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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과장의 처세 X파일

고정관념 지워야 본래 모습이 보인다

프로토타입의 오류

고정관념 지워야 본래 모습이 보인다

고정관념 지워야 본래 모습이 보인다
사흘째 같은 얘기만 하는 회의. 방 과장은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최 대리, 자네가 보기엔 이게 괜찮아?”

“박 차장 생각은 어때?”

전략기획실에서 근무하다 3주 전 방 과장이 일하는 마케팅팀으로 옮겨온 김 부장. 꼼꼼하고 신중한 성격이라는 얘기는 익히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광고 시안 하나 결정하는 데도 며칠씩 걸린다. 이 정도로 회의했으면 리더답게 알아서 결정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방 과장. 하지만 오늘 회의에서도 결론은 나지 않는다.

“내일은 꼭 결정합시다!”



해맑게 웃으며 회의를 마무리하는 김 부장을 보며 방 과장은 다시 한 번 긴 한숨을 내쉰다.

우리는 누군가를 대할 때 그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있다. 학교에선 선생님에게, 가정에선 부모 혹은 배우자에게, 회사에서는 상사에게 ‘그다운’ 모습을 기대한다. 이를 전형 혹은 프로토타입(prototype)이라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만족시키는 대상에게 호감을 갖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각자 머릿속에서 그리는 전형이 모두 같지는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어떤 이에게 부모의 전형은 ‘자식에게 헌신적 사랑을 베푸는 모습’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자신의 삶을 즐기는 모습’일 수 있다. ‘헌신적 사랑’을 기대하는 자식에게 부모가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그 가족은 행복하겠지만, 그 부모가 ‘자신의 삶을 즐기는 모습’을 부모의 전형이라 생각한다면 아마도 자식은 부모에게 실망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모도 자신을 구속하려는 자식에게 화가 날 것이다. 즉 ‘~답다’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란 의미다. 이는 각자의 직간접적 경험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앞에서 본 방 과장은 “부장님이 너무 결단력이 없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방 과장의 개념 속 상사의 전형은 ‘결단력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상사다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김 부장과 함께 일하는 게 짜증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방 과장에겐 답답하기 짝이 없는 김 부장이 누군가에겐 ‘신중한 상사’로 비칠지도 모른다. 혹은 ‘항상 부하직원의 의견을 듣는 상사’로 기억돼 닮고 싶은 롤모델일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틀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부하직원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부하직원의 행동이 너무 느려 화가 났다면 ‘부하직원은 상사인 나를 기다리게 해선 안 돼’라는 전형이 머릿속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부하직원이 ‘버릇없다’고 판단했다면, 그 상사는 ‘내가 저 위치일 땐 저렇게 행동하지 않았다’는 경험을 갖고 있을 공산이 크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개성을 존중받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도 상대의 개성은 ‘틀렸다’고 단정하기 십상이다. 지금 당신과 갈등을 겪는 상대가 있는가. 그럼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라.

“그 사람 혹은 그의 본분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전형은 무엇인가?”

답이 떠올랐는가. 그렇다면 이제 머리에서 그 전형을 지워라. 그리고 다시 상대를 떠올려보자. 아직도 그가 ‘이상하게’ 보이는가.



주간동아 2011.08.16 800호 (p29~29)

  • 김한솔 IGM(세계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 hskim@ig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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