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2

2011.08.29

창의력 계발? 나쁜 뇌에 물어봐라

나쁜 뇌를 써라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1-08-2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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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의력 계발? 나쁜 뇌에 물어봐라

    강동화 지음/ 위즈덤하우스/ 352쪽/ 1만5000원

    21세기를 창의력시대라고 한다. 부모도 아이의 창의력을 키우려고 뇌 발달 프로그램에 주목한다. 한마디로 ‘나쁜 뇌’를 멀리하고 ‘착한 뇌’를 발달시키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쁜 뇌란 산만한 뇌, 합리화하는 뇌, 왜곡하는 뇌, 비합리적인 뇌, 냉정한 뇌 등 도움이 전혀 안 되는 것으로 여기지는, 그래서 거의 사용하지 않으려 드는 쓸모없는 뇌를 말한다. 나쁜 뇌는 언제까지 욕을 먹어야 하는가.

    신경과 의사로 수많은 뇌졸중 환자를 만난 저자는 심각한 장애를 가졌는데도 오히려 더 행복해졌다고 말하는 ‘행복한 뇌졸중 환자’를 만나면서 나쁜 뇌의 긍정성과 창조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주의력결핍장애’는 지속적으로 주의집중을 할 수 없어 산만하고, 과잉 행동과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아인슈타인, 모차르트, 버나드 쇼, 앨런 포 같은 예술·과학·문학 분야 천재들은 현재 기준으로 보면 모두 주의력결핍장애 환자였다.”

    알고 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심각한 주의력결핍장애를 앓았다. 그는 평생 수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단 17점만 완성했으며, 프로젝트를 끝내지 않고 그만두기로 유명했다. 그의 후원자였던 교황 레오 10세가 “이 사람은 결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혹평했을 정도다. 이에 저자는 “주의력결핍장애자는 주위의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일일이 주의를 기울이다 보니 어느 한곳에 집중할 수 없다. 그들은 주의력 결핍이 아니라 주의력 과잉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한다.

    기억은 불안정하고 부정확하며 왜곡되기 쉽다. 우리 뇌가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일어났다고 믿는 경우도 생긴다. 만일 우리 기억이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하듯 늘 선명하다면, 불행했던 사건들이 평생 기억으로 남아 괴로움, 두려움, 죄책감, 공포감에 휩싸여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기억 왜곡’이 부정적인 기능만 갖는 것은 아니다. 우리 자신을 방어하는 두뇌의 무기일 수도 있다.



    “담배는 끊는 것이 아니라 평생 참는 것이다.” 인간 의지만으로는 중독의 터널을 벗어나기 힘들다. 우리 사회는 중독자, 특히 마약이나 도박 중독자를 범죄자로 취급해왔다. 심지어 어떤 이는 중독자를 치료받을 가치조차 없는 사람으로 여긴다. 그러나 미국 정신과학회는 중독을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질병’이라고 정의한다. 중독 행위의 주요 목적은 쾌감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갈망을 해소하려는 것이다. 반면 몰입은 대상을 갈망하면서도 그것을 통해 지속적인 쾌감을 얻는다. 중독과 몰입은 추구하는 순서 차이에 따라 갈리는 것이다.

    책은 이 밖에도 ‘자기합리화는 건강하지 못한 행동일까, 기억력이 나쁜 사람은 불행할까, 감정적인 결정은 잘못된 것일까, 냉정한 사람은 공감 능력이 떨어질까, 고흐의 뇌질환은 그를 불행하게 했을까’ 같은 질문을 통해 나쁜 뇌의 긍정적 모습을 통찰한다.

    “창의력을 높이려고 우뇌의 전두엽 기능만 강조하는 기존 두뇌계발서는 틀렸다. 창조성은 뇌의 앞쪽, 옆쪽, 뒤쪽, 안쪽 모두에서 나온다. 창조적 과정은 뇌의 이곳저곳이 시기적절하게 활동하고 휴식하는 교향곡과 같다.”

    차갑고 도도하며 겉으론 싸가지 없어 보여 문제를 일으키는 듯하지만, 알고 보면 그 내면에 상대를 품는 따스한 마음과 열정적 사랑을 간직한 나쁜 뇌의 진짜 이름은 ‘균형의 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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