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0

2012.01.09

주말마다 ‘파주’가 난리 나는 이유는

신세계 vs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 전쟁… 겹치는 브랜드 거의 없어 선의의 대결?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2-01-09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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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마다 ‘파주’가 난리 나는 이유는
    2011년 3월 19일 토요일 오후. 서울 강변북로를 지나 임진각으로 향하는 자유로에서 경기 파주시 통일동산으로 나가는 나들목에 진입하려는 차량이 수km에 걸쳐 늘어섰다. 정체가 극심할 때는 통일동산 나들목을 4km 정도 앞둔 문발IC에서부터 차량이 밀렸다. 주말을 맞아 전날 문을 연 신세계 첼시 프리미엄 아울렛(이하 신세계 아웃렛) 매장을 찾은 방문객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진 것이다.

    나들목을 빠져나와도 교통체증보다 더 심한 주차난이라는 복병이 기다렸다. 신세계 아웃렛 매장의 주차공간을 훨씬 초과하는 많은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부 고객은 주변 도로는 물론 인근 주택가에까지 차를 세웠다. 그 바람에 신세계 아웃렛 인근에 거주하는 통일동산 주민은 한동안 주말마다 극심한 차량 정체에다 주차난까지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경기 북부에 처음 프리미엄 아웃렛 매장이 들어섰다는 상징성 때문에 신세계 아웃렛은 개장 초기에 대성공을 거뒀다. 많은 사람이 몰리다 보니 매출액도 당초 목표를 훌쩍 넘겼다. 신세계 관계자는 “개점 첫 달에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내장했고, 2011년 말까지 340만 명이 다녀갔다”며 “매출도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한동안 신세계는 파주 아웃렛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롯데 개점 흥행 성적 갈아치워

    그러나 2011년 12월 변화가 찾아왔다. 파주 출판단지 바로 옆에 조성 중인 제2출판단지에 롯데가 더 큰 규모의 프리미엄 아웃렛 매장을 오픈한 것. 12월 2일 공식 개장한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이하 롯데 아웃렛)은 신세계가 개점 초기 거뒀던 흥행 성적표를 모두 갈아치우며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개점 나흘 만에 117억 원의 매출 실적을 올려 아웃렛 사상 최단기 최고 매출을 올렸고, 개점 첫 주에만 내방객 30만 명 이상을 기록했다. 롯데 측은 “개점 한 달 동안 120만 명 가까운 내방객을 맞았다”고 추산했다. 또한 개점 열흘 만에 21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개장 한 달 목표치였던 300억 원을 훌쩍 넘겨 390억 원 가까운 실적을 올렸다. 목표 대비 130%의 매출실적을 기록한 것.



    롯데 측은 “개점 한 달 동안 내방객 수와 매출 실적 등에서 신세계를 앞섰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신세계 측은 “롯데가 아웃렛 매장을 연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고객이 신세계 아웃렛을 찾고, 매출 신장세도 뚜렷하다”며 “롯데 아웃렛 개점 이후에도 내방객과 매출 양 측면에서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영하 10℃까지 내려가는 강추위가 몰아친 1월 3일. 롯데와 신세계 간 프리미엄 아웃렛 대전(大戰)이 한창인 파주를 찾았다. 오전 11시. 막 개장한 신세계 아웃렛 매장 앞 주차장에는 이미 10여 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많지 않은 고객이 매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매장도 모두 문을 열고 고객을 맞았다. 고객센터 관계자는 “오후 1시부터 3시까지가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시간대”라고 말했다.

    남북으로 마주 보며 자리 잡은 신세계 아웃렛 매장은 동에서 서로 길게 들어서 있다. 매장이 오밀조밀 모여 있어 아기자기한 유럽풍을 연상시켰다. 매장과 매장 사이가 가까워 고객의 동선이 짧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다만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릴 경우 통로가 좁아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점 초기 2445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했던 신세계 아웃렛은 극심한 주차난으로 인근 주민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탓인지 이후 꾸준히 주차공간을 늘려 현재는 임시주차장을 포함해 한꺼번에 3500대까지 수용할 수 있다. 주차공간 확충으로 개점 석 달 뒤부터 교통체증은 눈에 띄게 줄었고, 주차난도 해소됐다.

    신세계 관계자는 “개점 석 달 만인 6월 이후부터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며 “고객도 일시에 몰리지 않고 꾸준히 들고 있으며, 매출도 안정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신세계 아웃렛이 흥행몰이를 계속하자 매장 바로 앞에는 낙수효과를 기대한 유사 아웃렛 매장까지 들어섰다.

    롯데 아웃렛 매장은 제2출판단지 초입에 있다. 서울이나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아웃렛 매장으로 올 경우 롯데 아웃렛이 좀 더 가깝다. 접근성 측면에서도 롯데 아웃렛은 문발IC와 장월IC, 출판단지 나들목과 자유로출판단지휴게소 등 다양한 진출입로를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롯데 아웃렛 개장 초기 교통체증은 신세계 아웃렛보다 한결 덜했다. 롯데 관계자는 “개점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며 “고객이 더 편하게 매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매장 내 이동통로도 훨씬 넓게 조성했다”고 말했다.

    매장 규모 면에서는 신세계 아웃렛(3만1021㎡)과 롯데 아웃렛(3만1910㎡)의 차이가 크지 않다. 하지만 영업장 면적은 롯데 아웃렛(5만3823㎡)이 신세계 아웃렛(4만7475㎡)보다 6348㎡ 더 넓다. 영업장 면적 차이가 있는 만큼 고객이 매장에서 느끼는 공간감은 롯데 아웃렛이 더 넓고 크다. 신세계가 아웃렛이라는 특성을 살려 ‘매장’에 집중했다면, 롯데 아웃렛은 매장 외에 문화홀과 문화센터, 갤러리도 갖춘 복합문화센터를 지향한다는 차이가 있다.

    매장 집중 vs 복합문화센터 지향

    롯데 관계자는 “(롯데 아웃렛에는) 롯데리아와 롯데마트를 비롯해 F·B(Food· Beverage) 매장이 신세계 아웃렛보다 더 많다”며 “그만큼 고객을 위한 편의시설을 두루 갖췄다”고 말했다. 또한 롯데 아웃렛에는 롯데시네마와 뽀로로키즈카페가 입점해, 연인 단위 쇼핑객과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쇼핑객의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롯데 아웃렛은 A, B, C, D 4개 동으로 매장을 구성했다. 올 3월 오픈 예정인 C동은 현재 공사 중이다. C동에는 문화센터와 갤러리, 그리고 몇몇 명품 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남북으로 마주 보며 들어선 A동과 B동 사이에는 개천이 흐르는데, 아웃렛 매장을 찾는 고객이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원처럼 꾸며놓았다.

    롯데 관계자는 “우리보다 신세계 아웃렛 이 앞서 개장한 것이 여러모로 참고가 됐다”며 “매장 배치와 구조 등에서 신세계 아웃렛 이용객이 느꼈던 불편함을 최소화하려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아웃렛이라는 공통점에도 신세계와 롯데는 정면대결은 피했다. 신세계 아웃렛 160개 입점 업체와 롯데 아웃렛 180개 입점 업체 가운데 브랜드가 겹치는 매장은 30여 개에 불과하다. 아이그너와 휴고보스 등은 신세계 아웃렛에만 있고, 멀버리와 폴스미스 등은 롯데 아웃렛에만 있는 식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세계는 경쟁업체지만, 프리미엄 아웃렛 시장을 함께 키우는 동반자”라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함께 성장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개장해 시장을 선점한 신세계 아웃렛과 추격전에 나선 롯데 아웃렛이 앞으로도 ‘선의’의 경쟁을 지속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파주 프리미엄 아웃렛 시장의 강자도 결국 하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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