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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학생 ‘농활’이 달라졌어요

일손 돕기에서 ‘IT 농활’‘의활’ ‘해활’ 등 전공이나 특기 살리는 봉사로

대학생 ‘농활’이 달라졌어요

대학생 ‘농활’이 달라졌어요

충북 괴산군 불정면에 농활을 온 서울 한성대 학생들이 면사무소와 창고 건물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KT 대학생 봉사단의 ‘IT농활’ 현장. 한국기술교육대 학생들이 강원 삼척시 한 농촌마을에서 농기계를 수리하고 있다(왼쪽부터).

대학생 김이삭(24) 씨는 이번 여름 2박 3일간 경기 이천 장호원 복숭아정보화 마을로 ‘IT(정보기술) 농활’을 다녀왔다. 그는 농촌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스마트기기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법 등을 가르쳤다. 트위터 사용법을 교육할 때는 농민들이 자신의 복숭아를 직접 트위터로 깜짝 판매해보기도 했다. 김씨는 “어르신들은 스마트 기기를 잘 다루지 못할 거라는 선입견을 깨는 계기가 됐다. IT 교육을 하고 난 후 어르신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줘 고맙다’고 해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IT 교육에 어르신들 만족

한때 농촌활동(이하 농활)은 대학생 누구나 거쳐야 할 필수 코스처럼 여겨졌다. 주로 여름방학이 되면, 학생들은 농활대를 조직해 농촌으로 가 부족한 일손을 보탰다. 1920년대 브나로드운동 같은 농촌계몽운동에서 출발해 명맥을 이어가던 농활은 군사독재정권 시기에 변화를 겪었다. ‘사회의 구조적 변혁’을 외치던 대학생들이 농민의 농민운동 참여를 독려하자, 정부는 1983년 농활을 농민의식화 활동으로 정의하고 규제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전국농민단체연합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라는 전국 조직이 만들어졌다. 농활은 이 두 단체의 연대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두 단체는 농민운동과 학생운동의 연대를 꾀하며 더 많은 학생이 농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렇듯 과거 농활은 농민에 대한 이념적 계몽과 농민의 삶에 대한 이해에 방점을 두고, 주로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보태는 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요즘 대학생의 농활은 이런 식의 일손 돕기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전공이나 특기를 살린 다양한 방법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IT 농활이 대표적 사례다. IT 농활은 농촌에서 접하기 어려운 IT를 가르치는 활동이다. 어르신들에게 컴퓨터, 스마트기기 및 트위터 같은 SNS 활용법을 가르치는 식이다. KT가 2007년 결성한 대학생 봉사단 ‘IT 서포터스’는 올해 7월 11일부터 22일까지 IT 농활을 했다. 200명의 대학생이 서울, 수도권, 충청, 전라, 경상, 강원, 제주 등 권역을 나누어 전국 각지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지난 한 학기 동안 정기적으로 농활을 해온 대학생 최정훈(22) 씨는 ‘교육 봉사’에 참여했다. 강원도 정선의 한 고등학교에서 독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 미리 선정한 도서를 모두 읽게 한 뒤 토론을 하고, 퀴즈대결과 게임도 했다. 최씨는 “교육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아이들이라 어떤 책을 읽어야 좋을지, 어려운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봉사가 끝난 지금도 아이들과 꾸준히 연락하며 공부법 등을 상담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순천향의대 학생회는 여름방학 때마다 의료 봉사활동을 떠난다. ‘의활’이라고 줄여 부르는 이 봉사활동은 천안, 아산 근교 농촌에서 이뤄진다. 낮에는 논매기, 감자 수확 등 일반적인 농촌 일손 돕기를 하고 저녁에는 어르신 건강을 살핀다. 순천향의대 학생회장 박은석(24) 씨는 “아직 학생이라 진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틀에 걸쳐 문진을 한다”고 말했다. 문진이 끝나고 의활 마지막 날이 되면 순천향대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이 직접 마을을 방문해 학생들이 만든 문진표를 보고 본격적인 진료를 한다.

농촌과 장기적인 연계 모색 필요

해활(海活)도 있다. 7월 18일부터 3박4일 동안 한국해양대 학생들은 수중 정화활동을 했다. 학교에서 스킨스쿠버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직접 장비를 착용하고 해변의 폐그물을 치운 것. 소형 선박을 수리, 도색하는 작업도 벌였다. 한국해양대 학생복지과 김언도 씨는 “해양대 학생들의 전공과 특기를 잘 살린 봉사활동이라 더욱 뜻깊었다”고 말했다.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대학생들의 봉사활동 방식에 주변 반응은 긍정적이다. 농협중앙회 농촌자원개발부 새운동추진팀 유효준 과장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농활 역시 탈바꿈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농촌 일손 돕기도 중요하지만, 대학생들이 자기가 더 잘하는 일을 살려 농촌에 봉사하는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학생들이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어 실수가 잦고 농민들 또한 그런 학생들을 대접해야 한다는 생각에 농활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 탓에 실제로 농촌에서 제일 바쁜 시기가 5월인데도 그때는 피해서 농활을 와달라는 역설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농협중앙회 역시 작년부터 교육 봉사 농활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대학생들이 교육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농촌 아이들의 멘토가 돼 영어·과학 캠프 등을 진행하는 식이다. 유 과장은 “앞으로 농협은 교육 봉사에 나서는 대학생과 농촌마을을 맞춤형으로 연계하는 구실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학생 일각에선 농활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하는 듯해 아쉽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과거 농활이 ‘농민과 학생 간 연대’‘농민의 삶을 직접 체험하는 것’ 같은 형태였다면, 요즘에는 학생들이 농민에게 ‘혜택을 베풀러’ 가는 모습을 띤다는 것.

대학생 최모(27) 씨는 “농민을 하나의 주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서 도움을 베풀어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정모(21) 씨 역시 “농민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좋지만 그들 ‘위에’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농민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계기로 농활이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결국 자신이 가진 작은 능력으로 펼치는 봉사활동이 새로운 농활로 자리 잡기 위해선 주기적인 교류를 통해 농촌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일회성의 ‘반짝 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7월 대학생 농활대가 방문했던 경기 화성시 백미리마을 김호연 운영위원장은 “나무에 매달린 포도를 봉지로 싸는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대학생들이 도와줘 큰 힘이 됐다. 앞으로도 대학생들이 정기적으로 와서 농사일도 돕고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1.08.16 800호 (p42~43)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박하정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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