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3

2011.11.21

인도의 경전 바가바드기타 제대로 바라보기

불온한 신화 읽기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1-11-21 1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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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의 경전 바가바드기타 제대로 바라보기

    박효엽 지음/ 글항아리/ 328쪽/ 1만5000원

    인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기타’(이하 바드기타)가 인도 철학이 낳은 가장 위대한 경전이라고 이야기한다. 신의 노래 혹은 거룩한 이의 노래라는 뜻의 ‘바가바드’와 노래를 뜻하는 ‘기타’라는 말을 합친 바드기타에는 크리슈나 신과 아르주나 왕자 두 주인공이 등장한다. 아르주나 왕자가 18일 전쟁에 참전할지를 놓고 갈등할 때 크리슈나 신이 그를 설득해 전쟁에 나가도록 하는 과정을 담았다.

    인도 철학과 인도 문화의 대중화를 연구해온 저자는 “지금까지 바드기타의 명성과 위대함을 둘러싼 이미지나 구호만 남발했고, 오늘날의 현실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그 의미를 제대로 알리는 노력이 없었다”고 지적한다.

    “주인공 크리슈나 신과 아르주나 왕자의 행동을 보면 독특한 점이 많다. 크리슈나 신은 전쟁에 참전하길 두려워하는 아르주나 왕자에게 도리어 전쟁에 나갈 것을 설득한다. 아르주나 왕자는 신의 가르침을 단번에 알아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끊임없이 설득하는 신이 과연 진정한 신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심약한 인물이다.”

    인도에서 바드기타의 무게감은 결코 만만치 않다. 힌두교 최고의 신학자 샹카라, 비슈누 신을 숭배하는 종파를 창시한 라마누자와 마드바, 그리고 아비나바굽타가 주석서를 썼으며, 20세기에는 인도 독립운동의 핵심 인물인 틸락과 간디가 각각 주석서와 해설서를 쓰기도 했다. 간디가 평생 바드기타를 자신의 연인처럼 곁에 두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바드기타는 특정 계층만 향유하거나 학문적 대상에 머문 고전이 아니라, 민중의 일상에서 늘 가르침을 주는 위대한 경전이다.

    하지만 서구 여성학자는 바드기타를 읽고 “전쟁광을 위한 책이다. 어떻게 신이 살육을 명령하는 이런 책을 한 종교의 최고 경전으로 받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평화로운 분위기, 도덕 중심적 금언을 기대한 사람에게 바드기타는 그만큼 의외의 내용이다. 바드기타를 관통하는 가르침은 끊임없는 변화의 추구다. 크리슈나 신은 아르주나 왕자에게 발상을 전환하고 타성에 사로잡힌 생각에서 벗어나라고 이야기한다. 아르주나 왕자가 ‘싸우지 않겠다’ 에서 ‘싸우겠다’로 생각을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인간, 적극적으로 성숙하는 인간의 상징이다. 바드기타는 신의 거창한 이야기가 아닌, 인간이 세상을 살면서 갈등 상황에 직면했을 때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래서 저자는 “흑백 논리보다 회색 지대를 가르치는 경전”이라고 정의한다.



    바드기타가 이렇게 관심을 받는 것은 오늘날 전 세계에 퍼진 요가와 관련 깊다. 고달픈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요가는 마음의 평온과 행복을 가져다준다. 크리슈나 신은 요가에 대해 “동등하게 여기기”나 “고통과 결합하는 것으로부터 분리하기”라고 말한다. 바드기타는 지혜, 행위, 사랑 등 요가의 정신적 기둥 구실을 한다.

    저자는 바드기타의 가르침을 포함한 인도 정신문화가 자본주의 체제에서 지나치게 신비화되고 변질된 점을 안타까워한다. 한편으로 경전의 상품화 현상을 해부하면서 쓴소리를 던진다.

    “알고 보면 자본주의 자체가 신비주의나 영성주의를 관리한다. 수요를 북돋우고 공급을 조절하는 식으로 철저히 관리한다. 신비주의나 영성주의에 심취한 사람에게 삶의 품격을 올려주는 시늉을 하면서 뒤에서는 온갖 이득을 다 챙긴다. 그들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바드기타를 명품으로 만들어 그들에게 되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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