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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유럽 스타일’ 어쩐지 끌리네

순수한 자연 느낌 살린 기능과 디자인…쓰면 쓸수록 은근한 매력에 빠져

‘북유럽 스타일’ 어쩐지 끌리네

‘북유럽 스타일’ 어쩐지 끌리네

스티그 린드베리(스웨덴)가 디자인한 TV ‘루마비전’(왼쪽)과 알바 알토(핀란드)가 디자인한 의자.

#1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직구(직접구매)해 10여 일 만에 받았어요. 엄마들 사이에서는 요즘 ‘칸켄 백팩’이 단연 인기예요.”

생후 24개월 된 아들에게 메주려고 스웨덴 가방 브랜드 ‘피엘라벤 칸켄(Fjall Raven Kanken)’의 미니 배낭을 구입한 가정주부 변모(30) 씨. 단순한 사각형의 이 가방은 단색인 데다 장식이라고는 가방 앞부분에 그려진 붉은색 여우(브랜드의 상징)가 전부다. 다른 유아용 가방과 비교해 가격대도 높은 편. 더구나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브랜드 가방이라 한번 사려면 인터넷 사이트를 샅샅이 뒤져야 한다. 하지만 변씨는 “가방이 가벼운 데다 디자인이 단순해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멜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외출하면 사람들이 가방을 가리키며 ‘어느 브랜드냐’고 물어 유행에 앞선 엄마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2 사업가 박모(42) 씨는 지인들 사이에서 ‘북유럽 마니아’로 통한다. 그의 생활공간 곳곳에서 북유럽 브랜드 제품을 발견할 수 있다. 집 안의 책상, 소파, 의자 등 가구 대부분은 스웨덴제 혹은 덴마크제다. 자동차 역시 스웨덴 브랜드 ‘사브(Saab)’. 옷, 가방, 다이어리, 펜 도 모두 북유럽 제품이다. 박씨는 2000년대 초반 출장차 스웨덴을 자주 오가다 북유럽 제품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는 “5~6년 전만 해도 북유럽 브랜드에 관심을 가진 이는커녕 제대로 아는 사람조차 만나기 어려웠다. 최근 북유럽 디자인에 관심을 갖거나 마니아가 된 이가 많아졌음을 느낀다”고 전했다.

박씨의 말처럼 최근 북유럽 디자인이나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 북유럽 디자인이란 1950년대부터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에서 떠오르기 시작한 디자인으로 단순하고 기능적인 것이 특징이다. 또한 자연친화적이기 때문에 순수한 자연 느낌을 그대로 살리고 과도한 장식을 배제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점 때문에 북유럽 디자인은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 쓸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 국가는 스칸디나비아반도 일대에 있기 때문에 북유럽 디자인을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라고도 부른다.

4~5년 사이 인기 급증



4~5년 전만 해도 북유럽 디자인은 주로 북유럽 디자인의 빈티지 가구를 의미했다. 극소수 마니아층이 1950~60년대 핀 율, 한스 베그너, 아르네 야콥센 등 세계적인 북유럽 디자이너가 만든 빈티지 가구를 수집했던 것. 하지만 이제는 마니아층이 두터워지고, 마니아까진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북유럽 디자인을 선호할 뿐 아니라 제품군도 가구에서 가방, 옷, 신발, 문구, 유아용품, 커피, 디저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청담동, 홍대 부근을 둘러보면 이런 변화를 쉽게 알 수 있다. 덴마크와 스웨덴 가구 매장 ‘인엔’과 ‘덴스크’, 북유럽 문구 브랜드 편집 매장 ‘북바인더스 디자인’, 스웨덴 침대 브랜드 ‘덕시아나’, 스웨덴 스타일 카페 ‘피카’, 덴마크 주얼리 브랜드 ‘트롤비즈’, 핀란드 생활 잡화 브랜드 ‘마리메코’ 등. 이외에도 북유럽 디자인을 선보이는 매장이 즐비하다. 최근 4~5년 동안 들어선 매장들이다.

사실 북유럽 국가는 미국, 서유럽 국가와 비교해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다. 북유럽 디자인이 최근 몇 년 사이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시대적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은 경쟁이 치열하고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일상에 지친 이들이 단순하고 느리고 자연친화적인 것을 찾는 심리에서 기인한다는 것.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친환경, 로하스적인 삶, 단순함 등을 선호하는 최근 트렌드와 북유럽 디자인의 특징이 잘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트렌드를 좇지 않는 북유럽 디자인이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한 것. 우리는 여유롭고 아날로그적인 삶을 사는 북유럽인의 삶의 방식을 북유럽 디자인에서 찾는지도 모른다.

시대 분위기와 맞고, 차별화 심리도

‘북유럽 스타일’ 어쩐지 끌리네

북유럽 문구 브랜드 편집 매장 ‘북바인더스 디자인’의 바인더. 단순하고 튼튼한 것이 특징이다.

북유럽 디자인을 선호하는 사람 중에는 남다른 개성과 취향을 추구하는 이가 많은 점도 특징이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프랑스, 이탈리아 등 남유럽 디자인이 세련된 취향을 판단하는 척도였다면, 북유럽 디자인은 좀 더 개성 있고 진귀한 취향을 가진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즉, 다른 사람과 자신을 차별화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회사원 신모(29) 씨는 북유럽 브랜드의 가방, 신발, 옷, 문구 등을 자주 구입한다. 꾸미지 않은 듯 멋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기 때문. 이어지는 신씨의 솔직한 설명.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만든 명품 브랜드는 로고나 디자인만으로도 구별할 수 있다. 북유럽 브랜드는 아는 사람만 알아본다. 그런 데서 오는 즐거움이 있다. 또 빈티지 느낌이 나고 편안해서 무심한 듯 멋을 낼 수 있다. 단순하지만 고급스러운 것도 북유럽 브랜드의 특징이다.”

한편 북유럽 디자인은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대중화했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소수만 즐기는 문화다. 가장 큰 이유는 북유럽 디자인 제품이 대부분 고가이기 때문. 북유럽 제품은 자연 친화적 재료를 쓰는 데다 몇 대를 이어온 장인이 일일이 수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 국내에는 정식으로 해당 브랜드가 들어오지 않은 점도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다. 예를 들어 ‘덕시아나’의 침대 가격은 600만 원에서 3000만 원 사이다. 1926년에 설립해 3대째 가업을 이어오는 이 스웨덴 브랜드는 고유의 기술로 장인이 직접 손으로 만들 뿐 아니라, 품질이 매우 좋은 원목만 쓴다.

덴마크 빈티지 가구를 판매하는 편집 매장 ‘모벨랩’의 마케팅팀 김종훈 과장은 “과거에 비해 확실히 매장을 찾는 이가 늘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찾지만, 여전히 주요 고객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이가 대부분”이라 전했다. 기업 오너, 전문직 종사자, 디자이너, 예술가가 주요 단골이라는 것.

문구류·커피 등은 대중적 인기

‘북유럽 스타일’ 어쩐지 끌리네

스웨덴 스타일 카페 ‘피카’. 스웨덴의 커피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물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라 해서 반드시 북유럽 디자인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하고 소박한 미를 알아보는 심미안이 없거나 기능성을 중시하지 않는 사람은 북유럽 디자인 제품이 대부분 고가여서 구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남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건강하고 여유롭게 사는 삶의 방식을 더 중시하는 이가 결국 지갑을 연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음은 ‘덕시아나’ 관계자가 들려준 이야기다.

“침대는 자동차나 가방, 보석처럼 집 밖에서 남에게 과시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재력과 동시에 삶에 여유가 있는 이가 주로 구입한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고가의 북유럽 디자인 브랜드 가구는 주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힘든 상품이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문구류, 커피나 디저트 같은 음식은 가구와 비교해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편이다. ‘북바인더스 디자인’과 ‘피카’를 동시에 운영하는 박종덕 대표는 “좀 더 많은 이에게 북유럽 디자인이나 라이프스타일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문구와 카페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일반 문구 제품 및 카페 식음료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가구나 침대 매장과 달리 좀 더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찾는다.

경제적 여유가 없더라도 북유럽 디자인을 즐길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가구로 유명한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 제품을 즐겨 찾거나, 북유럽 디자인 제품을 국내에서 비슷하게 만든 것을 구입하는 이도 있다. 취업준비생 김지영(26) 씨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김씨는 “무리해서 고가 제품을 구입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북유럽 디자인 가구를 모아놓은 홍대 부근의 카페이자 뮤지엄인 ‘에이에이 디자인 뮤지엄’에 자주 들른다. 이곳에는 알바 알토, 한스 베그너, 핀 율 등 세계적 디자이너의 의자와 테이블이 가득하다.

사실 북유럽 디자인은 ‘만인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철학을 담았다. ‘북유럽 디자인’의 저자 안애경 씨는 “북유럽 사람이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특정 부류를 위한 것이 아니다. 다양한 사람이 일상에서 동등하게 공유하는 것”이라며 “노동자든 고위직이든 상관없이 그들 모두 같은 테이블에서 같은 품질의 그릇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2월 국내에 입점한 스웨덴 생활잡화 브랜드 ‘마리메꼬’ 역시 누구나 쉽게 사용하고 즐기는 ‘유니섹스 디자인’을 모토로 출발했다.

‘북유럽 스타일’ 어쩐지 끌리네

스웨덴 침대 브랜드 ‘덕시아나’의 침대. 600만 원에서 3000만 원 사이다.





주간동아 2011.08.16 800호 (p48~50)

  • 박혜림 자유기고가 journalog.net/inour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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