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0

2011.10.31

“내일 오후까지”…명확한 시간을 제시하라

부하직원에게 아이디어를 묻는 기술

  • 김한솔 IGM 협상스쿨 책임연구원 hskim@igm.or.kr

    입력2011-10-31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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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의합시다!”

    팀장의 갑작스러운 호출이다.

    “어제 마케팅 프로세스 개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했죠? 한 사람씩 정리한 아이디어를 얘기해봅시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뭐든 좋으니 편하게 얘기해봐요, 괜찮으니까.”



    다시 침묵.

    “생각해본 거 없나요?”

    팀장 목소리가 슬슬 높아진다. 눈치를 보다 방 과장이 한마디 한다.

    “그게, 솔직히 다른 일을 처리하느라 고민을 많이 못해서…. 죄송합니다, 팀장님.”

    잠시 후 회의는 끝났다. 결국 팀장이 지시한 내용을 따르는 게 전부인 채로.

    “내일 오후까지”…명확한 시간을 제시하라
    많은 리더는 푸념한다. “팀원들한테 시간을 주고 고민해보라고 해도 별 다른 아이디어가 안 나와요. 그래 놓고 뒤에선 불평하죠. 자기 의견은 하나도 반영 안 한다고. 도대체 뭘 어쩌라는 거죠?” 하지만 부하직원도 답답하다. “생각할 시간이나 제대로 주고 아이디어를 내라고 해야죠. 아이디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문제가 뭘까. 바로 시간이다.

    지시를 내린 리더는 그 문제를 풀려고 고민한다. 그러다 반짝 하곤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대로 빨리 실행하면 될 것 같다. 그래서 부하직원을 부른다. “아이디어 나왔어?” 그 말에 부하직원은 이렇게 생각한다. ‘본인은 뭔가 답이 나왔나보지? 그럼 그냥 시키면 될 걸 왜 굳이 물어?’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면 리더는 답답해지고, 결국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린다. 이런 일을 몇 차례 반복하면 부하직원은 생각조차 않으려 한다. 악순환이다.

    해결 방법은 없을까.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시간을 명확히 정한다. 방 과장의 상황으로 가보자. 팀장은 ‘어제’ 한마디 했다. 그리고 ‘오늘’ 불렀다. 팀장 머릿속에 그 주제는 하루짜리 고민이었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다른 팀원은 다르다. 어떤 이에겐 이틀, 또 다른 이에겐 일주일짜리 고민일 수 있다. 그런데 하루 만에 다짜고짜 아이디어를 내라니 침묵할 수밖에. 지시할 때는 먼저 언제까지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기다려라. ‘더 좋을 수 없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더라도 마찬가지다.

    둘째, 부하직원의 의견을 들으려는 마음이다. 지시 내용에 대해 그 나름의 답을 찾은 리더는 그것을 기준으로 부하직원의 의견을 평가하려 한다. 혹은 자기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이는 듣는 게 아니라 듣는 척하는 것일 뿐이다. 이런 상사 앞에서 눈치 보지 않고 자기 생각을 솔직히 말하기란 쉽지 않다. 상사의 생각과 다른 의견이라면 두말할 나위 없다. 자신만의 잣대를 내려놓고 들어라. 그래야 들린다.

    사람은 다른 이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할 거라는 착각 혹은 기대를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나의 시계와 타인의 시계는 다르다. 이를 받아들일 때 동료가, 부하직원이 어디쯤 있는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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