 대구 등지에서 공연이 이어진다. 문의 02-541-5236.

    아! 이래서 원작에 열광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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