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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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이중생활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11-10-21 17: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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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 브룩스(Mr. Brooks).’ 행복한 가장이자 성공한 사업가인 영화 속 주인공은 밤이 되면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살인을 저지르는 중독자다. 케빈 코스트너의 온화하기 짝이 없는 미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묘한 힘을 발휘한다. 반복되는 일상이 주는 권태와 죄책감 없이 저지르는 살인의 상관관계. 벗어나려고 발버둥치지만, 결국 살인자의 자리로 되돌아오고 마는 순간의 좌절감.

    아침 신문을 보는데 문득 이 영화가 떠올랐다.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북한의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찬양하는 글을 올렸다는 H씨의 정체는 대기업 건설업체 중견간부. H씨 카페의 회원이자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다수의 북한 자료를 올렸다는 K씨는 항공사 파일럿. 이외에도 카페의 회원 중에는 병무청 직원에 현역 장교, 변호사까지 있단다.

    이게 말이 되는 걸까. 건전한 상식과 합리적인 판단력을 갖춘 시민이, 남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사는 이들이, 북한 체제를 동경하거나 그 지배자를 찬양한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미스터 브룩스’가 떠오른 이유는 그래서였을 것이다. 기사가 전하는 H씨와 K씨의 평소 모습은 아주 평범한 생활인의 그것이다. 주위에서 북한에 대해 유별난 얘기를 한 적도 없고, 학생운동에 참여한 적도 없으며, 특정 정치조직과도 관련 없다는 것이다.

    그 남자의 이중생활
    어쩌면 이들은 영화 주인공처럼 완전히 다른 자신의 두 얼굴을 즐긴 것은 아닐까.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나의 또 다른 모습, 당신이 아는 내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쾌감. 그 모습이 실정법의 금지선 너머에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더 짜릿했을 것이다. 삶의 수레바퀴를 하루하루 돌다가 어느 순간 궤도에서 튕겨 나간 셈이다.



    물론 순전히 추측일 뿐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논리적인 설명을 떠올릴 수 없다. 21세기 북한 체제가 제정신 가진 사람에게서 충성을 다짐받을 수 있는 이유가 뭔지 찾을 수 없는 까닭이다. 한때는 체제에 대한 위협이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오히려 정신질환에 가까운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오래도록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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