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3

2011.11.21

날마다 유혹 ‘컨버전스 단말기’

융합형 기기 자고 나면 출시 소비자 공략…가격과 시장 움직임 살펴서 골라야 후회 없어

  • 문보경 전자신문 부품산업부 기자 okmun@etnews.co.kr

    입력2011-11-21 10: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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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마다 유혹 ‘컨버전스 단말기’

    9월 3일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1’에서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과 필리프 뢰슬러 독일 경제기술부 장관 그리고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이 갤럭시 노트를 살펴보고 있다.

    ‘태블릿PC는 문서 작업하기에 불편하고, 그렇다고 노트북을 사용하자니 들고 다니기 불편하다. 태블릿PC와 PC의 장점만 합쳐 놓은 기기는 없을까.’

    이런 사람들에게 적합한 기기가 나왔다. 최근 삼성전자가 태블릿PC와 개인용 컴퓨터(PC)의 장점을 결합한 ‘슬레이트PC 시리즈 7(슬레이트7)’을 출시했다. 사실 태블릿PC가 태동한 데는 스마트폰은 너무 작고 노트북은 너무 크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런데 또 태블릿PC와 PC 사이의 요구를 충족하는 기기가 나온 것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PC 모두 각자에 적합한 영역이 있지만 소비자 특성에 따라 새로운 요구가 발생한다. 이런 수요를 겨냥한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를 증명하듯 다양한 규격의 스마트폰, 태블릿PC가 나오고 있고, 전자책도 가세했다. 지금까지는 애플이 단연 앞선 형세지만, 아직까지 모바일 기기의 승자가 누구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단순한 기능 업그레이드 정도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단말기가 몇 달에 한 번씩 시장을 뒤흔들기 때문이다.

    ‘슬레이트7’로 애플에 반격

    삼성전자가 내놓은 슬레이트7은 모양부터 성능까지 융합형이다. PC의 빠른 성능과 태블릿PC의 이동성을 합쳐놓은 절묘한 조합의 제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태블릿PC만큼 가볍고 작아 들고 다니기 편하다. 여기에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를 채택해 PC 성능까지 갖췄다.



    이뿐 아니라, 터치 방식과 PC의 키보드 입력, 여기에 스타일러스 입력까지 모두 지원한다. PC처럼 키보드를 연결하고 싶다면 블루투스 키보드를 사용하면 된다. 태블릿PC처럼 사용하고 싶다면 터치하거나 화면에 나타난 키보드를 이용하면 된다. 여기에 스타일러스펜을 쓰면 노트 구실까지 겸한다.

    윈도 기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사용할 수 없다는 태블릿PC의 문제점도 해결했다. 윈도7을 탑재해 PC에서 쓰던 모든 앱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면서 부팅이 늦은 PC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삼성전자는 패스트 스타트 기술을 적용해 15초 만에 부팅을 완료하도록 했다. 슬립모드에서 작업모드로 전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초 정도다.

    메인스트림 노트북에나 장착할 만한 사양도 매력적이다. 4GB 메모리에 부팅이 빠른 SSD를 채택했다. 태블릿PC처럼 생겼지만 업무용으로 사용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슬레이트PC 시장이 내년 약 500만 대에서 2015년에는 약 3300만 대로 16.5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새로운 형태의 단말기는 슬레이트7만이 아니다. 스타일러스펜으로 화제가 된 갤럭시 노트 또한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갤럭시 노트는 수첩에 펜으로 직접 입력하는 방식을 더한 터치스크린 폰이다. 과거 아이폰은 스타일러스펜 중심(감압식)의 터치 방식을 손가락 중심(정전용량식)으로 바꿔놓았다. 손가락만 사용하는 방식이 훨씬 직관적이고 사용하기에도 편해, 이후 스마트폰의 터치 방식은 획일화됐다.

    여기에 갤럭시 노트가 새로운 기능을 들고 나온 것이다. 갤럭시 노트는 5.3인치에 이르는 디스플레이와 대화면의 장점을 활용해 직접 펜으로 글씨까지 쓸 수 있도록 했다. 하단에 부착된 S펜을 꺼내 S메모 기능을 사용하면, 수첩에 적는 듯한 편리함을 폰에서도 누릴 수 있다. 혁신적인 기술을 사용해 필기 인식 속도가 실시간이라고 할 만큼 빠르다. 과거 메모 기능을 지원한 태블릿PC와는 확연히 차별화된다.

    날마다 유혹 ‘컨버전스 단말기’

    삼성전자의 슬레이트 PC시리즈 7(위)과 갤러시 노트.

    단순한 필기 기능 외에 갤럭시 노트는 텍스트 전환, 녹음 등 다양한 부가기능도 지원한다. 펜으로 작성한 메모는 텍스트로 바꿀 수 있다. 작성한 메모를 나중에 일일이 타이핑할 필요도 없다. 메모하면서 동시에 녹음도 가능해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 사용하면 매우 편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화면 크기를 키워 기존 스마트폰과 확연히 구별되지만, S펜이라는 차별화된 기능으로 특정 계층을 공략했다. 이미 중국을 비롯한 한자문화권 지역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크기 경쟁은 계속된다. 제조사들은 시장이 확정됐다고 단언하지 않고, 새로운 수요를 끊임없이 발굴한다. 태블릿PC 시장을 창출한 아이패드 역시 하나의 모델에 그치지 않는다. 부품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1분기 ‘아이패드3’, 3분기에 7인치급 ‘아이패드 미니’(가칭)를 출시할 예정이다. 목표 판매량은 기존 아이패드 시리즈를 크게 뛰어넘는 1억 대 이상으로 알려졌다.

    제품 타깃이 분명해야 성공

    2010년 처음 선보인 아이패드는 아이패드2로 업그레이드되면서 하드웨어에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 좀 더 얇고 선명한 화면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후 태블릿PC 시장은 7인치급 갤럭시탭이 나오면서 편의성에 대한 시장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애플이 7인치급의 아이패드 미니를 준비하는 이유는 여기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전자책과 태블릿PC를 융합한 킨들파이어도 공개됐다. 방대한 콘텐츠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아이패드와는 또 다른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14일부터 배송을 시작한 킨들파이어는 미국에서만 출시 전 예약 판매량이 150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5인치에 이르는 대형 스마트폰도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의 장점을 모두 갖고 싶어 하는 새로운 수요층을 공략한 제품이다.

    그러나 무조건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낸다고 시장이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타깃이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슬레이트7이 편리하긴 하지만 179만 원이라는 가격은 일반 소비자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 정도면 태블릿PC를 두세 개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다. 엔터테인먼트나 멀티미디어를 이용하려고 구입하기엔 너무 비싸다.

    삼성전자는 이런 일반 소비자를 겨냥해 내놓은 것이 아니다. 첫 번째는 기업고객이 주 타깃이다. 일반 소비자는 두 번째다. 전문 사용자층을 겨냥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슬레이트7 목표 판매량을 이야기하면서 ‘슬레이트7 시장’이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슬레이트7 출시 행사에서 엄규호 삼성전자 IT솔루션사업부 전무는 “핵심 공략 대상은 파워 유저나 전문 사용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 노트는 회의나 강의가 많은 사람이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글씨로 쓰는 것이 더 편한 한자문화권 지역이 공략 대상이다.

    이렇듯 컨버전스형 단말기는 획일화된 제품과는 다른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명확한 타깃으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아야 대량 생산에도 성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새로운 수요를 겨냥한 시도는 이어질 것”이라며 “가격도 싸고, 가벼워 이동이 편리한 데다 사용하기 쉽고 성능도 좋다는 점을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면 타깃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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