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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방법은 ‘합종연횡’뿐!

IT 기업들 자고 나면 인수와 합병…컨버전스와 개방형 체제 혼돈은 계속

생존방법은 ‘합종연횡’뿐!

생존방법은 ‘합종연횡’뿐!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올해 IT 업계를 뒤흔든 가장 충격적인 뉴스이자 수많은 제조사로 하여금 위기 의식을 느끼게 만든 대표적 사례다.

한날 한시였다. 윈텔(윈도+인텔)과 지암(구글+ARM)의 붕괴 소식이 타전된 것은 9월 13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애너하임과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은 각각 새로운 파트너를 발표했다. MS는 ARM 기반의 윈도8을, 인텔은 안드로이드와 호환되는 스마트폰 프로세서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에서 인텔과 MS(윈도)의 조합, 모바일 시장에서 구글(G)과 ARM의 폐쇄적 조합이 깨진 것이다.

그동안 PC 시장은 인텔의 프로세서와 MS의 운용체계(OS)가 협력체를 이뤄 장악했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시장은 ARM 프로세서가 평정했다. 다만 OS는 안드로이드 진영과 애플이 대립각을 세우며 시장을 양분해왔다. PC보다 역사가 짧긴 하지만, 이 시장 역시 누구나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각 시장에서는 일인자였지만 다른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던 이들이 선택한 카드는 합종연횡이었다. 인텔은 안드로이드의 힘을 빌려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MS 역시 ARM에 손을 내밀었다.

적도 친구도 알 수 없는 상황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합종연횡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하루가 지나면 또 다른 뉴스가 발표된다. 이제는 신제품 출시보다 글로벌 기업의 협력 뉴스가 더 많이 나올 정도다. 물론 기존의 조합이 완전히 훼손된 것은 아니다. 단지 폐쇄적 조합이 이제 더는 유효하지 않을 뿐이다. 누가 누구 편이라고 단정 짓는 관계도를 그리기가 어려워졌다. 4개 회사만을 지칭하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더는 적도, 친구도 없는 상황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하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변화 속에서 국내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인텔이 구글과 손잡은 지 며칠 되지 않은 9월 27일. 인텔이 이번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리모(리눅스모바일)재단과 손을 잡았다. 이 또한 OS와 관련된 협력이었다. 노키아와 함께 개발키로 했던 OS ‘미고(Meego)’를 리모재단과의 협력으로 살리겠다는 의지였다. 미고는 인텔과 노키아가 공동 개발한 OS지만, 노키아가 MS와 손잡으면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인텔과 삼성전자는 미고와 리모를 합쳐 ‘타이젠(Tizen)’이라는 새로운 OS를 탄생시키기로 했다. 연합체가 만들어내는 오픈소스라는 점에서 제2의 안드로이드라 칭할 만하다.



리모재단은 내년 1분기 완성된 소프트웨어를 공개하고 중순께 타이젠을 탑재한 기기를 내놓을 계획이다. 첫 단말기는 삼성전자 제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타이젠은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뿐 아니라, 스마트TV나 다른 모든 스마트 기기에 두루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할 예정이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마켓도 이동통신사업자의 글로벌 연합 앱 장터인 WAC를 기본으로 한다. 이로 인해 인텔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타이젠, 안드로이드, 윈도 등의 멀티 OS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시각이 존재한다.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 발표로 안드로이드 동맹에 ‘균열’을 일으킨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당연한 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OS ‘바다’와 더불어 멀티 OS 전략이 가능해졌다. 이는 만의 하나 구글이 모토로라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순위에서 밀린다고 쳐도 다른 OS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바다까지 개방함으로써 세력을 키워갈 계획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의 모바일 플랫폼인 바다를 제조사가 원한다면 공개할 예정”이라면서 바다 공개를 공식화했다. 인텔도 구글과의 협력을 발표하면서 “미고는 미고대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발표는 그것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생존방법은 ‘합종연횡’뿐!

인텔은 구글에 이어 삼성전자 등 많은 제조사와 손을 잡았다.

국내 기업 변화 대응에 한계

올해 들어 IT 업계를 뒤흔든 가장 충격적인 뉴스는 앞서 언급한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다. 수많은 제조사로 하여금 연합체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한 사건임에는 분명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했지만, 제조사들은 멀티 OS 전략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실제로,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발표 이후 다른 기업들의 행보가 빨라졌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수천억 원의 로열티를 지불키로 하면서까지 MS와 협력관계를 맺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분석한다. 9월 28일 삼성전자는 MS에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은 물론, 윈도폰 개발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로써 안드로이드·애플·MS 등 OS 3각 구도 형성이 가능해졌다. 산업연구원에서는 이 같은 구도가 한국에 더 유리하다는 시각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구글은 MS가 삼성전자를 갈취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낼 만큼 유례없는 비난을 퍼부었다.

협력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에게 총대를 겨누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공방만 해도 그렇다. 삼성전자는 자사 최대 구매 고객인 애플과 법정에서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싸우고 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의 특허 및 디자인을 놓고 벌이는 자존심 대결이다. 이처럼 글로벌 IT 기업의 협력관계는 얽히고설켜 있다. 이제 모든 기업에 적용 가능한 공통된 전략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멀티’ 혹은 ‘합종연횡’이다.

이러한 변화의 기본에는 컨버전스가 존재한다. 휴대전화와 PC의 구분이 엄격하던 때는 각자의 시장이 있었다. 각 시장에서 일인자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서로의 경계를 넘보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변화가 시작됐다. 안드로이드가 성공한 것도 한 구실을 했다. OS에서부터 단말기까지 수직화한 애플에 대항할 만큼 안드로이드가 급속히 성장한 데는 개방형 시스템이 있었다. 어떤 제조사든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개방형 체계를 만들어 세력을 불린 것이다. 협력의 중요성을 깨우칠 만한 계기였다.

새로운 OS와 새로운 단말기의 결합으로 창조적 기기를 만들어야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이 같은 변화에 불을 질렀다. 컨버전스와 개방형 체제라는 혼돈 속에서 당분간 이 같은 변화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얽히고설킨 관계가 나타나고, 더는 적도 동지도 없는 상태가 계속될 것이다. 협력해서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그래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만 있다면 과거의 관계는 문제가 아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이러한 변화가 몰아치면서 국내 기업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조 중심 시장에서 맹활약하던 기업들이 새로운 시대에 대비한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직까지는 세계 시장에 내놓을 만한 한국 OS가 없다는 점도 우려를 부추긴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거미줄처럼 협력관계를 맺음으로써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자체 OS도 개발했다. 이러한 변화에서 주춤한 LG전자나 팬택에 대한 걱정은 나날이 높아진다. LG전자는 스마트폰 경쟁력을 위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OS는 AP보다 더 큰 문제다. 한 발짝씩 늦고 있다는 평가는 어쩔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이 같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다행인 것은 뚜렷한 대세가 없다는 점이다. 끊임없이 시장이 변한다는 데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간동아 2011.10.10 807호 (p60~61)

  • 문보경 전자신문 부품산업부 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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