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0

2012.01.09

美, 소비 반짝… 봄이 오는가

‘메가 월요일’ 쇼핑 대박에 긍정적 신호… 고용 상황 개선에 집값 상승 기대도

  •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경제학 박사 soojong.kwak@samsung.com

    입력2012-01-09 0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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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가를 점령하라’ 를 외치는, 1%에 대한 99%의 목소리가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성장 간극이 세계 금융위기로 많이 줄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개발도상국 성장률은 선진국 성장률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경제성장률 역시 2010년 10.3%에서 2011년 9.5%로 약 1%포인트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IMF의 주요국 경제성장률 자료를 잠시 살펴보자. 2010년 주요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은 미국 3.0%, 유로지역 1.8%, 영국 1.4% 등 평균 3.1%를 기록했으나, 2011년 각각 1.5%, 1.6%, 1.1%로 급락하면서 선진국 평균성장률도 50% 정도 하락해 1.6%였다. 주요 선진국의 소비자물가는 2010년 1.6%에서 2011년 2.6%로 1%포인트 가까이 상승했으며, 실업률은 8.3%에서 7.9%로 낮아졌으나 체감 실업률은 통계숫자에 반영되지 않는다.

    소비 회복은 곧 미국 경제 회복

    미국에서 소비 회복은 곧 미국 경제의 회복을 의미한다. 미국 경제성장의 70%를 소비가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경제성장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인 국내총생산(GDP)은 4개 항목으로 이뤄진다. 소비, 투자(건설투자와 설비투자), 정부 지출, 경상수지다.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주택 수요나 사무실 건축률이 하락하기 때문에 건설투자가 줄어들고, 그러면 생산이 감소해 설비투자마저 하락한다.

    미국처럼 대부분의 제조업 경쟁력이 다국적 기업 형태로 외국에 주재하는 경우, GDP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 경상수지는 늘 적자일 수밖에 없다. 경기가 나빠져 소비와 투자가 줄고, 제조업 경쟁력이 변변치 못하다 보니, 결국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길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한정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년과 비슷한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려고 소비와 투자가 줄어든 만큼 정부가 지출을 늘리기는 불가능하다. 자연히 GDP가 낮아진다.



    이 흐름을 거꾸로 살펴보자. 만일 미국에서 소비가 좋아지면 건설과 설비투자도 좋아질 것이다. 개인의 소비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소득이다. 소득은 노동의 대가, 즉 임금이거나 자본에 대한 이자지급 형태로 분배된다. 경기가 좋으면 고용이 늘어나 실업자가 줄어들 테니, 당연히 전체적인 노동임금 수준도 올라간다. 주식 시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한 기업도 장사가 잘되니 주가가 오르고, 그러면 주식에 자본을 투자한 사람이 거두는 대가도 후해진다.

    2011년 12월 미국 고용수준이 두 달 연속 증가했으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같은 시기 일자리 수는 약 15만 개 늘었다는 소식도 있다. 실업률은 8.7%로 11월의 8.6%보다 0.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그 정도는 무시해버리자. 일자리가 늘었다는 것은 소득이 늘었다는 얘기고, 그만큼 소비여력도 증가했다는 의미다.

    다음은 주택 시장이다. 주택 부문이 살아나야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그래야 마음도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주택 소비가 경기회복의 징표일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 아직 주택 모기지 연체율과 차압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주택담보 대출 연체율도 12월 말 6%를 기록했다. 2011년 10월 현재 미국 가계부채율도 최근 2년 새 최고 수준이었다. 저축은 2011년 11월 3.5%로, 2007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결국 2011년 4분기 홀리데이 시즌에 나타났던 미국 소비자의 소비심리는 ‘반짝’ 장세였을까. 그렇다면 2012년에도 소비자는 지갑을 더 열지 않을 것 아닌가. 이렇게 정리해보자. 2011년 12월 초 미국의 거시경제지표는 긍정론 일색이었다. 실업률이 하락하고, 초저금리가 이어지며, 압류주택 처리가 감소하고, 모기지 연체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어느 것이 사실일까.

    美, 소비 반짝… 봄이 오는가
    유럽 위기와 양적 완화 카드

    요약하면, 거시경제지표나 미시경제지표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추세는 완만한 회복세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11월 전국주택조사 결과, 주택 보유자들은 2012년 집값이 0.2%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집값 예상이 하락에서 상승으로 반전한 것은 6개월 만이다. 2011년 하반기 경제가 상반기보다 좋았다는 의미다.

    2012년도 비슷하다. 앞서 지적했던 주택담보 대출 연체율 6%는 이미 신용평가사 트랜스 유니언이 예측한 수치다. 2012년 말쯤에는 5%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주택 시장과 관련해 분명한 사실은 주택 시장이 정상화하려면 2~3년은 더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업률이 6%대로 하락하고, 소득이 점차 증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 주택 시장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인다면, 이는 장기적 추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건설투자가 늘고 소비도 늘어 설비투자가 증가하면 미국 경제는 다시 활기를 띨 것이다.

    지난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메가 월요일’에 미국 소비자가 쇼핑으로 지출한 돈은 약 71억 달러로, 2010년 12월 26일보다 약 26% 증가했다는 소식이다. 2011년 12월 24일 기준으로 주간 미국 전체 소매판매를 살펴보면, 2010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5% 증가했으며, 그 전주와 비교하면 38%나 급증했다고 한다.

    경기를 체감하는 소비자의 민감한 촉수를 믿는다면, 미국 소비자는 이미 미국 경제에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낀 것은 아닐까 생각해봄 직하다. 물론 걸림돌은 남아 있다. 우선 올해 상반기는 유럽발(發) 재정 및 금융위기로 소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유럽 경제가 공중분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아직 제3차 추가 양적완화 카드를 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게다가 중국 경제의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2012년 당장 위기에 봉착하지는 않을 듯하다.

    미국 경제가 밑이 긴 ‘U’, 즉 욕조형 경기회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아마 2012년은 그 욕조 바닥의 3분의 2쯤에 이른 시간이 될 듯하다. 미국 경제를 좀 더 긍정적으로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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