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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국정원-탈북인 정보 커넥션 01

돈 줄게 김정일 움직임 빼와라! 국정원의 정보 장사

탈북자 통해 정보 수집, 후불 형식으로 돈 지급 타락 부추겨

돈 줄게 김정일 움직임 빼와라! 국정원의 정보 장사

돈 줄게 김정일 움직임 빼와라! 국정원의 정보 장사
탕~. 총소리가 들린다. “죽었나?”라고 누군가 속삭인다. 2005년 일본 한 방송국이 방송한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 공개 총살 장면. 20분 분량의 동영상은 충격적이었다. 사형선고, 사형집행, 사망확인 과정을 촬영했다.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한 이 동영상은 어떻게 일본으로 넘어갔을까.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 당국에 동영상을 구입하라고 요청했는데 헐값을 불렀다고 해요. 일본 방송국이 우리 돈 1억 원을 지불했다고 하더군요.”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온 K씨가 이 동영상을 일본 방송국에 팔았다. 그는 국군포로 J씨의 한국 입국도 도왔다. K씨는 돈 버는 수완이 좋았다고 한다. 탈북인 A씨의 회고다.

“K는 중국에서 탈북 브로커로 일했어요. 국경 무역 일도 했고요. 북한 정보를 일본에 팔았습니다. ‘국정원 일’도 엄청나게 많이 했고요. 돈을 꽤 많이 벌었죠.”

A씨는 K씨와 죽마고우다. K씨 도움으로 한국에 왔다. 탈북인들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에 북한 정보를 넘기는 활동을 ‘국정원 일’이라 부른다.



K씨는 중국에서 납치돼 현재 북한 감옥에 수감돼 있다. 죄목은 간첩죄. 한 탈북자 단체 관계자는 K씨처럼 북한으로 납치된 한국 국적의 탈북인이 수십 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개중엔 자발적으로 북-중 국경을 넘은 사람도 있다. K씨처럼 북한 정보 장사를 하는 한 탈북인의 설명이다.

“물건을 얻으려면 누군가 북한에 들어가거나 북한에서 나와야 하지 않소. 한국 국민이 들어가든, 조선 공민이 나오든 사람 하나가 강을 건너야 한단 말이오. 북한을 출입하는 한국 국적의 탈북자가 내가 아는 사람만 여럿이오. 정보사(국군정보사령부), 국정원, 미국이나 일본과 다 얽혀 있는 거요. 물건이 나오는 중간 과정은 말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겠소. 한국 국민이 북한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은 불법 아니오. 알려고도 하지 않고, 말해서도 안 되는 일이오.”

북한 정보를 획득해 판매하는 다수 탈북인의 말을 종합하면 국정원은 탈북자 조사 과정에서 의욕 있는 사람을 골라 정보 수집에 나서게 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돈이나 이권을 제시하기도 한다. 한 탈북인의 증언이다.

의욕 있는 사람 골라 ‘휴민트’로 활용

“북한에 들어가는 한국 공산품이 있어요. 이권은 그걸 말하는 거예요. 물론 일부는 북한 민주화에 앞장서지 않겠느냐는 식의 명분에 이끌려 자발적으로 정보 수집에 나서는 경우도 있고….”

탈북인을 활용한 북한 정보 수집은 국정원이 ‘해야 할’ 본연의 활동이다. 정보 당국은 휴민트(Humint·Human Intelligence·인적 정보)의 상당 부분을 탈북자, 조총련계 재일교포, 해외인사 등을 통해 수집한다. 휴민트는 정보 왜곡 소지가 적지 않지만 파괴력이나 민감도가 크다.

일부 탈북인은 정보당국이 “탈북인에게 돈을 주고 정보를 사기 시작하면서 많은 문제를 낳았다”고 말한다. ‘돈맛’을 알게 된 일부 탈북인은 북한 정보를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돈을 벌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부터 배운 셈이다. 한편으론 정보당국이 정보 장사를 하면서 탈북인의 ‘타락’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나올 법하다.

정보당국은 정보 수집 대가를 후불 형식으로 지급한다고 한다. 탈북인이 획득한 정보를 살펴본 뒤 가치에 따라 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는 정보 질을 높이려는 당연한 조치로 보인다. 한 탈북인이 일의 종류와 대가를 표로 정리한 것을 토대로 이렇게 말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나 김 위원장 측근과 관련된 정보를 가장 비싸게 쳐줍니다. 판단자료(발생한 일의 분석자료)는 별 볼일 없게 생각해요. 지나간 일 말고 앞으로 일어날 일, 그러니까 누가 어떤 자리에 임명된다든지 누가 해임된다든지, 김 위원장이나 측근이 어느 곳을 방문한다든지, 김 위원장 건강이 어떻다든지 이런 정보가 비싸요. 나중에 사실로 확인되면 돈을 지급하는 방식이죠.”

국정원이 콕 집어 요구한 특정 자료를 구해오면 적어도 100만 원은 받는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기관지 ‘조선인민군’ 같은 것을 구해오면 30만~50만 원을 준다. 군사 교범 같은 것도 대가가 쏠쏠하다고 한 탈북인은 말했다. 그는 “국정원이 할 일을 우리가 대신할 뿐”이라면서 웃었다.

그러나 정보 장사에 적극 뛰어든 탈북인 가운데는 끝이 좋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한 탈북인은 이렇게 말했다.

일부는 미국, 일본으로 팔아넘겨

돈 줄게 김정일 움직임 빼와라! 국정원의 정보 장사

10월 25일 북한 양강도 혜산 부근에서 압록강을 건너 중국 측 도로에 올라선 탈북 남성이 강 건너편의 북한 경비대가 쏜 것으로 보이는 총탄에 맞아 쓰러지자 중국 공안들이 다가와 둘러싸고 있다.

“한국에 오자마자 ‘국정원 일’을 시작한 사람들은 자본주의 사회에 정상적으로 적응하지 못합니다. 북한에 있는 지인들이 감시망에 걸려 체포되는 일도 허다하고요. 그러면 고향에서 죽일 놈이 되기 십상이죠. 국정원은 그런 일이 벌어지면 나 몰라라 해요. 북한 쪽 지인이 잘못 돼도 보상받을 길이 없습니다. 담당자가 인간적 모욕감을 주는 언사나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하고요.”

정보 수집으로 돈을 버는 탈북인들은 국정원을 두고 “손이 작다” “짜다” “쩨쩨하다”고 말했다. 일본 내각정보조사실은 같은 자료에 대해 국정원의 서너 배를 내놓는다고 다수의 탈북자가 증언했다. 한 탈북인의 설명이다.

“친구 녀석이 특정 문건을 확보했습니다. 500만 원을 받고 일본 쪽에 넘겼어요. 국정원에 내줬으면 100만~150만 원밖에 못 받았을 겁니다.”

또 다른 탈북인은 이렇게 촌평했다.

“국정원은 북한 쪽 일을 하는 사람이 정치 바람 탓에 다른 부서로 가고 그랬습니다. 전문가가 줄어든 셈이죠. 일본 정보기관이 일을 더 잘해요. 국정원보다 정보사에 베테랑도 더 많고요. 정보사는 예전 요원들이 그대로 일하거든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이나 일본 정보기관으로 말을 갈아타는 탈북인이 적지 않다. 한 인사는 북한 정보를 수집하는 탈북인 대부분이 국정원에서 떨어져나갔다고 주장했다. 다수 탈북인의 얘기를 차례대로 들어보자.

“일본 아이들은 착수금을 지급합니다. 북한에 있는 지인이 잘못되면 보상금도 내줘요. 감옥에서 빼내거나 탈북시키는 데 드는 돈도 지원해주고요.”

“몰래카메라도 구입해줍니다. 한국은 그런 것 없어요. 우리 돈으로 일해야 해요. 문제가 발생하면 국정원은 나 몰라라 하고요.”

“물건 빼내올 때 국경경비대 아이들에게 뇌물 주고 하면 돈이 들지 않습니까? 국정원은 무조건 후불제여서 알짜배기 정보가 일본으로 넘어가는 겁니다.”

“일본은 북한 정보 중에서도 납치자 문제에 가장 관심이 많습니다. 그쪽 관련 정보를 비싸게 쳐줍니다. 일본 정보기관은 조총련 아이들을 포섭해 정보원으로 활용해요.”

“일본은 언론사들도 일을 깔끔하게 합니다. 일을 맡겼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을 해줘요. 국정원은 발을 딱 빼버리잖아요.”

한 탈북인은 결이 다르게 말했다.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가 2만 명이 넘습니다. 국정원이 조사를 다 했잖아요. 북한 정보가 넘쳐나니 국정원 처지에선 새로울 게 별로 없는 겁니다. 일본 같은 경우는 정보가 부족하니 이것저것 다 사는 거고요.”

이렇게 보면 국정원은 탈북인이 가져온 정보를 엄격하게 검증하기 때문에 정보 가치를 부풀리는 탈북인에게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또 일본 정보기관은 국정원과 달리 사소한 것이라도 북한 정보에 목마른 듯 검증 과정이 다소 허술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탈북인의 증언이다.

“국가를 상대로 사기 치고, 거짓말하는 놈도 많아요. 가짜 자료, 엉터리 물건을 넘기고 돈 받는 거죠.”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기밀’ ‘조선노동당 간부부’라고 새긴 도장을 찍은 문건을 북-중 접경지대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각국 정보기관이 이들 문건을 구입하는데 개중엔 위조품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한국 언론이 보도한 북한 내부 문건의 상당수도 돈을 노리고 제작한 위조품이라고 복수의 탈북인이 주장했다. 북-중 국경지방에서 거래되는 정보도 돈을 더 쳐주는 일본, 미국 쪽으로 몰린다고 한다.

국정원이 탈북인에게 돈을 주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한 탈북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중국 선양의 감옥에 수감된 녀석이 있습니다. 일본 쪽으로 정보 장사를 하던 놈인데, 어떤 일을 하다 붙잡혔는지는 몰라요. 북한에 있는 지인이 노출돼 검거되거나 그 지역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2차 피해도 많아요. 이게 옳은 일인가요? 뭘 제대로 모르는 탈북인을 정보 장사로 내몬 것은 인권 유린 아닌가요?”

그러나 돈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탈북인도 없지 않다. 탈북인들이 특정 단체로부터 돈을 받고 북한 정권 규탄 시위에 참석하거나 인터넷에 북한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한 탈북자의 설명이다.

“우파 쪽 사람이 연평도 사건과 관련해 안보 의식을 고취하는 글을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올려달라더군요. 제 명의로 된 아이디와 다른 사람의 아이디로 글을 올렸습니다. 돈을 받지는 않았어요.”

우파 단체가 주최하는 시위에 참가하면 일부 단체는 일당을 준다. 돈을 받고자 시위에 참가하는 꼴이다. 종북세력을 비롯한 일부 인사가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비상식적 주장을 내세운 적이 있다. 일부 탈북인이 일부 단체의 요구로 이 같은 주장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복수의 탈북인이 증언했다.

“아이디를 여러 개 주면서 글을 써달라고 부탁해요.”

“좌파를 응징하는 글을 썼습니다.”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비상식적 행태도 한심한 일이지만 이른바 ‘인터넷 알바’로 탈북인을 활용하는 것도 어이없는 일이다. 그러나 탈북인들이 지목한 단체는 “돈을 주면서 글을 올리게 했다는 것은 사실 무근”이라고 강조했다.

한 탈북인의 증언.

“하고 파서 하는 일은 아니잖아요. 안 들어줄 수가 없으니까 글을 써주는 거죠. 나쁜 내용도 아니고요. 어느 때보다 안보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요지를 강조해서 써주는 걸 좋아하니까.”

한 탈북인은 이렇게 말했다.

“간첩을 하나 찾아내려고 해요. 간첩을 고발하면 수억 원을 준다고 하더군요.”

또 다른 탈북인은 새로운 정보 수집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북한에 중국 스마트폰을 넣으려고 해요. 스마트폰으로 문서를 찍어 데이터 통신으로 서울로 보내는 방식이죠. 그게 USB보다 안전할 것 같아요.”

꼭 돈을 줘야만 북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걸까. 거의 모든 것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게 자본주의의 본질이다. 그럼에도 탈북인들이 한국에 들어와 돈이면 다 된다는 경박함부터 배우는 것은 아닐까.

한 탈북인은 “국정원이 정보 장사를 하면서 탈북인을 타락시키고 황폐화시키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답 어렵다” 국정원 답변 거부

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서 탈북인의 정보 수집 역량도 커졌다. 탈북인을 많이 상대한 국정원과 달리 일본 정보기관은 순진하다. 일본은 탈북인이 내놓은 거짓 정보에 속을 소지가 크다. 언어가 다르고, 성향도 몰라서다. 사소해 보이지만 일본 언론보도가 한국, 미국으로 전해진다. 한반도 문제가 세계적으로 왜곡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데는 일차적으로 탈북인의 책임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 연원을 따져들어가 보면 국정원 탓도 적지 않다. 국정원이 돈을 주면서 정보를 구입해 탈북인을 정보 장사로 내몰아서다.

‘주간동아’는 취재 내용에 대한 반론을 듣고자 국정원에 16개 항목의 질문지를 보냈다. 국정원은 “담당부서와 의논했는데 답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한다”고 언급한 후 답변서를 보내오지 않았다.



주간동아 2011.12.12 816호 (p14~17)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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