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2

2011.11.14

“부모님 낙상 골절 방치했다간 큰일 납니다”

골절 이후 치명적 합병증 발병…골절 부위별 세심한 전문 진료 필요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1-11-14 14: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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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 낙상 골절 방치했다간 큰일 납니다”

    이상준 제일정형외과병원 진료과장이 골절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대기업 부장인 한인광(49) 씨는 지난해 겨울을 생각하면 신경이 곤두선다. 아침 산책을 나가던 팔순 노모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대퇴골의 윗 끝부분이 부러진 것. 전혀 거동을 못 하고 누워만 계신 탓에 일주일 후 등에 욕창이 생기더니 2주일째 들어서서는 소변까지 제대로 누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부랴부랴 수술을 받고 치료는 했지만, 오랜 입원생활 때문에 한씨 가족과 노모는 많은 고생을 했다. 한씨는 지금도 사고 즉시 병원을 찾지 않은 것을 크게 후회한다.

    연세 많은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가족은 찬바람이 불기만 해도 걱정이 앞선다. 실제 겨울철이면 정형외과 병원엔 노인성골절 환자가 크게 늘어난다. 한씨처럼 한 번 겪어본 사람은 노인성골절의 무서움을 알지만, 대개는 “겨울에 넘어질 수 있지 뭐”라며 가벼이 여긴다. 하지만 노인이나 골다공증이 심한 갱년기 여성에게 생긴 골절을 무시하면 큰 화를 입을 수 있다.

    노인에게 골절이 흔한 이유는 골다공증 탓에 뼈가 부러지기 쉬운 데다, 젊은 사람에 비해 행동이 둔하기 때문이다. 추운 날씨에 몸을 움츠리고 걷다 보면 중심을 잃기도 쉽다. 노인성골절은 대퇴골경부(고관절), 척추골, 손목에 흔한데, 대퇴골경부나 척추골의 경우 일단 골절이 일어나면 몸을 움직이기 힘들고 호흡도 곤란해져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며칠만 지연해도 심각한 증세 유발

    이들 골절이 위험한 이유는 심각한 합병증 때문이다. 먼저 활동적인 노인의 경우 골절로 누워 있으면 2∼3일째부터 호흡이 약해지고 폐에 가래가 차면서 폐렴이 온다. 면역기능이 떨어진 노인에게 폐렴은 사망의 원인이 되곤 한다. 욕창도 문제다. 바닥에 닿는 피부 부위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각종 피부질환이 생기는 것. 그러면 치료기간이 길어지고, 특히 욕창 때문에 수술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비뇨기계 감염도 걱정이다. 오래 누워 있으면 방광염 등이 발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광염이 발병하면 세균이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는 세균혈증, 패혈증 등 치명적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노인성골절은 가급적 빠른 시기에 치료하면 바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며칠만 지연해도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



    겨울철 골절 중 가장 빈도가 높은 부위는 대퇴골경부. 가장 빈도가 높으면서도 가장 위험한 부위다. 움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참기 힘든 통증을 유발한다. 바로 병원을 찾아 수술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지연하면 앞서 말한 합병증이 쉽게 생긴다. 대퇴골경부는 살짝 미끄러지거나 헛디뎌도 쉽게 부러지는 약한 부위다. 일단 부러지면 갑자기 사타구니 통증이 심해지고, 구부린 상태로 움직이기 힘들다. 하지만 금만 살짝 갔다면 걷거나 다리를 돌릴 때 뜨끔뜨끔한 느낌만 있기 때문에 질환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 잘 아물지 않고 오히려 골절 부위가 주저앉아 다리가 짧아지거나 변형이 올 수 있어 빠른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치료하려면 수술이 필요하다. 가급적 빨리 수술하는 게 관건. 뼈에 어긋남이 없고 24시간 이내에 발견하면 절개 없이 핀으로 고정하는 방법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인공관절 치환술(인공관절을 끼우는 것)을 하게 되는데 수술은 간단한 편이다. 척추마취 후 1시간 내외로 끝난다. 이 수술은 수술 후 1∼2일째부터 보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다친 적이 없는데 눕거나, 앉았다 일어나는 등 자세를 바꿀 때마다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척추 골절을 의심해야 한다. 등이나 허리와 등이 만나는 부위에 쉽게 일어나며, 누르면 통증이 심하다. 등 부위 골절이 발생했을 때는 등뿐 아니라 앞가슴까지 당기고 쑤신 통증이 나타난다. 이는 등뼈 옆 늑간 신경이 자극받기 때문이다. 누워 있으면 저절로 아물기도 하지만, 골절 부위에 무혈성 괴사가 있거나 2주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면 척추골보강술을 해야 한다. 80세 이상이면 즉시 척추골보강술(척추성형술)이 가능하다. 주사기로 액체 상태 골시멘트를 주입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골절 부위가 단단히 굳는다. 시술은 5∼10분이면 끝나며, 시술 1시간 후부터 활동 가능하다.

    미끄러지면서 바닥을 짚을 경우 손목이나 어깨 골절이 올 수 있다. 손목은 골절 부위를 맞추어 깁스를 하는 방법으로 치료하면 된다. 하지만 부러진 부위가 여러 곳으로 얽혀 있거나 신경을 건드려 손이 저린 증상이 있는 경우, 심한 골절 등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뼈를 제 위치에 맞춘 후 핀으로 고정하는 수술을 한다. 어깨의 상완골(팔 윗부분)경부 골절은 골절된 뼈가 어긋나지 않은 상태가 많아 팔을 고정하면 쉽게 아물지만, 어깨가 굳는 오십견이 올 수 있어 어깨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골절이 여러 군데이거나 많이 어긋나면 수술이 필요하고, 심하면 인공관절로 바꿔야 할 수도 있다.

    고령 골절 환자를 위한 ‘365일 클리닉’

    “부모님 낙상 골절 방치했다간 큰일 납니다”

    자기공명 영상장치(MRI)를 이용해 골절 여부를 확인하는 모습(위). 척추성형술을 하는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

    빙판길에서는 걷다가 삐끗할 때 무릎이 돌아가면서 무릎 내 연골이 손상될 수 있다. 연골이 손상되면 무릎을 완전히 구부리거나 펼 수 없고, 억지로 하면 통증이 심하다. 쪼그려 앉기 힘들어 늘 뻗정다리로 있어야 하며, 무릎을 살짝 돌리거나 내측을 누르면 통증이 심하다. 누웠을 때 오금이 땅에 닿지 않는다. 방치하면 무릎이 꺾인 상태로 굳거나 걸을 때 발이 땅에 걸려 넘어져 2차 골절이 올 수 있다. 연골 파열 부위가 점점 더 커지면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반복되는 통증이 있으면 빨리 치료해야 한다. 무릎 연골 파열은 관절내시경으로 손상 부위를 직접 확인해 절제하거나, 찢어진 부위는 봉합하고 파열 후 연골 내에 남아 돌아다니는 연골 및 뼈 조각을 제거해야 한다. 척추마취로 30분이 걸리며 입원기간도 1∼2일로 짧아 바로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

    제일정형외과병원은 노인성 척추관절 질환 치료로 잘 알려진 서울 강남 의료타운의 전문병원이다. 한 해 7만여 건을 진료하는데, 내원환자 대부분이 60대 이상 노년층으로 전국에서 찾아온다. 척추, 무릎뿐 아니라 어깨, 고관절, 족부, 수부 등 풍부한 임상경험을 가진 분야별 전문의 11명이 포진해 있다. 또한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내과를 별도로 두어 각 분야 전문의가 협진을 통해 최적의 치료 방안을 찾는다.

    특히 노인성골절 환자를 위해서는 ‘365일 노인성골절 클리닉’을 운영한다. 이 클리닉은 노인에게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퇴골경부골절, 척추 골절 등을 초기부터 세부 분야별로 전문의가 세심하게 진료한다. 빠른 대처가 필요한 만큼 오래 기다리는 불편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매일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운영한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은 “골절상을 입은 어르신의 경우 고혈압, 당뇨 등 동반 질환을 갖고 있기 쉽고, 체력적 한계 등 신체 특성도 감안해야 하므로 해당 분야의 풍부한 임상경험을 가진 전문의를 찾아 좀 더 정밀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면서 “노인성골절 치료의 핵심은 빠른 발견과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로 빨리 복귀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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