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9

2017.05.24

와인 for you

숙성 잠재력 최고, ‘가성비’ 으뜸

프랑스 도멘 드 트리엔느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7-05-22 16: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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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네 콩티(Romanée-Conti) 공동 소유주 오베르 드 빌렌느, 도멘 뒤작(Domaine Duiac) 설립자 자크 세스, 그들의 파리지앵 친구 미셸 마코. 1989년 이 세 남자가 와이너리를 설립하고자 뭉쳤다.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에서 잔뼈가 굵은 오베르와 자크는 먼저 부르고뉴를 대상지로 검토했지만 이미 쟁쟁한 와이너리들이 자리 잡은 그곳에서는 새로운 확장이 거의 불가능했다. 이때 이들의 눈에 들어온 곳이 프로방스(Provence)였다.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프로방스는 아름다운 해변과 맑은 날씨 덕에 예로부터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해안에 가까운 포도밭은 날씨가 덥고 건조해 로제 와인 생산이 활발하지만, 내륙으로 들어가면 해발고도가 높아져 기온이 낮다. 오베르, 자크, 미셸은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항구 도시 마르세유(Marseille)에서 북동쪽으로 40km 들어간 내륙에 와이너리를 설립하고 이름을 도멘 드 트리엔느(Domaine de Triennes)라고 지었다. 트리엔느는 3년에 한 번씩 열린 고대 바쿠스 축제 트리엔니아(Triennia)에서 따온 이름인데, ‘트리(Tri)’라는 접두사가 ‘셋’을 의미하기도 한다.

    도멘 드 트리엔느는 해발 250~450m 구릉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기후가 서늘해 다양한 포도 품종을 재배할 수 있고, 일교차가 커 단맛과 신맛의 균형이 알맞은 포도가 열린다. 우수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을 제대로 갖춘 것이다. 하지만 프로방스 와인의 이미지가 문제였다. 프로방스 로제 와인이 주로 휴양지에서 소비되다 보니 쉽게 마실 수 있는 가볍고 단순한 와인이라는 선입견이 강했기 때문이다.

    결국 품질로 승부할 수밖에 없었다. 포도를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부르고뉴에서 쌓은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와인을 양조했다. 그 결과 이제 트리엔느는 고급 레스토랑이라면 반드시 구비해야 할 필수 와인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특히 트리엔느의 생 오귀스트(Saint Auguste) 2010년산은 세계적인 와인잡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가 선정한 ‘2014년의 100대 와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생 오귀스트는 트리엔느가 재배한 시라(Syrah),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가운데 품질이 가장 좋은 것만 골라 만든 레드 와인이다. 최근 빈티지인 2014년산은 과일향이 풍부하다. 맛은 산도가 좋고 묵직하며 탄탄하고 경쾌하다. 병 숙성이 더 진행된 2010년산은 향신료, 미네랄, 가죽 등 다양한 향이 더해져 복합미가 뛰어나고 질감이 벨벳처럼 부드럽다.

    “와인은 맛과 향의 조화 및 균형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래야 숙성될수록 우아한 맛이 나니까요. 생 오귀스트는 10년 이상의 숙성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방한한 제레미 세스(Jeremy Seysses)가 한 말이다. 그는 트리엔느 공동 설립자 자크의 아들로 현재 트리엔느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생 오귀스트 가격은 10만 원을 넘지 않지만 맛은 10만 원 후반대 와인과 능히 견줄 만하다. 합리적인 가격에 고급스러운 맛을 선사하는 도멘 드 트리엔느. 주머니 가벼운 와인 애호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와이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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